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야, 훗날의 너는 저리 하지 않기를 오늘을 꼭 잊지 말자!
TCD 방문 이후 한 달여쯤 지났을까
가장 노후가 심했던 공정의 설계와 제작이 마무리되어 노후 설비의 철거와 설치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공정 운영과 노후 설비의 철거·설치가 동시에 이루어지다 보니 순간순간 조율이 필요하거나
다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잦았다.
담당자로서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작업이 시작되는 이른 아침부터 작업이 마무리되는 늦은 오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을 지켰다.
한 달여를 현장을 지키다 보니 회사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길이 요원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였을까
이즈음 충남 아산 소재 중견기업의 신규 시설 입찰에 참여하라는 연락이 있었다.
훗날 전해 듣기로는 입찰을 위한 현장 설명회에 이근우부장이 다녀왔다 했다.
나름 규모가 있었던 입찰이었기에 이부장은 혼자 준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나를 지목해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했다.
이부장은 일전에 내가 준비한 입찰서류에 빠진 것이 많다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다 자신이 잘 못 알고 있던 것으로 밝혀져,
나와 여간 불편한 사이가 아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밀려들었다.
그날도 TCD에서 한참 유호상과장과 현장 내 여러 변수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때마침 가장 노후된 시설의 철거를 앞두고 있던 터라 한참 예민해져 있었다.
그런 때 갑자기 나의 휴대전화가 요란스럽다.
이근우부장이다.
유과장이 편히 전화받으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예, 김정우입니다.”
“어, 김과장 오늘도 TCD니? “
“예, 내일 노후 시설 철거가 있어서 다들 모여 상의하고 있었습니다.”
“김과장, TCD가 우리에게 고마운 회사는 맞는데
네가 한 달여를 TCD에 있는 게 맞나 싶다.
다른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니? “
“부장님, 이시운상무님께 미리 말씀드리고 허락을 구했습니다.”
“아무튼 긴말하고 싶지 않으니 오늘 오후에 사무실 들어와
몇 시에 들어올 거니? “
“유호상과장과 상의하고 전화드리겠습니다.”
“너 참 답답하구나
오후 4시쯤 들어와, 그럼 끊는다. “
막무가내다.
답답하지만 어쩌겠는가, 과장과 부장인 것을
유과장에게 회사에 급한 일이 있는 것 같다며 양해를 구하고 오늘 오후만 자리를 비우겠다 했다.
유과장은 특별한 일도 없는데요 라며, 회사 들어간 김에 일찍 퇴근하라 하며 웃는다.
급히 현장에 전달해야 하는 사항들을 알리고,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간단히 짐을 풀고 이부장에게 가니 못마땅한 얼굴로 한마디 한다.
“김과장, TCD 외에는 우리 회사가 일이 없니?”
“아닙니다.”
“그럼 TCD에 한 달여 씩 있는 이유가 뭘까?”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이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아무런 대답 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거, 현장 설명회 자료니까
확인해 보고 입찰 준비해 줘
네가 일전에 사고 친 공사 마무리하다 보니 당최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일전에 있었던 여과집진시설(Bag-Filter) 경쟁 입찰 해프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았다.
이승훈팀장에게 입찰가도 나쁘지 않았고, 제작·설치 과정에서 절감된 부분이 다소 있어 회사가 손해를 입을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 들었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뭐 더 이상 나누고 싶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없던 터라 알겠다 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좋은 이야기로 공사 마무리하려니 좀 바쁘네,
마땅히 입찰 준비할 이가 딱히 없어서라 이야기했더라도 나로서는 싫다 할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사고 쳤다는 그 공사는 시운전까지 마친 후 정산해 보니 손에 꼽을 정도로 이익이 남았다 했다.
정우야, 훗날의 너는 저리 하지 않기를
오늘을 꼭 잊지 말자,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