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아내에게 뱉은 말이다. 당시만 해도 인세가쌓여 큰돈을 벌 줄 알았다. 글을 읽은 주변 사람들이 다들 재밌다고 '킥킥'거리니 작문에 소질이 있다고 확신했다. 착각도 잠시, 어렵게 완성한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하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깨달았다.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핑계로 나의 부족한 필력을 감춰보려 했지만 현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5개월간 무려 140개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스스로가 점점 초라하게 느껴졌다."
출간 거절 메일을 받은 어느 날,아내에게 "까르띠에보다 빛나는 아내여서 늘 고맙고 사랑해♡"라는 카톡을 보내며 약속을 무마해 보려는 꼼수를 부렸다. 남편이 의기소침해지지 않길 바라며 "응, 나도 고마워. 출간을 못해도 자기는 롤렉스보다 더 빛나♡"라는 답장을 보내는 착한 배우자를 보니,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더 커졌다. 때마침 결혼 10주년이 눈앞이다. 신이 주신 기회가 분명하다. 고민 끝에 아내의 손을 잡고 까르띠에매장에들어갔다. 그날나는 사재를 털어 아내에게 값비싼 시계를 선물했다. 외벌이 가정의 형편이 얼마나 넉넉하겠는가. 그만큼나는 뱉은 말에 책임을 꼭 지고 싶었다.그로부터1년이 흐른 지금,나는 거짓말처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다음 책 노출 화면(2024.08.08.)
출간 직후 <다음 책>에서 붙여 준 빨간색 베스트셀러 마크가 20주 넘게 붙어있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누군가는 'B급 베스트셀러'라며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결국 아내에게 뱉은 말은 다 지킨 셈이다.만약"오빠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작가 돼서 까르띠에 시계 사줄게"라고 말했어도 현실이 되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큰 교훈을 얻은 것에 만족할 따름이다. 아무튼큰 출혈(?)이후로 나는 감당할 수 있는 약속만을전한다.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펜을 듭니다."
작가소개에 적힌 글이다. 이제는 첫 인세를 받아서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는 소박한 꿈을 꾼다. 선인세 형식인 계약금을 제외하고 정식 인세를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에세이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무명작가에게는 어쩌면 영영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인티제다. 전국에 있는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희망도서를 신청해서라도 내뱉은 말은 반드시지키리라 다짐한다.
꿈이 현실이 되길 기원하며 용돈으로 구입한 꽂
"어쩌면나는 글을 계속 쓰고 싶은 욕심에 약속을 늘려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고료로는시급 천 원도 벌지 못하는 주제에 펜을 놓기가 힘들다. 로또를 구입하는 심정으로 글을계속쓴다.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결승선이 코앞이라 생각하며 희망을 놓지 않는다.149번의 거절 이후 다시 도전한 덕분에 150번째에 출간 계약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이 정말로 인정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한다.포기만 하지 않으면모든 순간은 다 과정일뿐이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꿈은현실이 된다.내가 아는 인생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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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다. 에세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무명작가인 내가 인세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연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달후, 출판사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받았다.본문에 적힌 "판매가 저조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예상했던 바다. 침울한 심정으로판매 상황이 담긴 첨부 파일을 열었다. 적힌 숫자를 확인한 뒤에는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꽃집에 들러 아내와 딸을 위해 꽃을 샀다. 100부도 팔기 힘들거라 예상했던무명작가의 첫 책이 700부 넘는 판매실적을기록했다.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는 수치겠지만 내게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인세를 받아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는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한 걸음씩 꾸준히 내딛다 보니바라던 기적이일어난다.
"지금처럼'노력'이 '운'과함께하다 보면 중쇄를 찍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비하인드 스토리
헉!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에 써놓은 글을 읽으며 지키지 못한 약속이 하나 더 있음을 발견한다. 결혼 10주년을 핑계로 시계를 선물하고, 출간 포기를 선언하려던 때의 일이다. 에필로그로 사랑 고백하는 꿈을 포기하고, 아내에게 "자기야, 백화점 갈 준비 해. 시계 사줄게"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내는 "갑자기?"라고 물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할 것 같아'라는 속마음은 감추고, "결혼 10주년이니까 선물로 사줄게"라고 답했다. 아내는 해맑게 웃으며 "베스트셀러 작가 되면 사준다며?"라고 되물었다. 속마음을 들킨 듯하여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심하게 흔들리지만 남자가 자존심을 포기할 수는 없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10주년 선물로는 시계 사주고, 다음에 베스트셀러 작가 되면 러브팔찌 사줄게"라고 말했다. (슬픈 속엣말) 물론 다음은 없다.
사진 출처 : 까르띠에 홈페이지
큰일이다. 아내에게 '슬픈 속엣말'이 전달되지 않았다. 지켜야 할 약속이 하나 더 남은 것이다. 검색해 보니 러브팔찌가 많이 올라 시계보다 구입 난도가 더 높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인티제에게 약속은 생명이다. 꾸준히 글을 쓰며'전용 스크루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아내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는 기적을 바라봐야겠다. 부디 결혼 20주년 선물로 러브팔찌를 구입하는 슬픈 예감(?)이 틀리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는 꼭 말 조심하며 살아야겠다. 엉엉.
P.S. 혹시나 까르띠에 관계자분들이 이 글을 읽고 PPL로 팔찌를 지원해 주신다면 영혼을 담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저는 약속을 잘 지키는 인티제입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