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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Apr 14. 2024

첫 직장 생활, 나도 직장인이다!

그리 유쾌하지 못했던 나의 첫 직장 생활, 사회생활

이리하여 스물여섯 해의 어느 날, 나의 첫 직장 생활은 시작되었다.

첫 출근 일이다. 

어떤 일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잘 다려진 정장에 말끔한 구두를 신고 약속했던 9시보다 약간 이르게 도착했다. 

너무 일찍 출근한 걸까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어, 기다리면 누가 오겠지 기다려보자" 복도 한편을 서성이며, 시야는 사무실 문을 향해 있었다.

같은 층에 여러 회사가 모여있다 보니 한 명, 한 명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사무실 문은 닫혀있었다. 

그러다 반대편, 정장 차림의 누군가가 나처럼 서성이고 있는 걸 봤다.

'누구지?' 궁금했지만 첫 출근인 데다, 사무실 문까지 닫혀있던 터라 그리 여유롭지 못했던 나에게 호기심은 사치였다.


한참을 서성이다 8시 55분쯤 누군가 지나가며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혹시, 오늘 첫 출근하신다는 분인가요?"

"예, 문이 잠겨있어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 이상하다. 오늘 첫 출근하신다는 분이 두 분인데 한 분은 어디 가셨나, 혼자 계셨어요?"

"잘은 모르지만 맞은편에 한 분 더 계시던데요?"라 하니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반대편으로 갔다.

잠시 후, 반대편에서 서성이고 있던 이와 함께 온다.

"오늘 첫 출근하시기로 하신 분이 두 분이여서요. 저 따라오시면 돼요."

우리는 쭈뼛거리며 따라나섰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여기 앉으시면 되고, 

 PC는 이거 쓰시면 됩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그때 면접 보셨던 분이랑 부장님 오실 거예요." 

"예" 우리의 짧은 대답을 뒤로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9시 30분쯤이었을까? 낯선 이와 함께 면접 때 보았던 이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조금 늦었습니다. 아침에 잠시 들릴 데가 있어서요." 

면접 때 보았던 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였다.

"안녕하세요, 진호님, 정우님 맞죠? 정진호님, 김정우님" "예" 우리 둘은 대답하였고,

"잠시 커피 한잔 하시죠!"라며 응접실로 부장이라는 이와 향했다.

응접실에서 이야기들이 오가며, 나는 정진호님이 나보다 두 살 위라는 것과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나름 규모 있는 설계사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곳이 처음인데, 가뜩이나 첫 사회생활이 걱정이었던 나에게 

진호형의 존재는 넘지 못할 큰 산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채용하지 않으려 했으나 열심히 하고자 하는 점이 좋아서 무리해 채용한 것이니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

지금의 나라면 "예,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는 대구 여행 온 것쯤으로 생각하고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났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예, 감사합니다. 꼭 열심히 해서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니 

부장이라는 이가 "열심히 하는 이보다 회사는 잘하는 이가 필요합니다."라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나의 첫 출근은 그리 유쾌하지 않게 시작되었다. 

훗날 생각해 보면 그때 일어서는 게 나았을지, 버티며 몇 년의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린 것이 나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 나의 첫 직장 생활, 사회생활은 그리, 썩, 유쾌하지 않게 시작되었다.

이리하여 스물여섯 해의 어느 날, 나의 첫 직장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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