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계획 없이 저지른 퇴사
며칠이 지났을까?
첫 일주일은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책을 보고 싶으면 책을 보고, 잠이 오면 잤다.
마치 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그렇게 일주일을 흘려보냈다.
마치 무언가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 결심한 것처럼
그렇게 첫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것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자격증 시험, 운동, 책 읽기 등등
시간이 없다는 말을 내려놓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오다
시간이 주어지니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막연하게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무작정 가까운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을 읽던, 시험을 준비하던,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서관으로 들어서니
봄날의 화사한 햇살 아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있었다.
터덕터덕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웃음이 나왔다.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했다.
화사한 햇살 아래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그러했고,
삼삼오오 모여 정겹게 이야기 나누는 이들이 그러했고,
친구와 어울려 장난치며,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가 그러했다.
나 홀로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마치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듯 살아가고 있었다.
나 스스로와 마주하지 않은 시간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하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어디라 이야기하면 누구나 다 알만한 대기업 차장’
‘중소 사원에서 대기업 차장까지’
마치 뭔가 대단한 성공신화를 쓴 것 같던 나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철저하게 망가져 있었다.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나와 마주 앉으려 한다.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