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방문으로 벌써 심리 상담이 3회차에 접어들었다. 매번 힘든 길을 오가는 게 곤욕이었기에 체감상 이미 10회를 넘었다고 착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TCI 검사와 문장 완성 검사, 그림 검사를 마쳤고 선생님의 실수로 자료를 두고 오신 바람에 한 번을 거쳐 본격적으로 검사지에 대한 해석을 기반으로 심리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6시가 좀 안 되는 시간에 도착해 고개를 빼꼼 내밀면 선생님께서 웃으며 반겨 주신다. 환한 미소와 달리 센터의 분위기가 고요한 탓에 매번 쭈뼛대며 인사하며 앉는다. 이전 글에서 적었던 것과 같이 환절기에 면역력이 많이 약해진 탓인지 아직까지도 기침을 달고 있는데 물 좀 갖다드릴까요? 오시는 길 힘드셨죠, 라는 인사치레라도 친절하고 따스하게 맞아주시는 게 참 감사하다.
"지난 번에 다녀가시고 나서 한 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상담을 진행하면서 인지하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일주일마다 나의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부를 빙자한 질문을 듣고 있노라면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내가 이번 주에 뭘 하고 지냈더라...
그럼 말을 잃고 그저 좋게 웃으며 일하면서 그럭저럭 보냈던 것 같아요, 라는 싱거운 대답을 하고 만다. 아직은 선생님이 반가우면서도 낯선 사이기 때문일 것이고, 친구가 아닌 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사귈 때 매번 써먹었던 넉살을 보이기도 어려운 자리라 그럴 것이다.
심리 상담이라니, 상담이라는 단어는 나에 대해 낱낱이 고해야 할 것 같은 불편한 까끌거림이 있다. 하지만 어색함도 잠시 오고가는 몇 마디 문장들로 분위기는 금세 풀어진다. 이전 검사지를 기반으로 궁금했던 점에 대해서 물어보며 어떠한 점이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 또 이 문장을 보니 나의 어떤 점이 궁금했다 라며 질문을 하신다.
거의 50분 정도를 진행하는데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가 너무 내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 건가?' 라는 것이다. 말을 뱉어내고 있음에도 내가 얘기하는 사람들이 선생님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걱정된다. 어쨌든 나의 고민 안에 있다면 여지없이 '내 사람'의 범주에 있는 관계일 텐데...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고해성사하듯 이야기에 실어 뱉는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숱한 고민과 어려움이 있던 과거 일을 토로하고 나면 이상한 편안함과 공허가 찾아온다. 이래서 다들 상담을 받는 건가. 나의 말만 듣고 무조건적인 공감을 해 주는 선생님을 보면 이상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조건적인 내 편이라는 생각, 하지만 동시에 나를 어떤 방법으로든 판단할 것 같은 두려움. 그냥 내가 좋은 쪽으로만 생각해 버리자, 하고 좋은 감정만 느끼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오래 느끼려 한다. 나를 아예 모르는 생판 남에게 나의 힘듦을 내보이고 난 이래서 슬펐고, 지쳤고, 너무 괴로웠다 라는 걸 말하면서 처음엔 부끄럽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 위로 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때의 난 이랬겠구나 말하면서 깨닫기도 하고 그때의 나는 이런 부분이 부족했구나 스스로 반성하기도 한다. 마치 내가 적은 글을 수년 뒤에 내가 다시 봤을 때의 부끄러움처럼 그 나잇대에 내가 했던 고민, 왜 내가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이상 자아와 현실 자아가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하나씩 가늠해 보면서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러다가 언젠간 내가 나를 사랑해 줄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