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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늦지 않았기를

난생처음 ‘나’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소중한 ‘나’이기에

by 갬성장인

이 악연의 고리를 나 스스로 끊어야 한다.

더 이상의 노력의 시간은 이제 나에게 무의미할 뿐이다.

‘김정우, 지금까지 애썼다.

지금껏 바쁘게 지내온 너에게 너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건 어떨까?‘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더 이상의 고민은 무의미하였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지난 1년여 동안 애썼지만, 아무리 애써도 닿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아, 많이 미안해”

“아니야, 당신의 매일매일이 최선이었어,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 생각하자”

“고마워, 이해해 줘서”

이제 더 이상 주저하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스르르 잠이 들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차장님!

오늘 표정이 굉장히 밝아 보이십니다. 좋은 일 있으십니까?“

김영기 과장이다.

“모처럼 잠을 푹 자서 그런가 봐요.

오늘 강과장님 현장 점검 있는 날 이죠?“

“예”

“오늘 괜찮으시면 점심 같이 할까요? 우리 3명이서”

“예, 강과장님께 조금 일찍 오시라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로또 되셨습니까? 저 잊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차장님 허허허“

“불행하게 로또는 아직 안 됐고, 그냥 3명이 모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서요.”


김과장의 객쩍은 농담에 한참을 웃었다.

현장을 살피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강현과장이 도착해 있었다.

“하실 말씀 있으신 거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김과장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다들 도착하셨으니 식사하러 가시죠?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제가 막내 아닙니까 허허허“

근처 맛 집으로 소문나있는 중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차장님 로또 되신 것 같습니다. 과장님

저희 잊으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과장의 농담이 이어진다.


“차장님,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십시오.

굳이 이곳을 고집하시기에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요.“

김과장의 농담을 막아서며, 강과장이 이야기를 꺼낸다.

“예, 사실은 이번 달까지 애쓰려고요,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아서요.”

“가실 곳은 정하셨어요?”

“아니요, 잠시 쉬려고 합니다.”

“안됩니다. 차장님”

가만히 듣고 있던 김과장이 나선다.


곧이어 식사가 준비되었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간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고, 도와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와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음을 함께 전했다.

“어럽게 하신 결정이라 생각되기에 더 이상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이른 감이 있지만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과장이 차분히 이야기했다.

김과장은 말이 없었다.

“김과장님은 말이 없으시네요. 서운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색한 침묵 속에 식사가 이어졌다.


그날 오후 이현소장에게 그만두겠다 이야기했다.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그간 고생했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이제 인수인계와 사직서 제출 등으로 남은 기간을 마무리하면 될 듯했다.

입사 이후 처음 느껴보는 홀가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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