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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Mar 21. 2024

처제와 왕만두, 그리고 킨들

벚꽃과 함께 한국에서 처제가 왔습니다. 세상 하나뿐인 동생의 방문에 아내가 무척 신이 났습니다. 아이들도 밝고 쾌활한 성격의 이모를 참 좋아합니다.


공항에 마중 나갔을 때, 터질 듯 꽉꽉 채운 커다란 캐리어 3개를 힘겹게 밀면서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처제를 보고, 처제가 다시 이민 오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 정작 본인 짐은 작은 가방 하나밖에 안 되는데, 언니가 좋아하는 남대문 시장 왕만두와 족발 한 보따리에, 로션밖에 안 쓰는 언니를 위한 각종 화장품과 옷가지등을 잔뜩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형부와 조카들을 위해서는 귀한 커피와 떡을 비롯한 한국 먹거리를 큰 가방 하나 가득 가져왔는데, 아무래도 마트 하나를 다 털어온 듯합니다. 한도 무게를 한참 초과했으니 추가 운임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역시 우리 장인, 장모님 손 크신 건 알아줘야 합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 매일 1 일 1 만두 하며 장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하.


처제가 와서 집안이 시끌벅적 신나고, 아내가 기분이 좋은 바로 지금이 찬스입니다. 놓치면 바보죠. 마침 아내가 처제와 놀러 나간 틈을 타서 아마존에 접속한 후, 지난 몇 달 동안 눈독 들이던 킨들 전자책을 주문했습니다. 오호, 5개월 무이자 할부를 하네요. 뒷일은 모르겠고, 빛의 속도로 클릭클릭!


역시 용서받기가 허락받기보다 쉽더군요. 하하. 아내가 별 말을 안 합니다. 처제는 옆에서 잘 샀다며 형부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케이스도 같이 주문할 걸 그랬습니다. 아내에게 이제 킨들 버전으로 책을 사면 매번 $10-15를 아낄 수 있으니 얼마 안 가서 본전은 뽑고도 남을 거라고 했더니 그만하랍니다. 고마 해라, 마이 무읏다 아이가!


오랜만에 다시 잡아보는 킨들의 느낌이 좋습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에, 십여 년 전에 쓰던 1세대 킨들과는 달리, 은은한 백라이트가 있어서 조명이 없어도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더욱 좋네요. 그 당시 읽었던 킨들 책들이 새 킨들로 고스란히 옮겨졌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10년 전의 하이라이트와 적어놨던 노트 등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킨들에 영어로 써놓은 노트들은 지금 보니 살짝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영어 실력이 지난 10여 년간 마냥 정체되어 있었는 줄 알았는데, 조금씩이나마 좋아지고 있었나 봅니다. 하하.


근데 아빠가 좋아하는 티를 너무 냈나 봅니다. 책벌레 첫째 녀석이 덩달아 탐을 냅니다. 녀석의 오래된 아이패드는 홈버튼도 떨어졌고 스크린도 좍좍 깨져있는데 괜찮답니다. 더 쓸 수 있답니다. 대신 킨들을 원한다네요. 아마 생일 선물로 사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꽃은 피고, 처제 핑계로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달리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 요즘이 참 좋습니다.

다음 주면 개학인데, 에휴…

(C) Flying 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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