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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y 31. 2024

많이 아프구나

며칠 전 의사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환자분 나이에 비해 왜 이렇게 아픈 데가 많으세요'

 



20대  초반 몰던 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전복됐다. 뒤집어진 차에서 기절해 있다 벨트를 풀고 밖으로 나왔다. 온몸에는 차와 함께 2바퀴 반을 돌고 에어백이 터진 흔적으로 가득했다.


목디스크가 생겨 시술과 입원, 그리고 주사와 약으로 조금씩 좋아졌다. 재활과 재발이 반복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운동 중 근육이 녹는 병인 횡문근융해증에 걸렸다. 여름휴가 7일을 누워서 보냈다.


주기적으로 사고와 질병들이 찾아왔다. 조심해서 방어운전만 하더라도 눈길에 오토바이가 때려 받기도 하고 급정거하는 트럭과 충돌이 있기도 했다. 다행인 건, 나밖에 다친 사람이 없었다.




여러 통증이 잊힐 즈음 작년 10월에 역 앞 횡단보도에서 오른쪽을 살피고 왼쪽을 살핀 뒤 다시 오른쪽을 보는 찰나에 역주행 오토바이 치였다.


좌우를 살피고 건넜기에 역주행은 생각도 못했다. 목과 함께 허리도 디스크가 다시 터지고 무릎에는 물이 찼다. 겨우 끝이 보이던 통증과의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10분만 앉아도 통증과 저린 느낌에 앞이 캄캄했다. 해야 할 공부도 많았고 업무의 대부분은 앉아서 해야 했다. 상황을 봐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며 민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꾹 참고 나아갔지만 자주 쓰러지고 마음은 무너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왜 이렇게 아픈 일이 많은 걸까. 그렇다고 사정을 봐주지도 않을 텐데.


몇 해 전 스노보드를 타다 상급자 코스에 잘못 들어갔다.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다 생각했다. '그래, 엎어지고 쓰러져도 죽기밖에 더하겠어? 한번 해보자!' 다행히 안전하게 내려왔고 몇 차례 더 같은 코스를 돌 정도로 익숙해졌다.


삶이 어렵게 흘러간다. 가만히 놔두질 않는 느낌인데, 가만히 놔두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못 느껴서 그런 건가 싶다. 아무튼, 여러 사고가 난 후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100kg에 다시 가까워지고 있고 숙이면 발끝이 겨우 보였다.




천천히, 자주 움직이고 재활한 덕에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10kg 넘게 감량하고, 30분 정도는 앉아도 통증이 약하게 오는 정도. 이 정도면 공부하기에 괜찮은 정도다.


더 많은 시련과 고통이 찾아오겠지. 그래도 나는 지금껏 해왔듯이 멈추면 안 된다. 내가 지향하는 지점으로 향하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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