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최준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한스밴드'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2 r7 B9 GnQTo? si=z3 XN8 L8 pr_-QWyxt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 시험성적 아신 건 아닐까
- 한스밴드의 <오락실> 가사 중 -
한스밴드는 3인조 여성 밴드로 1998년 데뷔했습니다. 김한나, 한별, 한샘 이렇게 새 자매로 이루어진 밴드입니다. 현재는 CCM 밴드로 활동한다고 나와 있네요. 리더이자 큰 언니인 김한나는 드럼과 메인보컬을 담당했고요. 둘째 김한별은 베이스와 바이올린, 막내 김한샘은 색소폰과 키보드 담당입니다. 사실 한 명이 더 있는데요. 실제 막내인 김한집은 밴드의 객원 멤버로 3집에 참여해 기타를 맡았습니다.
총 4개의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1998년 1집에서는 <선생님 사랑해요>와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실려 있고요.
해당 곡은 2021년 드라마 OST로 오 마이걸이 리메이크하기도 했죠 1집이 히트를 치면서 1999년 발매한 2집에는 <호기심>과 <어머니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객원 멤버로 이상인과 양주연을 영입해 5인조로 활동했죠. 하지만 학업이 문제가 되어 음반 활동을 당차게 하지 못했죠. 좋은 곡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 <어머니의 일기>라는 곡은 왁스의 데뷔곡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습니다.
이즈음 연예인과 계열사와의 갈등이 당시 공중파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일이 있었는데 그중 한 케이스로 한스밴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금은 다 알고 있는 연예인 노예 계약이 수면으로 끌어올려졌습니다. 그런데 사태로 이상하게 흘러가죠. 오히려 연예인들이 자신들을 노예로 표현했다며 공중파를 상대로 출연 거부를 선언해 버린 것이죠. 그 결과 공중파가 백기를 들며 사태가 마무리됩니다.
그 불똥이 한스밴드에게 튀는 바람에 이후 공중파 출연이 여의치가 않았죠. 1,2집에서 학업 문제를 많이 겪어서인지 2001년 3집부터는 '앨범 활동이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이라는 조건이 붙은 작은 기획사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잘 안 됐습니다. 그 이후 CCM으로 전향을 했죠. 보기 드문 콘셉트의 그룹이었는데 말이죠.
바.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오락실'입니다. 이 노래에서는 아빠와 딸이 엄마 몰래 만나는 장소로 그려지죠. 아지트입니다. 딸딸 딸딸 아빠가 되어서 딸들이 모여 이런 노래를 불러준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하하하.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빠'가 첫 가사입니다. 가사가 재밌죠. 시험을 망쳐서 집에 가기 싫어 오락실에 갔는데 거기서 대머리인 아빠를 만난 상황 말이죠.
'장난이 아닌 걸 또 최고기록을 깼어/ 처음이란 아빠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용돈을 주셨어 단 조건이 붙었어/ 엄마에게 말하지 말랬어'입니다. 아빠는 연거푸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한 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죠. 하지만 창피했던 아빠는 용돈을 주면서 엄마에는 말하지 말라고 회유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 시험성적 아신 건 아닐까' 부분입니다. 철이 많이 든 자녀의 헤아림이 느껴지시죠. 자신이 아빠의 무거운 어깨에 추가적으로 짐이라도 실은 것은 아닌지 걱정합니다.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 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데/ 혀끝을 쯧쯧 내차시는 엄마와/ 내 눈치를 살피는 우리 아빠' 부분입니다. 왜 대낮에 아빠들이 그리도 오락실을 드나든 것일까요? 직장을 잃은 아빠가 많았던 까닭일까요? 아마도 IMF 즈음이었으니까 그럴 법도 합니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어 기계와 대화를 하러 오락실을 찾는 아빠의 모습이 짠하네요.
'늦은 밤중에 아빠의 한숨 소리/ 옆엔 신나게 코 골며 잠꼬대하는 엄마/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일도 회사에 가기 싫으실까' 부분입니다. 딸의 걱정이 이어지죠. 집안 서열순위 꼴찌인 아빠의 한숨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모양입니다.
'아침은 오고 또 엄마의 잔소리/ 도시락은 아빠 꺼 내 꺼 두 개/ 아빠 조금 있다 또 거기서 만나요/ 오늘 누가 이기나 겨뤄봐요' 부분입니다. 아빠도 자녀도 넉넉하지 않은 집안 살림을 건사해 보려고 도시락을 두 개씩 챙겨나서 집을 나섭니다. 도시락 까먹고 오락실에서 아빠를 다시 만나길 바라고 있죠. 용돈 탓일까요?
'승부의 세계는 오 너무너무 냉정해/ 부녀간도 소용없는 오락 한 판/ 아빠 힘내요 난 아빠를 믿어요 아빠 곁엔 제가 있어요/ 아빨 이해할 수 있어요/ 아빠를 너무 사랑해요' 부분입니다. 그래도 수십 년 오락으로 단련된 아빠를 이길 순 없었겠죠. 딸은 그런 아빠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믿어요. 사랑해요라고요.
