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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윤 Jan 10. 2024

내가 생각했던 아기와는 너무 다른 너

초강력 발차기와 초토화 비명

임신 이전, 내가 생각했던 아기는 아주 작은 존재였다.

그저 까르르 웃거나 미소 짓고, 배고프면 응애-응애-하며 조금 우는 그런 걸 생각했다. 양육자가 안아주면 그치고 마는 그런 울음 말이다.


나의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가만히 두면 힘찬 발차기를 해댔고, 신생아는 웃지 않았다. 다른 아기들은 배냇짓이라고 웃는 건 아닌데 웃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을 보여줬다. 우리 아이는 배냇짓도 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거나, 잠투정을 하거나, 목욕을 시키면 미친듯한 비명을 질러대며 허리를 뒤로 재꼈다. 목도 못 가누는데 몸을 재끼니 목이 꺾일까 봐 식은땀이 줄줄 났다. 온 집안을 초토화시키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은 초보부모를 멘붕(멘탈붕괴)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마음만 급하니 분유를 쏟고, 물을 쏟고 사고 치기 일쑤였다.


목욕 후 추운 건지, 옷을 벗은 게 불안한 건지 대체 뭐 때문인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는 아이에겐 옷 입히기가 가장 시급했다. 베이비마사지니, 로션이니, 크림이니 그런 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빨리 옷 입히기가 급선무였다. 그마저도 발버둥을 치니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소변까지 보면 그야말로 초보부모는 뇌정지가 오는 것이었다.


임신 후, 출산하면 베이비 마사지도 해주고 교감하는 상상을 했건만 그런 건 사치였다. 우리 아이는 얼굴에 손만 대면 자지러지며 울어댔다. 계속 발차기를 하고 몸을 움직여대는 통에 베이비 마사지 같은 건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까르르 놀아주는 모습을 상상했건만, 신생아는 아직 웃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저 안아달라고 하거나, 배고프거나, 졸려서 잠투정을 하거나. 그 세 가지뿐인 것 같았다. 


쪽잠을 지속하다 보니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영혼 없이 아이가 울면 분유나 젖을 먹이고, 안아 재웠다. 

새벽에 아이가 깨어 안아주었다가 안은 채로 소파에 앉아 그대로 잠든 적도 있었다. 남편이 깨웠는데 무려 30분을 아이를 꼭 끌어안고 앉아서 자버린 것이다. 아이를 놓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아니 얼마나 놀라웠는지. 그냥 실소가 나왔다. 이것도 다 추억이겠거니 했지만, 내 소원은 2시간 이상 자보는 게 소원이 되었다.

잠이 무척이나 많은 나인데도 새벽수유를 해내는 것을 보면서 '이게 호르몬의 힘인가!' 놀라워하는 매일매일이 지속되었다. 


드디어 신생아를 탈출하면서 아이가 아주 조금 옹알이도 하고, 얼굴을 톡톡 건드리면 웃기도 했다. 그때는 언제 웃나 웃는 거 기다리는 게 재미였던 것 같다. 그거 말고 재미를 찾을 길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이는 토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기가 토를 많이 할 줄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많이 토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분유나 모유를 먹을 때마다 토를 했다. 의사는 아무 문제없다고 했다. 트림을 잘 시키라는데, 아무리 시켜도 트림도 잘 안 하고 트림을 하더라도 토했다. 역류방지쿠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매일 토한 옷과 수건과 쿠션을 빨래하는 게 일상이었다.


가장 예상과 달랐던 것은 끝없는 식욕이었다. 배고파해서 먹이면 계속해서 먹고 싶어 했다. 모유던, 분유던 상관이 없었다. 젖병도 가리지 않았고, 모유도 분유도 가리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먹고만 싶어 했다. 그리고 많이 먹으면 분수토를 했다. 인터넷과 육아서적을 보면 신생아 시기가 지나면 배부름을 느끼면서 덜먹거나, 잘 안 먹는다는데 이아이는 오히려 더 먹으려고만 했다.

결국 찾아낸 방법은 공갈젖꼭지(일명 쪽쪽이)였다. 배고플 때는 안 통했지만, 그래도 먹고 난 후에 더 먹겠다고 울 때는 쪽쪽이를 물려주면 울음을 그쳤다! 금방 퉤 뱉었지만 말이다.

이 쪽쪽이가 없었다면 우리 아이 육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졸릴 때도 쪽쪽이가 있으면 좀 더 잠에 잘 들었다. 잠투정이 너무 심해 울 때는 통하지 않았다. 반드시 잠투정이 심해지기 전에 쪽쪽이를 물려야 했다. 이 쪽쪽이가 없었다면 아이도 나도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내 생각과 다른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내 마음속에 들어와 큰 자리를 차지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내 아이라는 이유 하나로 평생 느껴보지 못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참 그럴수록 이렇게나 미운짓을 해도 이쁜 내 자식인데, 나의 부모가 이해는 안 되었지만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이 감정을 즐기기로 했다. 



육아에 큰 도움이 된 육아템과 육아방식 고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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