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없다면, 오르고 내림이 없다면 우리네 삶이 지루하겠지
호퍼(Hopper : 먼지를 포집 후, 하부로 배출하는) 인양작업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필터 체결을 마치고 주요 밸브류 조립을 앞두고 있었다.
‘흠, 이제 2~3일 후면 마무리되겠구나
이곳으로 급히 내려온 지 이제 열흘이 다 되어가는구나 ‘
급히 내려오다 보니 옷가지 몇 벌만 챙겼었고,
때 이른 더위에 같은 옷을 하루 이상 입을 수가 없었다.
주말 작업이 없을 때 허름한 옷이라도 몇 벌 사야지 생각하며, 주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정우 과장! 이걸 어쩌지?
상판에 조립해야 할 부속의 길이가 맞지 않네? “
“공장에서 제작하고 조립 검사 안 하셨어요?”
“어, 시간이 촉박해서 내려오기 바빴지, 어떡하지?
자르고, 손보려면 공장에서 작업해야 하는데
그러면 일정이 많이 늦어질 것 같은데 “
바쁘다 하여 조립 검사조차 하지 않은 작업반장이 원망스럽고 답답하다.
‘큰일이다.
토요일 오후시간 경기 화성의 공장에 다녀오라기에는
아, 대구에 있는 선배들에게 부탁해 보자 ‘
예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들이 대구에서 구조물 제작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 정우입니다.”
“어, 그래 정우야!
경기도로 이직했다더니 잘 지내지? “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
“어, 무슨 일?”
“구미에 여과집진시설(Bag-Filter) 설치 때문에 내려와 있는데 상판에
조립해야 할 부속의 길이가 맞지 않아서
내일 혹 공장에 있으시면 저희 반나절만 함께 쓸 수 있을까 해서요?
저희 공장이 경기 화성이어서 “
“괜찮다.
아침 일찍 와라!
작업 마치면 우리끼리 점심이나 하자 “
우여곡절 끝에 선배의 공장에서 작업을 할 수 있어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선배들은 일요일에 작업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미안해할까 봐
일부러 다들 나와서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남은 일도 마무리하였다 했다.
‘선배들의 따뜻한 배려가 새삼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