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힘들지 않아야 육아도 가능하다
신생아 시기가 지나가자 아기가 깨어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멍 때리고 있는 아기가 심심해 보여(사실은 내가 심심해서) 초점책도 보여주고 이것저것 보여줬지만 아직 아기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터미타임(엎드려서 노는 시간)을 해주라는데 아직 목을 못 가누는 아기에겐 무리였다. 분유(모유) 달라는 울음과는 다른 애에앵 하는 찡얼댐이 있었는데, 그것은 알고 보니 아기도 심심한 거였다.
엄마가 안아 들어서 찡얼댐을 그쳐도 잠시뿐. 아기는 다시 애앵 하고 찡얼댔다. 집안 곳곳을 안고 돌아다니니까 찡얼댐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아기도 심심한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가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드디어 모빌을 사용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촉이 왔다. 국민모빌이라는 움직이는 모빌을 틀어주자 아기가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닌가! 잘 웃지 않는 아가였는데, 까르르 웃는 것이었다. 모빌에 나오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서 발차기까지 했다.
모빌, 아니 모빌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아기에게 붙어 한시도 떨어질 수 없던 엄마에게 잠시의 자유를 선사해 주셨기 때문이다. 이 모빌님 덕에 잠시의 집안일도 하고, 밥도 여유롭게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의 효자아이템은 수동바운서였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바운서도 있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아이가 좋아할지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에 저렴한 수동바운서를 구매했다. 내가 흔들어주어도 되지만, 아이가 발차기를 하면 흔들리는 갓난아기용 의자라고 할까. 허리에 힘이 없는 아기들을 위해 45도 정도 눕혀진 자세로 앉힐 수 있는 게 바운서였다. 모빌을 보여주고 밥을 먹기도 하고, 이 바운서에 앉혀 옆에 두고 밥을 챙겨 먹기도 했다.
이것도 타이밍이 아주 중요했는데, 아기가 기분 좋은 타이밍을 엄마가 파악해야 한다. 그 타이밍에만 이 아이템을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아이 패턴을 파악해서 요령 있게 활용한 결과, 나는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살은 안 빠졌지만, 산후회복이 정말 빨랐던 것 같다. 산후조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워낙 들어왔던 터라 신경을 많이 썼다. 살은 나중에 운동해서 빼면 될 일이었다.
이 산후조리에는 남편의 일조가 정말 컸는데, 본인이 낳자고 한 아기라서 책임감이 더 컸다고 한다. 어떻게든 내 식사를 챙기고, 퇴근하고 와서도 빨래, 청소, 설거지 모두 본인이 최대한 많이 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출근해야 하는 밤귀 밝은 남편을 다른 방에 재우고 혼자 새벽담당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많은 엄마들이 아기 때문에 밥 먹을 시간이 없다고 말을 했다. 요즘 엄마들은 너무 아기에게 정성을 쏟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었다. 물론 나도 정성을 쏟고 있고, 그들을 비난하거나 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아기를 돌보는 것은 대부분 전적으로 엄마의 몫이다. 그러면 엄마가 먼저다. 아기가 먼저가 아니라. 엄마 먼저 챙겨야 엄마가 아기를 더 잘 돌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걸 망각하는 엄마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기가 조금이라도 우는 것을 못 견뎌하는 엄마들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아기가 우는 것을 견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기가 울면서 분유 타는 거 조금 기다려도, 엄마가 못 안아주는 상황에 울며 기다려도 큰일 안 난다. 아기도 세상에 적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기는 말을 못 하니까 그냥 '밥 줘!' '안아줘!'하고 소리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낫다.
심지어는 신생아 때부터 '가짜울음'이 있는데, 이걸 모르는 엄마들이 많다. 우리 부부는 우리 아이의 신생아 시절에 이미 가짜울음을 파악했다. 가짜울음의 특징은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진짜 울음처럼 마치 강성울음처럼 소리를 낸다. 아기는 이 가짜울음을 자기 좀 봐달라는 관심을 요구하거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한다. 예를 들면 본인을 엄마가 봐주지 않을 때, 엄마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있을 때, 유모차나 카시트에서 꺼내달라고 요구할 때,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기를 원할 때 등이 있었다.
가까운 지인도 그걸 몰라서 돌이 다된 애가 가짜울음을 하는데 큰일 날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더라. 무관심하도록 도와줬더니 지인의 아기는 가짜울음을 그쳤고, 주변 물건을 탐색하며 잘 놀았다.
가짜울음을 파악하니, 아기의 모든 울음에 1분 대기조처럼 안절부절못하지 않아도 되어서 육아에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심적으로 스트레스와 고통도 줄어들었고 육아가 좀 더 수월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육아가 쉬운 건 전혀 아니었지만 말이다.
엄마가 힘들지 않도록 현대문명과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하는 게 요즘 육아법이다. 좋은 상품들이 많으니 잘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내 아기를 최대한 파악해서 아기가 기분 좋을 때, 아기가 낮잠 잘 때 밥도 잘 챙겨 먹고 잘 휴식하는 게 최고의 육아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힘들지 않아야 육아가 가능하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잊지 말자.
기쁨도 잠시, 육아에 찾아온 첫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