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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Oct 20. 2024

나는 우리 회사의 가장입니다.

입찰 준비에, 공사에 시운전까지,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TCD 노후 시설 개선공사는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하나가 시작되는 형국이었다.

한동안 공사가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라 했다. 

아무래도 노후 시설을 순차 개선하고자 계획하였으니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당시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이근우부장의 충남 아산 프로젝트, 이승훈탐장의 경북 구미 프로젝트, 

내가 진행하던 경기 안산 TCD 프로젝트 외 이렇다 할 프로젝트가 없었다.

소나기가 내리다 잠시 그친, 가쁜 숨을 몰아쉬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던 중이었다.

이런 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두기만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마무리 지어야 한다.

언제 또다시 바빠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나름 무료하지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그간 이런저런 계기로 연을 맺고 있던 회사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승훈팀장의 주 업무가 입찰 준비였기에 경북 구미 프로젝트로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워두고 있던 이때

당연히, 입찰 준비 등의 업무는 내가 도맡아 처리해 왔다.

이팀장이 그리 할 수밖에 없다 하였기에 내가 맡아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수주 이후의 공사 준비와 진행, 시운전은 이시운상무가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라 하였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비록,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착각임을 깨달았지만


당시,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환경 관련 기준이 강화되고 있었다.

하여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시설 변경 혹은 개선 등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사업장에서 시설 변경 혹은 개선, 유관 기관가 소통, 인·허가 등을 자체  진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관련 사항을 상의하고 함께 진행하였으면 한다는 연락이 꽤 자주 오는 편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연락을 받고 진행하여야 할 사업장들을 살펴보니 일곱, 여덟 개 사업장이다.

‘그래, 개정된 기준에 맞추어 대비사항들을 설명드리고, 입찰 등 관련 사항을

 준비하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 하나하나 시작하자!‘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준비하던 사업장 모두 프로젝트 진행을 우리와 함께 하는 것으로 상호 협의되었고, 공사 준비 등 진행이 필요하다 이상무에게 보고했다.

“상무님, 현재 입찰 준비하던 결과가 좋아, 강화된 환경 기준 준수를 위하여 추가

 시설 설치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공사 준비와 관련된 업무 분배를 부탁드립니다. “

“어, 그렇지

 정우야, 네가 맡아서 진행해 보는 게 어떨까?“

“상무님, 저 TCD 공사 준비와 더불어 향후 개선공사 설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방금 보고 드린 바와 같이 입찰 준비, 기초 설계 등을 함께 담당하고

 있고요, 

 죄송하지만 제가 담당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정우야, 이근우부장 아산 내려가 있고, 그 나머지 인원들도 모두 크고 작음은

 있겠지만 각자 맡은 프로젝트가 있으니 추가로 업무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니?

 더군다나 네가 입찰 준비하며, 전반적인 내용도 속속들이 알고 있고, 

 기초 설계까지 마무리되어 있다 하니 그리 어려운 일일 것 같지는 않아서“


비록 중소기업이라 하지만 상무와 과장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맡을 수 없다 고집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었던 터라 

이번 프로젝트까지 맡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내가 입찰 준비하며, 진행 사항을 알고 있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야 라는 허황된 약속이 이곳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이어지리라 생각지 못했다.

내가 순진한 것이었는지, 아둔한 것이었는지 

아직까지 도통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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