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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어 Dec 20. 2023

작은 악마 너는 신생아

나를 홀려버린 악마

신생아 육아가 이런 거라고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가.


신생아 육아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나는 신생아는 그냥 자고 우유 먹는 아주 작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간단한 일들조차도 힘들어하는 게 신생아였다.

빠는 힘이 부족해 모유도 잘 먹지 못하는 존재. 혼자 잠들지 못하는 존재. 모유 먹다 잠들어버리는 존재. 그래놓고 30분도 못 자고 일어나 배고프다고 우는 존재. 기저귀가 축축해도 응가를 해도 온도가 추워도 더워도 옷이 조금 불편해도 우는 존재. 그것이 신생아라는 존재였다. 자지러져라 울 때면 정말 작은 악마 같았다.


놀랍게도 성인이 24시간 달라붙어있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가 신생아였다. 뱃속에 무려 9개월이 넘는 기간을 자란 후 세상에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무엇하나 스스로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인간이 도대체 어떻게 곳곳에 위험이 도사린 자연 속에서 살아남았는가 의문이 들었다.




초보 부모에게는 '신생아 목욕'이 정말 곤욕이었는데, 조리원에서 배워 나왔음에도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아이를 놓칠까 봐 긴장의 끈을 놓을 수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작고 여린 신생아를 너무 꽉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에 넣을 때도 울고, 물에서 꺼내면 추웠는지 더 자지러져라 울어댔다. 울음보다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고, 초보엄마는 익숙지 않은 손으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어떻게든 빨리 옷을 입혀주려고 했지만 자지러지느라 발버둥 치는 아기 때문에 그 역시 쉽지가 않았다.


토는 어찌나 하는지 먹이고 눕혔다 하면 토를 했다. 역류방지쿠션도 소용이 없었다. 트림을 그래서 꼭 시키라는데 아무리 들고 등을 두들겨줘도 잘하지 않았다. 트림을 하고 나서도 눕히면 어김없이 토했다. 빨래가 어찌나 많이 생기는지 매일매일 빨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일은 모유를 충분히 먹였는데도 아이가 자꾸 울어대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럽고 이리 달래보고 저리 해보고 고민이 많았었는데 알고 보니 엄마한테 모유냄새가 나니까 모유 달라고 나만 보면 계속 우는 것이었다. 눈치 빠른 남편이 알아채고는 나보고 떨어져 있으라고 했더니 금방 울음을 그쳤다. 엄마 얼굴만 보면 외치는 '엄마 밥 줘!'는 신생아부터 시작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초보 부모에게는 작은 울음소리도 안절부절못하게 하고 진땀 나게 만드는 일이었는데, 밤만 되면 아이는 '잠투정'으로 1시간을 내리 목청이 찢어져라 울어댔다. 모유도 분유도 거부하고 안아주어도 내려놓아도 계속 울어대는 것이었다. 특히 귀가 예민한 나는 거의 정신이 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항상 이웃집에 민폐는 아닐까 그 걱정도 많이 됐는데, 이웃집에도 큰 아이들이 있어서 그런가 아기울음소리로는 항의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겨우 잠 들고나면 한숨 돌릴까 싶었는데, 그러면 또 깨어나 울어대는 것이었다. 겨우 재운 아기가 작은 덜컹 소리에 갑자기 울어대면 자신도 모르게 우리 부부는 서로를 탓하게 되는 것이었다. "더 조심하지!"


겨우 다시 재우고 아기 침대에 눕히려고 하면 귀신처럼 '등센서'가 발동된다. 등센서란 아기들이 등에 마치 센서가 달린 것처럼 등을 바닥에 대게 하면 알아챈다는 것이다. 눕히는 데 눈을 번쩍 뜨면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새벽이 가장 큰 고비였다. 아이가 2시간에 한 번씩 깨서 우는데 그러면 모유나 분유를 챙겨줘야 했다. 조리원에서 집에 온 직후에는 남편이 새벽시간을 담당해 줬다. 감사하게도 남편 출산휴가가 늘어나서 10일이나 휴가를 쓸 수 있어 2주 동안 집에서 같이 아기를 볼 수 있었다. 마치 불침번 당번처럼 12시 이후로는 남편이 다시 5시 이후로는 내가 아기를 봤다. 나는 12시가 되면 아기 보느라 피곤했는지 기절하듯 잠들었고 나와 교대를 하고 나면 남편은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그나마도 나는 남편이 아기를 봐준다고 해도 새벽 3시쯤 일어나 유축을 하지 않으면 가슴이 아파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휴식과 잠이 정말 간절했다. 아기가 고맙게도 잠시라도 1시간 이상 쭉 자줄 때면 남편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쪽잠을 잤다. 그게 얼마나 꿀맛 같은 휴식인지.


이렇게나 힘든데도 불구하고 참으로 신기하게도 우리는 이 작은 악마와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 어떻게 나를 홀린 건지 보면 볼수록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걱정했던 점은 나도 그렇지만, 남편이 아기를 잘 돌보지 않고 자기 아이라도 아기를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풍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 누구보다 우리의 아이를 안아 들고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연애할 때 불타던 시절에도 나를 그렇게는 안 봤던 것 같은데 말이다. 괜한 걱정이었나 싶었다. 자기 아이는 다르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요 작은 악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럼에도 이 작은 천사를 어찌 사랑하게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아기가 신생아시기를 넘어가는 30일 차가 거의 돼 가면서 잠을 안 잤다. 신생아는 코알라도 아니고 하루에 16시간을 잔다던데 '신생아가 이렇게 안 자도 되나?'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잘 먹을 땐 잘 먹고 잘 땐 자기도 하니까 유야무야 지나갔다. 그러다가 무슨 계기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 우연히 우는 아이를 내가 안아줬더니 아이가 잘 잔 후였던 것 같다. 울 때 입에 손을 대봐서 입이 움직이면 배가 고픈 줄로만 알았는데, 졸려서 울기도 하는 것이었다. 입이 움직이는 건 단순히 본능이라서 배가 고픈 게 아닐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 아기는 스스로 자는 법을 모르는 것이었다!


안아 재우면 손탄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서양식으로 독립수면시키는 수면교육이 상당히 유행이다. 하지만 '아기가 처음 세상에 태어나 낯선 환경에서 피곤한데도 자고 싶은데도 못 자고 있는데 안재우는 게 맞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기를 재워주기로 했다. 불편하게 세워 안는 게 아니라 슬링을 사용해서 품에 두고 좀만 걸어 다니면 금방 잠이 들었다. 엄마 뱃속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닐까? 깊이 잠들면 침대에 내려놓긴 했지만, 좀 너무 잠을 못 자는 것 같다 싶으면 계속 슬링에 두고 TV를 보거나 하며 재웠다.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밤에 잠투정이 줄어든 것이다!

스스로 잠도 못 자는데 성장통도 있고, 피곤하니까 밤만 되면 그렇게도 울어댔던 모양이다.

'엄마가 빨리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아, 나도 정말 엄마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드디어 들었다. 힘들게 육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감이 잘 안 났었는데, 문득 정말 나도 엄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육아에 정답은 없으니 나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각종 정보를 참고는 하되 이아이와 나에게 맞는 육아를 하겠노라 다짐했다.




신생아 졸업, 내 생각과 실제 아이와의 괴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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