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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Apr 21. 2024

버텨내는 하루하루가 정답이었을까?

과연, 지금이라면 어떤 결정을 하였을까?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첫 출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후배들에게도 누구 하나 마땅히 의논할 이도 없이, 이렇다 할 방법도 없이 그냥 버텨내는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출근한 지 2~3일이 지나며, 진호형과 나는 굉장히 친해졌다. 

형은 내가 나고 자란 울산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두 살 터울의 형은 Cad를 능숙하게 다뤘고, 이미 앞서 직장생활을 했던 경험 때문이었는지 다른 이들과도 잘 어울렸다. 

비록 정진호사원이라 불리며, 나와 함께 막내이긴 하였지만 같은 막내끼리도 형과 동생, 높고 낮음의 차이는 있었다.

 

이런 차이 때문이었을까?

진호형은 부장, 과장들이 출장 가는 길에 항상 함께였고, 나는 사무실 붙박이가 되어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커피잔을 닦거나 하는 등의 잔심부름을 하였다. 

'그래, 진호형은 내가 봐도 잘하니까, 다들 좋아하는 거겠지, 나도 열심히 하면 진호형처럼 잘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재 납품과 작은 공사의 시공을 담당하던 천정민대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와 한 살 터울이었던가? 아니다, 한 살 터울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빠른 생이었다.

'생일이 빨라 초등학교를 한해 빨리 가는, 태어난 해는 같지만 학번으로는 한해 선배'

어찌 되었던 그는 나에게 형으로서 선배로서 대우받기를 원했고, 

딱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나는 그리하기로 했다.


그는 나에게 내일부터 납품과 작은 공사 현장에 함께 다니며, 일을 배울 거라 했다. 

사무실에 있어봐야 눈치만 보이고, 시간도 잘 가지 않아 답답하던 차에 잘 된 일인 듯했다. 

"예"라고 간단히 대답했고, 

그는 현장에 다니기에는 내 옷차림이 맞지 않다며, 근처 옷가게에서 짙은 색 계열의 바지 몇 벌과 셔츠 몇 벌을 사라 했다. 

그때까지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몰라 첫 출근 때 입었던 정장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날 퇴근하고 근처 옷가게에 들러 짙은 색 계열의 바지와 셔츠 몇 벌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내일은 천정민대리가 현장에 같이 가자고 했으니 덜 지루하겠지,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집과 우리 집은 걸어서 10분 정도였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집 근처로 회사를 알아보다 보니 지금에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입사한 지는 2년 차라고 했다. 

어제 퇴근길에 샀던 셔츠와 바지를 입고 출근하니, 아직 그는 출근 전이었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그는 엄청난 지각러였다.'

9시에 맞추어 가까스로 그가 출근했고, 나에게 오늘 현장에서 퇴근하려고 하니 그리 알고 9시 30분까지 준비하라 하였다. 

'와, 현장에서 퇴근도 할 수 있구나!' 

사무실에 있으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부장, 과장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다 퇴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신났다.

"예"라는 대답을 마치고 금세 준비를 마쳤다. 

준비를 마쳤음을 그에게 알리고 우리는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짐이 잔뜩 실린 1톤 트럭 한 대가 서있었다. 

"운전할 줄 알죠?" "저, 면허는 있는데 운전은 처음입니다." 

"뭐, 할 수 없죠? 제가 운전할 테니 옆에서 보고 배워요. 우리는 운전할 줄 알아야 해요. 

 운전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 "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나도 처음 입사했을 때는 운전 못했는데 지금은 잘해요"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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