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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우내 May 08. 2024

시베리아만큼 춥고 냉랭한 취업시장

나 올해 안으로 취직하냐..?






학원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들여 만든 프로젝트인 모바일 앱이 마무리 되는대로 난 학원을 졸업한다.

서울살이하면서 엄마한테 도움도 참 많이 받았다. 모든 내 힘으로 하겠다고 해 놓고서 참 아이러니하다.

6개월의 수강 기간에 한 달을 더해 7개월을 꽉 채우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4살에 해 본 적 없는 고민이 나를 뒤덮는다. 올해 안으로는 취직하겠지..?

경기가 어려워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문직을 벗어난 난 이젠 정말 취준생이 되었고, 그 프레임에 덩달아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당시 나의 계획은 무조건 하반기 전에는 취직을 하는 것이었다. 6월에 졸업했으니 무조건 9월달 전에는 취직을 하자. 기간을 타이트하게 잡아야 빠릿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사실 학원에서 건진 건 포폴 하나였다. 그 포폴로 떡하니 붙으면 너무 좋겠지만 바늘 구멍보다 좁은 취업 시장은 냉랭했다. 서류를 100개 넘게 넣어 봐도 연락 오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사실 그때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을 지금 시기에 많은 취준생분들께서 공감하실 거라 생각한다. 대체 서합 하는 사람들의 포폴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 또한 모르는 번호로 오는 연락에 울고 웃었다. 


언제쯤 면접이라는 걸 볼 수 있을까, 한참을 갈망하던 도중 연대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도중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 하나가 왔다. 사실 원래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데 시기가 시기니 만큼 모든 전화를 곧잘 받았다. 

을지로 부근에 있는 회사에서 온 연락이었다. 면접을 보고 싶으니 이틀 뒤 오라는 연락이었다.

사실 첫 면접이다 보니 스케줄을 조절하거나 내게 유리하게 면접 일정을 미루는 능숙도는 일절 없었다. 이틀 뒤인 면접에 부담이 가긴 했지만 응하지 않으면 괜히 면접 결과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았다. 알겠다고 말씀 드리고 부랴부랴 집에 가서 정장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뿔싸, 당장 이틀 뒤 면접인데 자취방에 셔츠나 슬랙스를 가져왔을리 만무했다. 디자이너 단톡방의 경험자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캐주얼 정장을 입으면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 누구는 니트도 입고 가고, 누구는 그냥 깔끔한 옷으로 퉁쳤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면접이니 정장을 입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차피 로퍼와 구두도 없었기 때문에 면접 준비를 하다가 말고 인천 본가로 향했다.


연락도 없이 온 딸에게 놀란 것도 잠시 정장을 챙기러 왔다고 하니 연락이라도 했으면 밥이라도 해 놨을 거 아니냐는 엄마의 미안함 섞인 잔소리는 이내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걱정으로 바뀌었지만 면접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정장과 구두만 챙겨들고 바로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너무 급했다. 집에 가는 길에도 예상 면접 질문이 뭐가 있을까 여기저기 구글링도 해 보고 유튜브를 뒤져봤다. 디자이너 면접 꿀팁, 등등 여러 검색 결과가 나왔고 질문지를 워드 파일에 복붙해 대충 예상되는 답변을 혼자 중얼거렸다. 요새 추세는 그렇지 않지만 원래는 포폴 PR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부랴부랴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프로젝트별로 정리했다. 하루 전날 밤 모든 내용을 외우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시 없을 기회일 수도 있으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침대 맡에 PR 대사를 올려두고 잠이 들었다.


드디어 첫 면접 당일이 되었다.

긴장감에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내가 면접 보러 가는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2시 약속이었던 면접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늦는 것보단 일찍 와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주변에 카페에서 남은 면접 질문을 정리할까 했는데 오피스 근처에다 시간이 점심 시간인지라 카페는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다. 3곳 정도 방문했다가 포기하고 회사 뒤쪽에 벤치에 앉아 포폴 PR을 외우기 시작했다. 제발 말 더듬지 않게 해 달라고 빌면서. 땀이 워낙에 많았던 탓에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리다 약속 시간 20분 전이 됐다. 보통은 20분 전에 도착한다고 하는 조언이 생각나 인사 담당자분께 연락을 드렸다. 잠시 후 인상 좋은 분께서 내려와 사원증을 찍어 주며 해당 면접 장소로 나를 안내해 줬다. 사실 내 오랜 로망은 목에 사원증 걸고 사원증 찍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회사였는데. 새삼 멋져보였다. 원래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다 그런 건가, 라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대기 장소에 앉아 예상 질문지를 훑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갖다 주셨는데 어디로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난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앞선 지원자분과는 분위기가 제법 좋았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나오는 게 들렸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공유 오피스라고 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꽤 규모가 큰 회사였다. 거기다 가장 좋았던 건 외국인분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이었다. AI 라는 미래지향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욕심이 많이 났다.


인사담당자분과 디자인 팀장님이라는 분과 2:1 면접을 시작했다.

긴장감에 내가 침을 삼키는지 아닌지 다 느껴질 지경이었다. 내 예상과 다르게 포폴 PR은 없었고 회사와 관련된 질문 몇 가지와 내 포폴에 대한 질문 서너가지를 받았다. 이제와서 가장 후회되는 건 내가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너무 공부하지 않았던 것.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어떻게든 그 정보를 외우려 애썼다면 면접 질문은 AI를 이용한 서비스를 경험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사실 그리 어려운 질문들도 아니었는데,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던 탓에 기본적인 부분도 다 놓치고 말았다. 진한 아쉬움에 디자인 팀장님께서 잡아 주시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스스로를 원망했다.


'하... 왜 하필 첫 면접으로 이 회사였을까...'



차라리 능숙하게 탈락의 고배를 5번은 마시고 나서 연락해 주시지...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다시금 서류 뿌리기를 시작했다.

예상처럼 결과는 탈락이었다.



또다시 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면접이 끝나자마자 회고하는 게시물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경험했다고 2번째는 덜 긴장되더라. 그리고 요새는 프리하게 면접을 보는 분위기라 포폴 PR은 대체로 없었다는 게 또다른 신의 한수. 쓸데없는 건 과감히 버리고 예상 면접과 기업 분석에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회사 괜찮은데? 하는 회사 공고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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