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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Aug 16. 2024

브런치가 만든 엄청난 기회

<인티제의 사랑법> 에필로그


헉! 지난주 까르띠에 PPL 요청 이후 거짓말처럼 기다리던 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구독자님들의 응원이 하늘에 닿은 게 분명합니다. 좋은 소식은 한시라도 빨리 전하는 게 더 나을 듯하여 에필로그를 한 주 앞당겨 발행합니다.

8월 14일 수요일 저녁 7시.

운명과도 같은 계약서를 받은 건 모두 구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즐겁게 읽어 주시고 축하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야기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브런치는 내게 '숨'이었다.



10개 글을 발행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아내의 의심이 늘었다. 조금만 잘해주면  "자기 또 소재로 쓸려고 그러지?"라고 묻는 습관이 생겼다. 황당한 발언이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어깨를 쭉 펴고 "아니, 행복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거야"라고 씩씩하게 답한다. 논란시초는 재 글에 담긴 꽃 사진이다. 초고를 살피던 아내가 "봐봐, 꽃도 소재로 쓰려고 사온 거네"라고 확신하추궁을 이어간.


해바라기가 해만 바라보듯, 인티제 남편은 아내만 바라본다.


이 문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꽃을 온 거라고 주장한다. 아니라고 설명해도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럼 사진은 왜 찍었어?"라고 물으며 합리적인 의심임을 강조한다. 억울함이 하늘을 찌르기 일보 직전이다. 문제의 해바라기는 꽃집 사장님의 초등학생 딸이 선택한 꽃이다. 꽃을 선물한 후 글감을 얻은 게 맞다. 본문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음을 어필하며 "자기야, 잘 봐. 해바라기는 사장님 이 선택한 거야. 꽃은 예뻐서 사진 찍은 거고, 나는 행복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거야"라는 증언을 덧붙인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꽃을 선물했던 날로 돌아가 보자. 미리 써둔 4개 글이 있긴 하지만 일주일 넘게 새로운 글이 써지지 않아 답답했다. 기분 전환을 기대하며 꽃집 사장님께 카톡을 보냈다.



며칠 뒤, 다시 한번 카톡을 전송했.



"윽! 아무래도 이상한 징크스가 생긴 듯하다."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면 캐리어에 짐을 가득 채우고 떠나갔던 '영감' 님이 허겁지겁 돌아와서는 연거푸 벨을 누른다. 문을 열어 주면 손도 씻지 않고 달려와 글감을 주고 또 준다. 덕분에 글이 막 써진다. 신기한 일이다. 꽃집에 다녀온 날이면 에피소드 하나가 뚝딱 완성되고, 아내와 딸이 행복해한다. 일타이피가 분명하니 지출을 끊을 수가 없다. 필명을 '플라워홀릭'으로 바꾸고 싶은 유혹까지 느낀다.


"꽃의 여신 플로라의 자비 덕분일까? 연재 이후 조회수가 확 늘었다."


수시로 브런치 메인에 오르고, 금요일마다 라이킷 수 1위로 서브 메인에서 노출이 계속되니 평균 조회수가 6천 정도로 높게 나온다. 특히 <샤넬 백 사준 남편>은 다음에 노출되어 조회수가 3만 정도 나오면서 일반인 구독자가 100명 넘게 늘고, 다음 날 서점 판매 지수도 조금 올랐다. 작가 인지도가 판매로 이어지는 중요한 척도임을 새삼 확인한다.

"기대하던 출판사의 러브콜은 없었다."

메인에 오르고 독자의 반응도 좋았지만 출판사에서는 연락이 없다. 감감무소식이다. 완성되지 않은 원고로 러브콜을 받았다는 작가들은 과연 기획출판 제안을 받은 게 맞는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기대했던 차기작 제안은 받지 못했지만 작가로서 많은 성장을 이룬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다행히 홍보 과는 있었다."

5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책의 서점 판매 지수가 다시 500선 위로 상승하고,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재고가 줄어드는 걸 확인했다. 온라인에서는 교보문고 주간베스트 왕관을 4개월 만에 다시 는 영광도 얻었다. 브런치작가가 주를 이루던 구독자 비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메인 노출이 자주 되면서 일반인 구독자가 다수 늘었다. 더불어 자신감도 많이 상승했다. 10주간의 여정은 내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교보문고 주간베스트 재진입 (2024.08.11.)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는 애정하는 출판사의 책들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한다."

1순위는 '지성사'다. 내게 출간작가 타이틀을 선물해 준 고마운 대표님이 운영하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다. 2순위는 조금 특별하다. '책과이음'이라는 출판사다. 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두 번의 원고 투고 때 받은 회신이 인상적이어서 꾸준히 응원하는 중이다. 출판 시장이 어렵지만 기획출판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한다는 대표님은 '새벽 2시'에 내게 장문의 회신 메일을 보내주었다. 투고한 원고가 나쁜 게 아니라 단지 본인의 취향이 아니라며, 꼭 출간이 될 거라 격려해 주신 감사한 분이다. 불안과 우울이 느껴지는 글을 쓰시는 분들은 원고를 완성하면 '책과이음'에 투고를 추천한다.

