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가을 어느 날 나에게 찾아온 변화

어쩌면 이 변화가 나의 불행이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by 갬성장인

'20년 뜨거운 여름의 절정이었던 7월 그동안 미루어왔던 새로운 시작을 했다.

어쩌면 이런 나의 결정은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었던 결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길고 지루한 고민, 어쩌면 결론이 정해져 있는 고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고 해답을 가지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나만 애써 부정하고 있었을지도......

내가 몸담고 있던 회사는 오랜 실적 부진으로 인한 적자와 세상 유래 없던 코로나라는 거대한 감염병 앞에서 무너져 가고 있었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고 함께 하던 이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훗날 그 회사는 정확히 1년 후 매각되며,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회사를 등지고 떠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직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곳에서 둥지를 틀게 되었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찌어찌 1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호흡을 맞추어 함께 일하던 선배가 인사발령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 선배와 나 그리고 또 한 명, 우리 세명은 그리 잘 맞지도, 그렇다고 잘 안 맞지 않는 것도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특별히 친밀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불편하지도 않은 그런 사이였다.

경험이 많고 다재다능하여 많이 의지가 되던 선배였기에 걱정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방식대로 일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같은 것이 조금 있었다.

아마 약간의 흥분감과 설렘이 있었다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구성원이 충원된다고 하지 않는가......

호흡을 맞추어 함께 해나간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이때의 난 어쩌면 근거 없는 자신감의 소유자였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풋내기의 무모한 자신감 정도였다고 생각하자.

드디어 새롭게 충원되는 구성원의 첫 출근일이 되었다.

첫 출근을 한 시헌과의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이전에 컨설팅사에 있었다고 한다.

컨설팅...... 내가 경험한 컨설팅을 하였다던 이들은 실력이 아주 뛰어나거나 아니라면 불행히도 그 반대였다.

전자이기를 바라며, 어색한 만남을 끝내고 간략한 인사와 사업장의 소개를 시작했다.

우리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 그런 사업장에 실력 있고 솜씨 있는 이를 보내어 주었겠지 미래의 불행을 짐작했던 것처럼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모두가 그렇듯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마 시헌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기다리자 나 또한 그렇지 않았던가......

나의 희망찬 기다림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헌은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었다. 앞에서는 이해했다, 알겠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뒤에서는 잘 모르겠다.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업무를 전가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등등 수많은 뒷담화를 쏟아내었고 이내 그 이야기들은 내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시간이 필요한 것일 거야라는 말들로 시헌과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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