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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May 13. 2024

오로라와 구름 천사, 그리고 마더스 데이

지난 며칠간 밴쿠버 밤하늘에는 오로라가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지난 이십여 년 중에서 가장 강했었다는 최근의 태양 폭풍의 영향이라죠. 아래 사진은 아쉽게도 제가 직접 찍은 것은 아니고, (아이들이 없어서 새벽까지 밖에서 배회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부러운 총각) 동료 교사 한 명이 밴쿠버의 스페니쉬 뱅크 바닷가에서 새벽 1시가 넘어서 촬영해서 전체 이메일로 공유한 것입니다.

아, 부럽습니다. (사진이? 자유가? 젊음이?)


오늘(5월 12일)은 로마 가톨릭 교회와 성공회, 그리고 다른 몇몇 개신교단에서 기념하는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이른 아침, 집 앞 공원의 하늘에 펼쳐진 구름들의 형상이, 마치 사도행전에서 전하는 예수님 승천 장면에 등장하는 천사들의 모습과 닮은 듯 느껴집니다. 어찌 보면 비둘기 형상으로 내려오는 성령의 강림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에휴, 오늘은 왠지 미사를 빼먹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월의 둘째 일요일인 오늘은 또한 캐나다에서 기념하는 마더스 데이(Mother's Day)이기도 합니다. 비록 학교에서 시킨 것이긴 합니다만, 아이들이 준비한 카드와 편지를 읽은 아내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합니다.

”거봐, 나랑 결혼하기 잘했지?“

아내가 매우 어이없어합니다.

괜히 말했나 봅니다. 하하.


아래 사진은 오늘 아침 달리기 하다 만난 캐나다 구스 가족입니다. 아이들이 아홉이나 되는 아주 다복한 가정이네요. 부부가 금슬이 아주 좋은가 봐요.


좀 더 가까이서 찍고 싶었지만, 자칫 어린 새끼들 때문에 예민해졌을 구스 부부의 심기를 건드려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참았습니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달릴 맛이 납니다. 맑고 깨끗한 하늘에 적당한 습도, 그리고 아침 기온이 10°C 안팎이라 달리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벚꽃이 지고 난 후, 더욱 다양한 빛깔의 꽃들이 진한 향기로 온 동네를 감싸고 있어서 미각을 제외한 오감이 즐겁고, 이렇게 한참 달리고 나면 제 몸에도 꽃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풋, 아내가 빵 터졌습니다. 절대 아니랍니다. 땀냄새만 진동한답니다. 못 참겠으니 얼른 샤워하고 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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