"나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신간과 구간을 구분하지 않고 희망도서를 신청하며 작은 힘을 보탠다."



지난달, '책과이음'에서 출간한 <사서의 일>전자책으로 신청했다. 전자도서관은 신청자에게 대출 우선권을 주지 않는다. 입고 소식을 듣 '신착자료'를 확인하는 데 눈길을 끄는 책이 한 권 보인다. <출판사 편집장이 알려주는 책쓰기부터 책출판까지>라는 책이다. 뭔가에 홀린 듯 함께 대출해서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출간 이후 오랜만에 심장이 제한속도를 넘어서 격하게 움직였다."

원고 투고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나를 끓게 했고, 편집장인 작가의 유쾌한 필력이 재미를 더했다. 원고 투고 시 가장 힘들었던 출간기획서 작성 부분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관심 있게 읽다 보니, 예시에 남겨진 것처럼 담담하게 한 페이지 출간기획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손가락이 간질간질했다. 신이 허락한 것일까? 다음 날 운명처럼 3시간 자유시간이 생겼다. 카페에 앉아 아내와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완성된 원고도 없이 집필 계획만으로 출간기획서 한 페이지를 썼다. 출판사 관계자가 바쁜 와중에도 궁금해서 열어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이메일 제목과 본문에 힘을 실은 뒤, 이제는 나의  명함이나 다름없는 <인티제의 사랑법> 브런치 링크를 첨부했다. 7월 31일 수요일 오후 5시 30분에 메일을 발송했고, 8월 2일 금요일 오후 3시 30분에 수신확인이 되었다. 그로부터 4시간 후 답변 메일을 받았다. 




삐~~~~~~~~~~~~~~~~~~~~~~~~~~~~




메일 본문을 열고나니 '온 우주가 나를 위해 잠시 멈추는 경험'을 다. 1년 만에 다시 느끼는 감정이지만 설렘의 크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님께서 사심을 담아 주신 메일에 혹~ 했습니다. 류귀복*OOO  책 한번 해보아요, 작가님~


원고도 없는 출간기획서 한 장이 출간 계약으로 이어지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더블:엔'에서 출간한 <출판사 편집장이 알려주는 책쓰기부터 책출판까지>를 읽고 나서 얻은 행운이다. 이제는 애정하는 출판사가 하나 더 늘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모든 게 다 브런치 덕분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저자는 출간과 동시에 마케터다'라는 각오로 브런치에 뛰어든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습니다. 노력이 켜켜이 쌓여가니 예상치 못한 성과들이 하나둘씩 나타납니다. 책은 목표했던 총판매 부수 500부를 훌쩍 뛰어넘은 뒤, 꾸준히 판매 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기적과도 같은 오늘이 있기까지 브런치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구매와 서평, 희망도서 신청으로 도움을 주신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브런치는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무명작가가 준비한 원고도 없이 A4 한 페이지 출간기획서만으로 출판계약서에 서명남긴 이유는 브런치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브런치에서 갈고닦은 출간 노하우는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시즌 2>를 연재하며 세세하게 나눌 예정입니다. 다만 연말까지는 텅 빈 여백을 꿈과 희망으로 채워나가야 해서 발행 시점은 그 이후가 될 듯합니다. 당분간은 초고 집필에 집중하고, 틈틈이 안부 글을 남기며, 독자로서의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출판시장이 어렵지만 기회는 분명 있습니다."


저는 10화 연재를 진행하면서 우연한 계기로 차기작 집필 기회를 얻었습니다. 브런치는 여러분들에게도 출간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만약 투고를 계획하신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편집자가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빠져들어 읽을 만큼 특색 있는 원고를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쓰고 싶은 글은 되도록 일기장에 쓰시고, 읽고 싶은 글을 발행하는 연습을 하시면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지나고 보니 "나는 작가다." 이 믿음이 저를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작가님 온 우주가 나를 위해 잠시 멈추는 경험을 하실 차례입다.


<이제, 글쓰기> 제프 고인스


글을 쓰면서 쉽게 더 피로하고 예민해지니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합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응원을 해주는 아내에게 "자기도 계약하니 좋지?"라고 물었습니다.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며 글을 쓰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자기가 좋아해서 좋아"라는 답을 전해주는 착한 배우자입니다. 천사 같은 아내와 딸이 곁에 있으니 제게는 이승이 곧 천국입니다. 독자님들도 사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음을 기억하시며 '기쁨'이 늘 '슬픔'을 이기는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3,500여 명 구독자님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제게는 기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 보너스 에피소드 <뽀로로를 이긴 아빠>를 끝으로 이번 연재는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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