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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Jul 05. 2024

여백의 미

한참을 달리다 멈춰 섰다. 잠시, 이룬 것들을 돌아봤다. 늘 만족을 못한다. 이젠 하고 싶지 않다. 채우지 못할 항아리는 역시, 부수는 게 제맛이지.


나태했던 시간들을 메꾸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과정은 힘들었고 성취는 달았다. 그 단맛이 과정의 고통을 씻겨냈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체감을 못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다,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자처럼, 돌아다니고 한가로이 보내다, 다시 걸었다.


지금껏 열심히 쌓은 것들이 안을 비워주었다. 오히려 꽉 들어차서 숨쉬기 어려울 줄 알았지만 내 마음 속이라는 공간에 잠수복을 벗어던지고도 숨을 쉬게 해 주었다.


결국 쌓아가는 과정은 비워내는 과정과 닮아있었다. 끝과 끝은 닿아있다는 공자님 말씀처럼 내일도 어떤 끝을 살아가게 될까, 기대라는 괴물이 걱정을 먹이로 내 안에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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