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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May 27. 2024

진달래와 달팽이, 데이지와 붕붕이

이 봄의 끝을 잡고~ 있는 나의 사~랑이~

아쉬운 봄의 끝자락, 여전히 아름다운 오월의 밴쿠버는 진달래가 한창입니다. 온 동네가 시끌벅적, 마을 잔치가 따로 없습니다. 어느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이렇게 온 동네를 뛰어다닙니다.

(C) Flying 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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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커다란 달팽이 한 마리가, 등에 붙어있던 제 집도 잃어버리고 힘없이 쓰러져 있습니다. 물기 없이 바짝 마른 몸, 고단한 삶에 지치고, 겁에 질린 표정을 보니 마음이 쓰입니다. 부디 힘을 내서 언젠가 용이 되어 하늘 높이 훨훨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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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말에 가까워지며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는 매년 이맘때, 교실 앞 화단에 만개한 진달래들이 아름답습니다. 아침 출근 시 교실 문을 열 때마다 반겨주는 이 광경이 감사합니다.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사무실도 이렇게 예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세를 고쳐 앉을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오래된 교사 의자가 편안합니다. 10년 넘게 앉았더니 엉덩이 닿는 부위가 맞춤 제작한 메모리폼처럼 딱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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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니 굳이 15분 길을 걸어갑니다. 이온 음료 한 병과 감자 칩스 한 봉지 사 먹겠다고… 신난 아이들은 오가는 내내 까불락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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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주말 오후, 동네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날씨가 좋으니 20여분 길을 또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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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학교 앞 공원, 아이들이 평생을 제집 안마당처럼 노는 공간입니다. 절정을 맞은 데이지 꽃들이 푸른 잔디 위를 눈처럼 하얗게 덮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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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팔자 좋게 달리기나 하면서, 타르 냄새가 고약하네, 길을 다 막아놨네라며 불평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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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자동차 붕붕이를 만났습니다. 이제는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을 철이네 집 앞에서, 좋아하는 꽃향기를 맡으며 편안하게 쉬고 있는 녀석을 보니 반갑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엄마는 만났는지 물어보려다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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