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챗에 대한 타는 갈증
내가 디자인 학원을 다니면서 가장 외롭고 힘들었던 건 부족한 네트워킹이었다.
다른 반은 학원에서도 으쌰으쌰 같은 반 분들끼리 또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도 파서 교류하기도 하고 스터디도 따로 만들어 공부했던 걸로 알고 있다. 우리 반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수업을 끌어가는 분이셨는데, 그걸 따라가듯 덩달아 반의 분위기가 항상 조용했다. (선생님 탓을 하는 것은 아니다. ) 그 누구도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 그런 분위기...
모두가 취직 및 이직이라는 한 가지의 목표를 갖고 달리고 있으니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의 스터디나 네트워킹은 당연히 따라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큰 기대였던 것 같다. 우리 반은 수업 시간에는 각자 작업하기에 바빴다. 그에 반해 물을 마시러 가거나 커피를 뽑으러 아래 층으로 내려갈 때 보는 다른 반 수강생 분들끼리는 교류도 하고, 하하호호 웃는 분위기였던 게 너무 부러웠다. 교류에 대한 타오르는 갈증으로 몇 번이나 먹을 걸 나누면서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삼엄한 경계에 나도 포기했다. 가뜩이나 팍팍한 취준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하고 싶었을 뿐인데.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도 다 대학교 전공이 같은 친구들뿐이었다. 하다 못해 고등학교 때 친구들 또한 대부분은 보건계열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정보를 나눌 창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커피챗(원하는 사람과 연결되고, 궁금한 커리어의 사람과 1:1로 대화하는 과정)도 몰랐던 시기라 어떻게 해야 업계 선배들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 어찌 보면 학원에 계신 선생님께서도 나의 선배였는데 선생님을 100% 활용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기도 하다. 피드백 받을 때 이외에는 선생님과 사담을 나눠 본 적도 없고, 그나마 졸업이 다 되어서야 취준을 어디로 할 것인지. 커리어는 어떻게 쌓고 싶은지 등의 상담이 한 번 더 이어져 그때 이야기 나눈 것이 다였다.
주변 친구들을 수소문하다가 영상 디자인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가 생각나 10년만에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저 SNS으로 근황만 알고 있었는데 여러 햇수만에 연락을 하려니 괜히 미안했다. 그것 또한 나의 필요 때문에 친구를 찾는 꼴인 것 같아서. 하지만 고민과 달리 친구는 흔쾌히 만나자는 제안에 응해 주었다.
어쩌다 첫 번째 커피챗(?)
고등학교 때 내가 미대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 모든 친구들이 알 정도였다. 그 친구도 내가 미대를 준비하고 있어서 당연히 미대를 갔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했다. 짠내나는 이야기에 마음이 쓰렸다. 들어 보니 친구는 전문대 미디어학과에 들어갔고, 그 기간 동안 각종 툴의 자격증과 공모전을 나갔다고 했다. 사실 비전공자가 가장 후달리는 부분이 이것이다. 스펙과 능숙함의 부족. 물론 친구는 자신은 영상 및 그래픽 디자인 쪽이라 네가 하려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멘트를 덧붙였다. 그렇다. UIUX와 그래픽 디자인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그럼에도 업계의 현실을 알고 싶었기에 실무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묻고 싶었다. 친구는 자신의 이직 경험과 연봉 협상의 과정을 얘기해 주기도 하고, 직장 상사와의 갈등, 자신이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현타가 온 순간 등등... 생각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흥미로운 동시에 갑갑해진 나는 당장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 뭔가 대책을 모색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비전공자이니만큼 HSL, RGB와 같은 색의 기본적인 요소나 레이아웃 등 여러가지 이론에 대해 부족했으므로 당장에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UIUX 디자이너로 일하고 계시는 현직 실무자분들의 책을 골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정말 필요로 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비전공자들은 나처럼 이러한 네트워킹이 너무나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직장인이든 취준생이든 모두에게 네트워킹은 중요히다. 직장인은 이직과 역량을 올리기 위해서, 취준생은 실무와 현업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
그래서 현 시점에서 내가 어떠한 루트로 현업 선배들과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는지 공유하겠다.
(절대 광고 아님. 나도 안 해 봐서 해 볼 요량으로 공유함)
[커피챗] app
말 그대로 현역에 내로라는 분들께(네카라쿠배 구글, 쏘카 등등) 포폴 리뷰나 현 직군에서 드는 고민을 공유하고 터놓을 수 있는 앱이다. 시간은 20분 30분 40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운영되고 있어 공유한다. 포폴 리뷰는 40분이랑 60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약 5만원대. 근데 포폴 리뷰는 디자이너 채팅방에서도 들어 보니 대부분 5만원대선이나 그 외에는 따로 하시는 분들은 더 많이 받으신다고 했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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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SNS
인스타그램이나 X, 스레드 등에는 생각보다 많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는 작업 계정을 파 두기도 하고, 도움이 될만한 팁들을 모아 둔 계정들을 만들어 둔 분들도 있다. X는 좀 더 러프한 분위기다. 일상적인 고민과 현 주소를 말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듯하다. 가볍게 contact 하기에 용이하다. 리트윗을 하거나 언급을 하며 친분을 쌓아가고 다른 디자이너의 생각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적어 리트윗도 가능하다. 이 방법 외에도 자기계발이나 새로운 툴을 배우기 위해 강의를 결제한 분들이라면 해당하는 강의의 연사분께 디테일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네트워킹 파티
나는 주로 어렵지 않게 네트워킹 파티에 참석했던 것 같은데,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와 같은 직군들이 모여 인사이트를 나누며 협업의 기회를 얻기도 하고 업무적 스트레스를 풀어내기도 한다. 일부 참가비가 들 수는 있지만 오프라인보다는 좀 더 타이트한 텐션이라 개인적으로 더 선호한다. 그리고 뭣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노하우를 공유 받기엔 더할나위없다. 내가 질문을 하면 바로 피드백을 받는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플렉스웍의 네트워킹 파티에 참여했었다.
줌 미팅 혹은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웨비나 참석
웨비나는 대부분 스펙을 가진 분들께서 강의를 진행하라고 제안을 받으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덕분에 우리는 좋은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연사님에게 바로바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줌 미팅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일을 하고 계시지 않거나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는 경우에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실리콘밸리 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다양한 경로로 웨비나에 참석했었다.
이오플래닛의 이벤트를 가끔 확인하면 온라인 웨비나 일정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한 플렉스웍도 동일하게 이벤트 메뉴를 확인하면 소모임이나 웨비나 일정을 알 수 있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만의 네트워킹 라인을 구축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