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 원 수강료를 아껴드립니다
절박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 신(神)과 사기꾼뿐이다.
대한민국은 사교육 강국답게 출판에도 사교육이 존재한다. 일타강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이들에게 강의를 들으면 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자비출판은 기본이고, 빈틈을 노리고 생겨난 책 쓰기 과정이 빠른 출간을 돕는다. 일례로 120만 원을 입금하고 한 달간 교육에 참여하면, 출판사로부터 출판계약서를 받는 과정이 있다. 수강생을 모집하는 작가는 일타강사답게 교육 시간도 짧게 운영한다. 주 1회, 하루 90분씩, 단 4주 만에 모든 과정을 끝낸다. 심지어 오프라인 모임은 단 1회뿐이고, 나머지 3회는 온라인 과정으로 대신한다. 바쁜 직장인과 가정주부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더 나아가 이 과정은 100퍼센트 출간을 보장한다. 모집 안내를 본 예비저자들의 눈이 두 배 더 커지는 게 당연하다. 파업을 선포했던 '긍정회로'는 소식을 듣자마자 자발적으로 업무를 재개한다. 인세로 불어나는 통장을 상상하며, 급기야 은행 앱을 열어 잔고를 확인하기에 이른다.
"신이 자비를 베푸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총 6시간 교육만으로 누구나 책의 저자가 된다는 게 참 신기하다. 출간이 이렇게 쉬울 수 있나?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다. 얼른 강사의 이력부터 확인한다. 역시나 답이 바로 나온다. 원고만 보내면 즉시 출간 제안으로 화답하는 모 출판사의 단골 고객이다. 강사가 출간한 도서 목록을 보니 알 수 있다. 그는 책 쓰기 과정이라는 간판을 걸고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게 분명하다. 뛰어난 사업가(?) 답게 윈윈도 추구한다. 다만 대상이 조금 특별할 뿐이다. 교육생과의 윈윈이 아니라 출판사와의 상생을 위해 힘쓴다. 이 교육 과정은 강사는 교육생을, 연계된 출판사는 출간 고객을 확보하며, 사업자들만 이익을 얻는 구조를 취한다.
"교육자는 이타심보다 사리사욕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여기까지 읽고도 교육비 납입을 고려한다면, 당신은 작가보다는 호구에 더 가깝다. 자기소개에 '기부 천사'라고 적어도 될 정도다. 출판사는 원고를 확인한 뒤, "작가님 소재가 좋은데 교정 볼 게 너무 많습니다"라는 등의 이유를 붙여가며 강의 비용보다 몇 배나 비싼 계약서를 내밀 게 불 보듯 뻔하다. 영업이사는 돈으로 꿈을 사라고 종용하고, 출간이 눈앞인 교육생들은 조바심을 느끼며 통장 잔고를 계산하느라 바빠진다. 이후 열에 아홉은 미끼를 물고 부족한 글에 표지를 입힌다. 결과는 어떤가? 그렇게 만들어진 책은 가족과 지인들만 읽는다. 몇 달 후 남는 건 결국 후회뿐이다.
"조급함은 사기꾼들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반기획출판은 한계가 명확하다. 편집자와 작업을 하는 과정은 경험이 되어 작가를 성장시키지만, 출간한 책이 판매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출판사가 홍보비를 책정하지 않고 저자에게 모두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판매 계획보다 계약을 더 우선시한다. "작가님께서 예약판매로 300부 정도 구입해서 초기 판매 순위를 높이면 베스트셀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500부를 감당하시면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라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들먹이며 계약금을 높인다. 이렇게 해서 책이 팔리면 중쇄율이 왜 10% 미만일까? 답은 불 보듯 뻔하다. 작가의 주머니로 회사 곳간을 채우려는 속셈이다. 반기획출판은 종착지가 아니다. 고로, 부득이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최소 구입 수량이면 충분하다. 불필요한 투자는 훗날 더 큰 후회로 돌아온다.
"신은 절박한 인간을 다독이며 다독(多讀)을 권한다."
많은 작가들이 천 권 이상의 책을 읽은 후 글을 써서 출간에 성공한다. 내 돈 내고 제작해서 선물하는 책이 아니라, 남들이 사서 읽는 책을 출간하며 인세를 받는다. 특히, 출판사 관계자들이 쓴 서적들은 예비작가들에게는 필독서나 다름없다.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을 급격히 단축시킨다. 단언컨대 검증되지 않은 강의보다는 다독이 기획출판 가능성을 더 높인다. 아낀 돈으로는 커피를 사 마시며 룰루랄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해도 좋다. 믿지 못하겠다고? 음... 당신은 아직 믿음이 부족하다. 제발 의심을 거두고 내 말을 따라라. 더구나 도서관을 이용하면 밑져야 본전이다. 직접 다녀오는 게 귀찮으면 전자 도서관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자책도 싫으면, 그때는 나도 답이 없다. 그냥 입금하고, 훗날 잔뜩 후회해라. 그래도 싸다.
"필자의 이타심이 당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킨다."
그럼에도 '나는 반기획출판도 감지덕지인데?'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무명작가 책 쓰기 아카데미>를 연중 내내 무료로 오픈한다. 교육은 6시간 자율 학습으로 진행할 예정이고, 준비할 교재가 있다. 필자의 신간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다. 구입도 좋고, 대출도 좋으니 정독을 추천한다. 무명작가의 기획출판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반기획출판은 훨씬 더 수월할 게 분명하다. 믿음으로 읽으면 '값진 기회'가 찾아와 "반가워. 오래 기다렸지? 드디어 네 차례야. 이메일로 출판계약서 보내 줄게" 하고 인사하는 날이 반드시 온다. 단, 과제가 하나 있다. 완독 이후 제목과 목차를 포함한 A4 1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완성해야 한다. 합격 기준은 60점이고, 채점은 각자의 양심에 맡긴다. 모든 과정을 마친 후, 필자의 제안하기를 눌러서 요청하면 고급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누군가에게는 120만 원의 가치를 하는 반기획 전문(?) 출판사의 투고 연락처다. 당신의 꿈이 반기획출판이라면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 지금 당장 아래에서 소개하는 책을 읽고, 목차부터 구성하는 게 순서다.
"저는 귀가 얇아서 걱정이에요."
헉! 만약 당신이 유혹에 약한 성향이라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마트에서 계획에 없던 물건을 카트에 계속 담는다면 고위험군이 확실하다. 다행히 필자는 소중한 귀와 마음을 지키는 유용한 팁을 하나 알고 있다. 신과 사기꾼을 구별하는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신은 고통 뒤에 기쁨을 선물하고, 사기꾼은 기쁨으로 고통을 감추려 애쓴다.
당신의 글쓰기가 극심한 고통인가? 그렇다면 축하한다. 원래 출간은 눈물이 기본이고, 콧물이 옵션이다. 미소로 출간을 약속하는 사람이 다가온다면 반드시 거절로 화답하길 추천한다. 그게 귀중한 꿈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세상 곳곳에는 사기꾼들이 꼭꼭 숨어있다. 뚝심을 지키며 묵묵히 글을 써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내게는 귀를 활짝 열어주길 바란다. 나는 고통을 고통이라 말한다. 이제, 한 줄 요약으로 글을 마친다.
"출간을 위해서는 강의보다 다독이 우선이다."
소중한 귀 얼른 다시 닫고, 손수건부터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