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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May 05. 2024

이것이 가스라이팅일까?

그때의 나는 조금 더 당당하지 못했을까? 조금 더 당차지 못했을까?

천정민대리와 함께 다니기 시작한 지 서너 달이 지났을 때쯤이었을까

그가 조그마한 차를 사게 되 1톤 트럭은 자연스럽게 내 차지가 되었다.

1톤 트럭이 내 차지가 되었다는 건 앞으로 납품과 작은 공사모두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납품과 작은 공사를 오롯이 내가 맡게 되었으니 나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하면 그러할수록 진호형과 나는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어쩌다 사무실에라도 있으면

"정진호기사는 이러저러한 도면을 그려내는데 김정우기사는 뭐 하나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 그럴수록 나는 점점 주눅 들어갔다.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길이고 직장 생활,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녹녹하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터라 견뎌내는 것 외 뾰족한 답은 없다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불만도 없고 이리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는 모지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주눅 드는 것이 무서운 것은 주눅 들면서 인정받고자 발버둥 친다는 것이다.

진호형이 그린 도면을 퇴근 후에 따라 그려보기도 했고, 설계 검토서를 혼자 들여다보며, 기술서적을 뒤적거리며,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려 노력했다.

어쩌다 부장, 과장이 진호형과 이야기할 때 슬그머니 듣고 있기라도 하면,

"무슨 내용인지 알고 들어요?" 라며 무시당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세차게 발버둥 쳤지만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늪 같았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욱 깊숙이 빠져드는 듯했으니

     

이래저래 발버둥 치며 1년여를 보냈을까

1톤 트럭을 타고, 거래처에 가던 중 교통사고가 났다.

후면 적재함을 부딪힌 채 트럭은 반바퀴 정도 미끄러지듯 돌았던 것 같다.

잠시 멍하니 있다 빵빵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 차에서 내렸더니 네거리를 막고 있으면 어떡하냐는 이야기들만이 내 귓전을 때렸다.

"뭐, 차에서 내릴 정도면 많이 다치지도 않았구먼, 차부터 빼야지 뭐 하는 거야!"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 차를 빼려 했다.

하지만 차는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당연히 움직이지도 않았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차를 못 뺀다 하니 그럼 견인차라도 부르라며 누군가 나에게 소리쳤고, 차 안에서 보험증명서를 가까스로 찾아내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곧, 견인차가 도착하여 사고 현장의 사진을 찍고 차를 한 편으로 옮겨주었다.  

   

무시당하는 이는 어디에서나 그 모습이 보이나 보다.

어쩌면 사고가 나 어찌할지 모르는 나에게 그렇게 윽박지를 필요가 있었을까?

더군다나 그때의 나는 고작 스물일곱이었다.

그런 풋내기에게 도로를 전세 냈냐며 차부터 빼라 소리칠 수 있었을까?

    

보험회사에서 회사로 전화를 한 모양이다. 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사고가 났으면 회사로 알려야 하지 않느냐타박했다.

다친 곳은 없냐는 말보다 보험회사에서 회사로 전화를 한 것이 더욱 화가 난 과장에게, 그런 회사에 더 이상의 미련은 없었다.

이튿날이었다. 회사에 출근한 나는 과장에게 그만두겠다 이야기했다.

과장은 대뜸 나를 보더니 회사 차량으로 교통사고가 났으면 회사에 손해가 얼마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맞지 않냐 했다.

회사에 손해가 났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하시던지 하시면 되지 않냐 맞섰고 부장이 나서 말렸다.

부장에게도 그만두겠다고 했다.

부장과 과장은 입버릇처럼 네가 나가봐야 받아줄 곳은 없다. 우리 회사가 좋은 회사여서 너를 아직까지 쓰고 있는 거야라며, 입버릇처럼 이야기했기에 그러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들어가 쉬고 내일 출근 전에 병원부터 다녀오라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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