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게 이렇게까지 어려울 일인가요?

나중이 도대체 언제인데?

by 샤이어

아버지의 실체를 결국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것은 결혼준비를 하면서였다. 알면서도 방치해 온 결과물이었던 것 같다. 난 항상 그냥 참고 넘기면 됐는데, 결혼은 나의 남자친구와 예비시부모님도 연관된 문제였다.


집에선 같이 사는 가족에게 배려라곤 없지만 남들에게 매너 있는 척, 배려 넘치는 척, 사람 좋은 척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예비 사돈은 거기 포함되는 게 아니었나 보다. 사실은 다 망쳐버려서 내가 결혼 안 한다고 헤어졌다고 말하게 하는 게 목적 아니었을까.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마치 아버지의 숙명인 것처럼 평생을 나를 괴롭히더니 결혼조차도 그러했다.


나는 악몽은 잘 꾸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종종 꾸는 소름 끼치는 악몽은 아버지가 등장해서 내 계획을 망치거나 방해하고 내 주변인들까지 난처하게 해서 나를 아주 곤란하게 만드는 꿈이다. 얼마나 나의 트라우마이면 이런 꿈이 악몽일까. 부모님이 나오는 꿈이 악몽이라니. 내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았다. 잠에서 깨고나면 그 여운이 가시지않아 괴로웠다.



노파심에 미리언급하자면, 우리는 비슷한 학벌에 같은 직업을 가졌다. 우리 집은 서울에 살지만 매우 가난하고 남편의 집은 지방이지만 그래도 우리 집보단 잘 산다. 내 생각으로는 조건으로 도저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아버지는 시작부터 엇나갔다. 결혼하고픈 사람이 있다고 둘이 이러이러한 계획으로 하고 싶다고 일단 소개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나답지 않단다. 순서가 틀렸단다. 그래도 나는 우리 계획을 실행하고 싶으니 열심히 설득한다. 결혼하고 싶은 이유. 우리가 그렇게 계획한 이유.

제대로 듣지도 않는다.


"그 사람 장점이 뭐냐"해서 열심히 답변했더니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는다. 장점은 어느새 단점으로 둔갑해 버린다. "치명적인 단점이 뭐냐"고한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면 이미 헤어졌을 거다. 당연히 결혼도 하지 않을 거다. 내게 있어서 단점들은 있어도 치명적인 단점은 없다."라고 얘기하니 치명적인 단점을 찾아오란다. 그러면 허락해 주겠단다. 대관절 뭔 소린가 싶다.


겨우 설득해서 일단 소개하기로 한다. 예비시부모님한테 나 먼저 소개했다 하니 엄마가 뭐 하는 짓이냐고 등짝을 때리고, 아버지는 또 그 무시하는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나를 흘겨보며 한숨을 쉰다.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할까. 평생을 그러했다. 순서. 안 되는 것. 미신. 허례허식. 차례. 제사. 부모님에겐 나보다는 효율적인 것보다는 그런 것들이 훨씬 중요했다.


소개하는 자리는 가관이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아버지는 예의와 갖추어진 것 그런 것들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해놓았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한우선물세트에 정장을 차려입고 왔는데 아버지는 작업복 같이 보이는 후줄구레한 바람막이를 입고 왔다. 대화는 '회사면접도 그렇게 안 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박면접처럼 말도 안 되는 질문공세를 이어나갔다.


소개하는 자리가 끝나고 남자친구는 나도 이상하고 나의 아버지도 이상하다는 말을 꺼냈다. 예의가 중요하다는 사람의 옷차림이 그게 무엇이며, 나에게 말하는 말투가 마치 초등학생을 대하는 말투였으며, 나는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을 연기하려 애쓰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는 더 가관이었다. 아버지는 결혼얘기를 아예 회피했고 "나중에 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계속 설득을 하자 한말이라는 게 본인들은 10년을 만나고 결혼했는데 겨우 2년도 안 보고 결혼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부모님이 연애 10년 안한걸 뻔히 아는데. 어머니에게 뭐라 말해보라 하니 못 들었다고 회피한다.


나는 어떻게든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 상황, 시부모님 입장에 시동생까지 끌어온다. 그랬더니 화를 낸다. 지들 입장만 있냐고. 말이 안 통한다. 그저 또 앵무새다. 나중에 하란다. 결혼하지 말라는 소리냐고 물으니까 그건 또 아니란다. 결혼 얘기를 꺼내기 전에는 결혼생각 있냐부터 남자를 많이 만나라 하고 중매까지 이야기했었더랬다. 남자친구가 마음에 안 든 게 분명한데 차라리 그럼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면 좋을 텐데. 차라리 하지 말라고 말하면 좋겠는데 답답해 죽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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