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론 Nov 16. 2024

최선을 다했음에도 부족했다면

입시 준비에 마음 졸이며 지내다, 첫 낙방을 맛보았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부족했다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가장 높은 성적의 학교였지만, 캠퍼스를 걷는 순간 행복이 느껴졌다. 추운 겨울날,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처럼, 내 삶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듯한.


믿었던 도끼에 시원하게 한 쪽 다리를 내어주고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일어서서 한참을 울었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라고 불리지 못할 것 같다.




다음 기회들도 있지만, 충분히 아파해야겠다. 지금을 온전히 보내지 못한다면, 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무너지겠지.


모래성처럼 느껴지는 삶이지만, 끝없이 쌓아가다 보면 해변의 모래를 다 쓴다면, 그때는 쓰러지지 않는 성을 쌓을 수 있을까.


그때 즈음엔, 다른 재료들과 섞어 콘크리트도 만들고 기둥도 세울 수 있을까. 삶이 견고한 건축의 영역으로 나아가려면, 고통과 인내는 반드시 필요한 재료들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회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