음. 오늘의 썰은 '아빠가 오락실에 간 이유는'입니다. 하하하. 실제 생활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대략 난감했을 거라 생각이 되는데요.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왜 아빠는 그 시간에 오락실로 향했을까 하는 물음표가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방이 오락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죠. 핸드폰 게임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이 없어진 지도 꽤 되었습니다. 요즘은 커피숍 같은 데 가면 예전 오락 기계를 가져다 놓고 대기를 탄다거나 할 때 시간을 때울 목적으로 설치해 놓곤 하죠.
오락실 하면 여러분들은 뭐가 떠오르세요? 저는 <올림픽 게임>과 <보글보글>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줄자 같은 걸로 튕기면서 어떻게든 버튼을 빨리 눌러보려고 했던 기억도 있고 보글보글 100판에 근접하는 실력자를 뒤에서 지켜보던 그때의 기억이 강렬하게 박혀 있습니다.
오락실은 '오락하는 곳'이죠. 오락은 영어로 Entertainment가 매칭됩니다. 순우리말로 하면 놀이고요. 아빠와 오락실에서 만난 이유는 아빠나 자녀가 나이를 불문하고 놀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겁니다. 직장이든 학생이든 정해진 직업이 있고 반복되는 삶은 살아가는 누구나 놀고 싶은 욕구는 동일하니까요.
두 번째로 오락은 혹은 게임은 물리적인 세계로부터의 탈출을 꿈꿉니다.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서 세상을 등지고 거기에만 몰입하게 되죠. 그만큼 현실 세계가 지치고 힘들다 보니 잠시라도 그 세계를 벗어나고픈 욕구가 발동한다고 봐야겠죠.
세 번째로는 비용 대비 효과가 꽤 괜찮아서입니다. 예전에 오락실은 50원, 100원 정도면 한 판을 할 수 있었죠. 1000원짜리 지폐나 500원짜리 동전을 바꾸면 1~2시간은 넉근히 보낼 수 있는 장소였으니까요. 주머니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시절 그 정도 금액으로 그 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능력의 기준이 오락을 잘하고 못하고 이 기준 하나로 나뉘는 곳이라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뛰어난 순발력 혹은 타고난 능력 이런 것이 별로 통용되지 않는 영역이죠. 동전을 많이 쓴 사람이 웬만해선 더 잘하게 되어 있다고 할까요. 공부든 사회생활이든 머리만 좋다고 능력만 뛰어나다고 일이 술술 풀리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부조리가 늘 따라다니니까요. 그러다 만난 오락실은 그런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해 주죠. 오래 살아남고 아이템 많이 먹어서 강해지면 그게 갑이 되는 세상이니까요.
노래 속에 나오는 아빠라는 분은 이 중 어는 것에 끌려 오락실을 찾았을까요. 이것도 아니라면 직장을 잃어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를 찾다가 오락실에 들른 것일까요. 그렇다고 보기엔 아빠의 게임 능력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죠. 자녀가 보지 않는 시간에 적지 않게 그곳을 찾았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외로워서'입니다. 하하하. 같이 술 마실 사람이 없어서 마땅히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혼술 하는 심정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는 안주인께서 타박하고 자녀들은 말을 안 듣고 어디 하나 마음 둘 곳이 없다고 가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오락이 외로움을 잊는 특효약인 건 사실이잖아요? 하하하.
중년의 아빠는 많이 심심합니다. 몸 서리 처질 정도로요. 집에서 권력순위가 가장 하단에 위치하죠. 어릴 적 그리도 찾던 아빠를 때때로 투명인간 취급 당합니다. 그 설움을 한 방에 날리고자 찾은 곳이 바로 오락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락실에 그렇게 깊은 뜻이~~~
엄마는 10달 동안 자신의 몸에서 애를 키워서 세상으로 내보냅니다. 몸만 떨어져 있지 거의 한 몸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유아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죠. 당연히 아빠는 고군분투해도 엄마의 발끝도 따라가기 쉽지 않습니다. 원래 생물학적으로 아빠란 그런 존재입니다. 오락실은 코 묻은 돈이 아니라 그런 아빠들 동전을 빨아들이기 위해 고안된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아빠이신 여러분들이나 여러분들의 아빠는 어떤 오락을 주로 하시나요? 아빠가 오락할 때 관심을 조금만 비춰주시고 가능하다면 같이라도 해 주심 어떨까요? 외롭고 심심해서 그런 거니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 노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는 '혹시 내일도 회사에 가기 싫으실까'입니다. 저의 자녀가 아빠를 보고 이 생각을 할 정도면 충분히 철이 든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로 말이죠. 생각해 보니 내일 학교에 가기 싫었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장소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때문이겠죠. 돈은 쓰는 것보다 버는 게 더 힘든 법이니까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