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강행군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라는 약속은
벌써 몇 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시운상무는 입찰을 준비하며,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내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란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애초에 업무 분배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주말도 없이 몇 년을 보냈는지 휴가는 다녀온 적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이상무에게 몇 차례 더 이야기해 보았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조금만 더 참아보자, 지금까지 잘해 오지 않았냐 란 말 뿐이었다.
마치 무한 반복되는 되돌이표 같았고,
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무책임한 선배와 방관하는 동료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까?
이대로 미련하게 하루하루 버티기만 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의 선택지는 간결하고, 명료했다.
‘이직’
나의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더 이상 무리였다.
이직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30대 중반의 적잖은 나이에 바쁘게 지내다 보니 변변히 무엇인가 이루어놓은 것이 없었다.
다수의 프로젝트를 경험했다고 하나 나와 비슷한 위치의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무엇인가가 없던 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더 이상 무리라 생각하며, 정작 결정은 내리지 못한 채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무료하지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간만에 휴일 공사가 없었다.
긴 한숨을 쉬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답답해하며,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멍하게 있기를 몇 시간 째인지 흐릿해질 때쯤
나의 휴대전화가 요란스럽다.
“예, 김정우입니다.”
“안녕하세요
일전에 면접 보셨던 혹시 기억나실지 모르겠네요? “
“아, 기억납니다.”
“예, 혹시 아직 구직 중이실까요?”
“예”
“그럼, 저희 회사에 입사하실 수 있을까요?”
“아, 시간이 꽤 지나서 떨어졌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내부 사정이 있어 연락이 늦었습니다.
입사하실 뜻이 있으시면 내일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 “
“예, 내일 오전시간 전화 부탁드립니다.
오후에는 통화가 어려울 듯해서요. “
“예, 내일 오전 10시쯤 전화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했지만 내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으니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