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해님이 밴쿠버 하늘에 떴습니다. 연분홍 고운 벚꽃(Yoshino)들이 이제 지려하니, 더 진하고 화려한 겹벚꽃(Kanzan)들이 기다렸다는 듯 만개하기 시작합니다. 아마 다음 주면 겹벚꽃도 절정일 듯하여 한껏 기대하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니 관광객들 몰리는 유명한 곳들 말고도 밴쿠버에서 꽃구경 하려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아하하하!
지난주에 둘째가 어디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좀 얻어와서 형아랑 엄마랑 사이좋게 나눠 먹었나 봅니다. 둘째를 시작으로 엄마와 첫째가 차례로 앓기 시작하더군요. 그냥 요즘 유행한다는 단순 감기인 줄 알았는데, 아내가 오늘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속항원 검사를 했더니 희미하게나마 두 줄이 떴습니다. 거의 다 나은 둘째는 더 희미하게, 동생에게 좀 늦게 받아서 상태가 지금 제일 안 좋은 첫째는 좀 선명하게 두 줄이 떴는데, 아빠한테만 아직(?) 안 나눠줬는지 저만 한 줄입니다. 쩝...
덕분에 오늘 학교 다 제끼고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다행히 다들 증상이 경미하여 잘 놀고 잘 먹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뒤늦게 아프게 되어 달리기를 못하게 될까 봐, 식구들에게 아침만 간단히 차려주고는 카메라 챙겨서 한 바퀴 뛰고 왔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의 달리기는 마치 화려한 무도회장에서 혼자 왈츠를 추는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출근도 안 하고, 아침에 달리기도 하고, 집에서 여유 있게 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해 먹으며 놀고 있자니 솔직히 좀 좋기도 합니다. 으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