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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Apr 07. 2024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우물만큼의 하늘이 전부였다.

나는 왜 우물 안의 개구리여야 했는가

누구나 그러하듯 흘러가듯, 등 떠밀리듯,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스물여섯 해 며칠을 살아가고 있었다.

역시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취업이란 것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까짓것 하면 되지 초, 중, 고를 거쳐 대학이라는 곳까지 흘러오듯, 취업이란 것도 그렇게 흘러가듯이 될 줄 알았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에게 우물만큼의 하늘이 전부인 것처럼 스물여섯 해 며칠을 살아낸 나에게 취업이란 그리 어려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어 보였다.

무모하리 만큼 용감하고, 무심하리 만큼 고민이 없던 나의 대학 성적이 그리 좋을 리 없었다. 아니, 좋았다면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까?

다행히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우선, 사회 경험은 군 입대 전 잠시 했던 주유소 아르바이트가 전부니까, 작은 곳에서 천천히 경험을 쌓아나가자! 처음은 다 그런 거야!'

나는 지금까지 나의 무모함과 무심함에 대한 정당성이 필요했고, 너무나 쉽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 그렇게 나의 취준(취업 준비)은 시작되었다.

우선 중소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당시 IMF 구제금융을 벗어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터라 면접의 기회조차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어렵사리 면접 기회가 주어져 잘 다려진 정장에 말끔한 구두를 신고 마치 직장인이 된 듯, 사회인이 된 듯 부푼 마음으로 보게 된 면접에서는 어김없이 학점이 낮으시군요, 다니시는 학교가 지방에 있군요, 사회 경험은 없으신가요?

연이은 질문에 쓰린 속을 달래며, 나서기 일쑤였다.

몇 번이었는지 셀 수 없을 만큼의 면접을 치르고 나의 자리를 자각하고 있던 중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면접을 볼 수 있느냐는 연락이 왔다.

자꾸만 떨어지는 면접으로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져 있던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면접을 보기 위하여 대구로 향했다.

환경과 관련된 시설을 설계, 시공하는 십여 명 남짓의 작은 회사였다.

면접은 별도의 응접실에서 치러졌고, 그리 길지 않았다.


"전공은 환경공학이시군요" "예"

"학점이 좋지 못하시군요" "예, 그렇지만 입사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예, 뭐 저희는 보시다시피 작은 회사다 보니 학점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다.

"Cad를 다루신다고 되어있는데 얼마나 다루셨을까요?" "학교에서 Cad를 수강하고,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 공부하여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그렇군요."

대략 20분 정도의 짧은 면접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상의하여 연락 주겠다는 대답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전화를 받았다.

"혹시, 운전면허는 있으실까요?" "예, 운전면허 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운전은 가능하실까요?" "면허는 있는데 운전은 해본 적이 없어서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짧은 통화는 그렇게 끝나고 3일 정도 흘렀을까,

"안녕하세요 지난번 면접 보셨던, 언제부터 출근하실 수 있을까요?"

"예, 그럼 합격한 건가요?"

"예, 합격하셨습니다. 저희는 출근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예, 바로 가능합니다."

"그럼,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예"

이리하여 스물여섯 해의 어느 여름 나의 첫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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