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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Jun 07. 2024

최악의 남친, 괜찮은 남편

<인티제의 사랑법> 프롤로그


 경고 :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음



연재는 미혼 남녀에게 유독 위험하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마음 가짐이 심하게 요동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육아에까지 욕심이 생길  다. 미리 경고하지만 완독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간혹  글이 '결혼'이나 '출산'으로 이어지는 경우, 도의적 차원에서 작은 보상만을 제공한다. 마음을 담은 에세이 한 권을 전달한다. 선물용 도서는 2024년 봄, 브런치를 뜨겁게 달군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저자 사인 본이다. '다음 책 베스트셀러 14주'를 기록 중인 따끈따끈한 책이다. 맨 아래 '♡'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면 자동으로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여기까지 읽었으니 주의사항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한다. 부디 '이 자식 뭐야?'로 시작해서 유쾌한 매력에 흠뻑 빠져드흥겨운 여정이 되길 바란다.


외향성 내향성 중 I(내향성)
직관형 감각형 중 N(직관형)
사고형 감정형 중 T(사고형)
판단현 인식형 중 J(판단형)


주인공 남성은 올해로 마흔두 살 가장이고, MBTI는 INTJ(이하 인티제)다. 책을 한 권 출간했지만 직업란에는 여전히 '방사선사'적는다. 출판시장이 불황이라 전업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렵다 보니 부득이 로또를 구입한다. 6개의 숫자를 모두 맞추는 기적이 일어나는 날부터는 직업란에 당당히 '작가'라고 적을 예정이다.


사진 : 16personalities.com


'인티제'는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영특한 면모를 보이지만 함께보다는 혼자를 더 선호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본인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 때문에 연애 상대로는 최악으로 꼽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인티제를 '공능제'라고도 표현한다.(공능제는 '공감 능력 제로'의 줄임말이다.) 여기까지 읽고도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지는 독자들을 위해 예시를 하나 준비했다.



"자기야, 나 선영이 때문에 속상해."
"갑자기 왜?"
"약속한 시간에 자꾸 늦게 나오거든. 나는 미리 나와서 기다리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그러니까 짜증이 나."
"그래? 선영이도 무슨 일이 있었겠지. 이유는 물어봤어?"



삐~~~!! 이 정도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미련한 남성이 바로 인티제다.

"속상했겠네. 아직도 많이 서운해?"처럼 공감이 우선 되어야 할 상황에서 합리적인 해결을 하고자 나선다. 해결사를 자처하며 미움을 산다. 이런 상황에서는 볼펜으로 손등을 열일곱 대 사정없이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되니, 심호흡을 크게 세 번 하고 화를 누른다. 


"다행히 인티제에게도 반전은 있다."


연애 상대로는 최악이지만 남편으로는 괜찮다. 자기 것은 엄청 잘 챙기는 유별난 특성 때문이다. 부부가 됨과 동시에 일심동체가 되어 아내를 제 몸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부족한 공감 능력을 책임감으로 채우며 나름 행복하게 잘 산다. 그렇다. 내가 바로 주인공인 인티제다. 출간한 책을 읽은 독자들은 종종 나를 '사랑꾼'이라 표현하는데,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좋은 아내를 만난 덕분에 사랑이 계속 피어나는 중이다. 그러니 인티제 남성들도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짝을 만나는 순간, 당신의 삶에도 빛이 더해질 것이다.


그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아내와 딸을 위한 해바라기와 작약 (2024.06, 03.)


12년 차 인티제 남편인 나는 퇴근길에 종종 꽃집에 들른다. 7천 원짜리 꽃 한 송이가 주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향기 가득한 꽃을 들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꽃을 보고 환하게 웃는 아내와 딸이 내게는  꽃보다 더 예쁘다.


"해바라기가 해만 바라보듯, 인티제 남편은 아내만 바라본다."


'최악의 남친'으로 꼽히는 인티제에게 결혼이라는 과정은 흐린 하늘에 해가 떠오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태양처럼 눈부신 아내를 만난 , 서서히 '괜찮은 남편'으로 변하니까.




<발리, 꾸따 비치> 아내와 나


"오늘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젊은 날이다. 예쁜 꽃 한 송이를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경험해 보니, 특별할 것 없는 일상도 꽃이 더해지면 특별날이 . 물론 꽃이 다발이면 더 좋다."


<인티제의 사랑법>은 지구상에서 오직 '2퍼센트 인구'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들은 멀리서 볼 때는 차갑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온기가 가득한 사람들이다. 덕분에 인티제는 오늘도 '겉차속따'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스한 사랑을 한다.





비하인드 스토리


선물한 꽃 덕분(?)인지 발행 전 글을 읽은 아내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한다.

"자기야, 제목을 <최악의 남친, 최고의 남편>으로 해서 라임을 맞추는 게 낫지 않을까?"

"음... 내가 최고의 남편은 아닌 거 같은데?"


3초 후.


"그렇지? 최고의 남편은 따로 있으니까. 그냥 괜찮은 남편으로 하자."











흑흑. 다음에는 꽃을 다발로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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