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길 낭떠러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게 아닐까?
하루, 이틀이 지나며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려 애썼다.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무기력한 생각이 나를 휘감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하루, 이틀, 사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조금 더 움직이려, 조금 더 고민하려 했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듯했다.
마치 표류하는 듯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낼 수만은 없다.
일어서야 한다.
우선 같은 직무를 맡고 있는 김영인과장에게 다가가려 애써보았다.
김과장은 입사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다 했다.
“김영인과장 회의나 이런 것 있으면 알려주고, 혹 현장 갈 때 같이 갔으면 해요.”
“예, 차장님
저 혼자 있어서 항상 걱정이었는데, 차장님 오셔서 든든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하지만, 김과장의 말과 행동은 사뭇 달랐다.
며칠이 지났을까
김과장이 시계를 보더니 수첩과 필기구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난 며칠 몇 차례 있었던 일이기에 오늘은 꼭 물어봐야겠다.
“김과장, 혹시 회의 가나요?”
“아, 제가 공정 회의가 있는 걸 깜빡했네요.
차장님 오신 지 얼마 되시지 않아 바쁘신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시간 괜찮으신가요?“
“예, 시간 괜찮아요.”
“그럼, 같이 가세요.”
“다음부터는 바쁘더라도 회의가 있으면 꼭 이야기해 주세요.”
“예, 오늘은 깜빡했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주의하겠다는 김과장에게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래 바쁘면 깜빡할 수 있겠지’
별것 아니라 생각하며, 회의실로 향했다.
어쩌면 별것 아니라 생각하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훗날 돌이켜 생각하면 나의 아둔함이 안타깝고, 안쓰럽다.
그날 이후 몇 번은 공정회의에 참석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참석한 공정회의가 전부였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정회의 중 몇 번의 알 수 없는 협의 결과가 있었기에
공정회의뿐만이 아니라 현장도 함께 가지 않았다.
김과장이 현장에 가기 위해 도면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을 때,
안전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을 때 짐짓 모르는 척하며,
잠깐 현장 같이 볼 수 있을까요 라며 물었고,
김과장은 애써 침착해하며, 함께 가자했다.
익숙하지 못한 것, 모르는 것 투성이었기에
김과장에게 무언가 물어봐야 할 때 항상 조심했다.
직급의 차이보다 익숙함의 차이가 더 크다 생각했기에
하지만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아차리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