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먼데이를 아십니까?
1월의 셋째 월요일인 내일은 “블루 먼데이“입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일 년 중 “가장 우울한 날”이라죠. 참, 별의별 날이 다 있네요. 지난 2004년, 영국의 Sky Travel이라는 관광회사에서 심리학자인 Cliff Arnall에게 의뢰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고안해 낸 날이라 합니다. 여행 상품을 위한 상술로 만들어진 날이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해서인지, 서구권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종종 사용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뭐 그럴싸합니다. 일단 매년 이맘때는 날씨가 연중 가장 춥고 어둡고 축축하죠. 새해 시작할 때 세웠던 각종 계획들이 흔들리고 무너지기 시작하고요, 그리고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신나게 긁었던 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연말연시 먹고 마시고 파티하면서 신나게 놀았더니 배둘레로 살밖에 남은 게 없고, 새해를 맞아 야심 차게 세운 각종 다이어트며 운동계획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자꾸 빼먹게 되고, 연휴기간 동안 다녔던 여행의 후유증으로 출근하기는 정말 싫은데, 갚아야 할 카드 청구서는 쌓여있으니… 우울하기도 하겠네요. 뭐 제 이야기는 아닙니… 쿨럭!
지난 한 주간 좀 피곤했는지 입술 주변에 보기 흉한 물집이 생겼습니다. 일거리도 밀려서 황금 같은 일요일 오전에, 신 선생은 집에서 시험지 채점도 하고, 학생들에게 부탁받은 추천서 소설도 좀 쓰고, 다음 주 수업 준비도 합니다. 평소처럼 나가서 달리기라도 좀 하면 기분이 나아질 텐데, 몸도 피곤하기도 하고, 밴쿠버 답지 않게 아침 기온이 무려 —13°C 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그 좋아하는 달리기마저 포기하고 우울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몇 안 되는 K-이웃들 중 요리 솜씨가 매우 뛰어난 주부 한분이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밴쿠버 ”허장금“이라 부릅니다. 제가 그동안 살면서 먹어본 짬뽕 중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 것이 바로 허장금께서 만든 홈메이드 짬뽕입니다. 아내에게 그 말을 전해 들으신 허장금님께서 오늘 우리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와서 뜨끈하게 짬뽕 한 그릇 드시랍니다. 문어와 새우에 꽃게까지 푸짐하게 넣은 얼큰한 해물 짬뽕을 준비하신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으하하!
아내는 아무래도 미리 가서 도와줘야 할 것 같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일찍 떠났습니다. 아이들도 게임기 챙겨서 신이 나서 갔습니다. 신 선생은 졸지에 두 시간 넘게 자유입니다.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으니 지겹던 학교 일이 갑자기 할만하게 느껴집니다. 미쳤나 봐요. 콧노래도 나옵니다.
드디어 허장금님의 짬뽕을 영접합니다. 제 입맛엔 유명하다는 한국의 어느 중식당 짬뽕보다 맛있습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짜장면까지 준비해 주셨습니다. 많이 만드셨다며, 짜장면도 한 젓가락 하라십니다. 아, 살찌는데… 그래도 힘들게 만드셨는데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되죠. 아하하!
좋은 이웃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왔더니 마음이 한결 좋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겹겹이 쌓인 구름 사이로 저녁노을과 그 위로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 고즈넉하게 뜬 초승달이 참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