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잔뜩 흐린 밴쿠버를 피해 시애틀로 가족여행을 왔습니다. 여긴 비가 많이 내리네요, 그것도 주룩주룩. 하하.
다행히 둘째 날은 비는 안 내리고 흐리기만 합니다. 이따금 빗방울이 내리지만, 레인쿠버에서 온 우리 가족은 개의치 않고 재킷 후드만 뒤집어쓸 뿐 우산도 안 씁니다.
시애틀 다운타운은 밴쿠버와 많이 닮은 듯 또 결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치 어릴 때 해외로 입양되어 성장한 후에 우연히 다시 만난 이란성쌍둥이 형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얼핏 보면 똑같은데, 막상 말을 해보면 느낌이 전혀 다른…
미제 음식 맛있네요. 남이 해줘서 그런가? 하하! 그렇다고 부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의 음식맛은 전혀 다른 차원의 넘사벽이니까요. 이틀째 계속 느끼한 미국 요리만 먹었더니 집밥이 매우 그립습니다. 양도 너무 많아서 매번 억지로 과식을 하니 속이 더부룩합니다. 게다가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새벽 1시가 다 되었는데 잠도 안 옵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신 선생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오후에 아내 말을 안 듣고 진한 커피 한잔 마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내일 분명히 혼날 텐데, 어쩌나…
다행히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다음에 또 오자네요, 이 비싼 데를… 다시 오기는 힘들 거라고 말해주려다 참았습니다. 하하.
둘째가 어느덧 3학년이 되니, 이젠 아이들 데리고 가족 여행을 다니는 것이 더 이상 힘들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내가 벌써 3월 봄방학 얘기를 합니다. 아이들이 맞장구를 칩니다. 신 선생은 딴소리를 합니다. 최강 집돌이 신 선생은 그저 편안한 내 집에서 집커피와 집밥 해 먹으며, 좋아하는 책이나 읽고 달리기나 실컷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3월에도 어느 호텔방에 누워서 새벽 1시에 가족들 몰래 이런 글을 쓰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