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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ep

Song by Radiohead

by GAVAYA Feb 22. 2025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라디오헤드(Radiohead)'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SrMFDei9 iE4? si=tueBFML_LqGLxEFq

But I'm a creep, I'm a weirdo

근데 난 병신이야, 이상한 놈이라고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씨발,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I don't belong here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잖아

I don't care if it hurts

아프더라도 상관없어


She's running out again

그녀가 또 떠나가고 있어

She's running out

그녀가 떠나가

She run, run, run, run

그녀가 떠나가, 떠나가, 떠나가, 떠나가고 있어

Run

떠나가


- 라디오헤드의 <Creep> 가사 중 - 




라디오헤드는 영국의 5인조 록밴드로 1992년 데뷔했습니다. 공립 남자교에서 멤버들이 만났다고 하고요. 1985년 <On a Friday>라는 이름의 밴드를 만들었는데, 학교 음악실에서 만나는 날이 금요일이어서 그렇게 밴드명을 정했다고 하네요. 대학을 가면서 흩어졌다가 졸 업 후  재결성이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공연 활동을 이어가다가 제작자의 눈에 띄면서 가수 데뷔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오늘 소개드를 노래가 그들의 첫 싱글 앨범입니다. 발매 후 바로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2집이 발매한 후에 몇 달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던 곡이죠. 1995년 2집, 1997년 3집, 2000년 4집, 2001년 5집, 2003년 6집, 2007년 7집, 2011년 8집을 발매하며 세계적으로 4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8집부터는 드러머를 추가 영업해 6인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멤버 교체가 없이 쭉 그들만의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매 음반마다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아티스트의 반열을 넘보고 있는 그룹이죠. 사회상을 담은 노래들도 꽤 있어서 국내 NEXT 같은 그룹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실제로 음악 작곡에서 책이나 가사에서 제목을 따오는 경우도 꽤 있었고요. 인권문제나 환경파괴 문제 등에 관심이 많아 관련 사회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밴드 중 하나로 꼽히고요. 여러 장르를 뒤섞고 조합하는 특유의 작법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2년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했고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로커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그룹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Creep'입니다. 영어로는 기어가다는 동사로도 쓰이고요. 명사로 쓰이면 '소름 끼칠 정도 싫은 사람' 혹은 '아첨꾼'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비호감 정도가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요. 화자 자신이 비호감이라고 생각하며 쓴 가사일까요?

'When you were here before 네가 여기 있었을 때/ Couldn't look you in the eye 널 바라볼 수도 없었어/ You're just like an angel 넌 그저 천사 같아/ Your skin makes me cry 네 피부는 날 눈물짓게 해' 부분입니다. 좋아하는 상대방에 대한 묘사가 돋보이죠. 너무 눈부셔서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대상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You float like a feather 넌 깃털처럼/ In a beautiful world 아름다운 세상을 떠다녀/ I wish I was special 내가 특별했으면 좋겠어/ You're so fuckin' special 넌 그냥 굉장히 특별하고' 부분입니다. 상대를 날개 달린 천사로 여기고 있는 듯하죠. 너무 상대와 격차가 많이 벌어진 까닭에 좀처럼 다가갈 용기를 못 내는 화자는 자신이 좀 특별해졌으면 한다고 말하고 있죠. 뭐 그런다고 상대의 발톱도 못 따라갈 거라 생각하지만요.

2절을 볼까요. 'I want to have control 내게 주도권이 있으면 좋겠어/ I want a perfect body 완벽한 몸을 가지고 싶어/ I want a perfect soul 완벽한 영혼을 가지고 싶어/ I want you to notice/ 네가 알아채줬으면 좋겠어/ When I'm not around 내가 곁에 없을 때 말이야/ You're so fuckin' special 넌 그냥 존나 특별하고/ I wish I was special 나도 특별했으면 좋겠어' 부분입니다. 상대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나열해 봅니다. 주도권, 완벽한 몸과 영원 같은 것들 말이죠. 그걸 상대가 알아봐 줘서 관계가 한 단계 진일보하는 상황을 떠올리고 있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But I'm a creep, I'm a weirdo 근데 난 병신이야, 이상한 놈이라고/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씨발,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I don't belong here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잖아/ I don't care if it hurts 아프더라도 상관없어/She's running out again 그녀가 또 떠나가고 있어/ She's running out 그녀가 떠나가/ She run, run, run, run 그녀가 떠나가, 떠나가, 떠나가, 떠나가고 있어/ Run 떠나가 ' 부분입니다. 

현타가 온 것 같죠. 본인이 비호감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죠. 현실에서는 어떻게 해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관계임을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쉽자리 놓치고 싶진 않은 마음도 동시에 가지고 있죠.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그녀는 점점 멀어지고 있죠. 마치 화자를 등지면서 저 먼 곳으로 달리는 것처럼요.    

'Whatever makes you happy 널 기쁘게 하는 게 뭐든/ Whatever you want 네가 원하는 게 뭐든/ You're so fuckin' special 넌 그냥 존나 특별해/ I wish I was special 나도 특별했으면 좋겠어' 부분입니다. 마치 자신을 위로하는 것 같은 가사입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각자는 소중하다 뭐 이런 의미로 읽히네요. 비호감보다 중요한 것은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말일까요?


음. 오늘은 가사 중 'I want to have control 내게 주도권이 있으면 좋겠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도권은 '주동적인 위치에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권리나 권력'이라는 사전적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동적은 '어떤 일에 주장이 되어 행동하는 것'이라는 뜻이고요. 그러니까 주장이 되어서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나 권력을 말하는 셈이죠. 여러분들은 여러분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나요?

인간 사회는 처음에는 평등한 관계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것들에 의해 위계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원시 시대에는 사냥을 하고 무서운 동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부족장 같은 권력과 권한을 갖게 되죠. 그래서 부족장이 너 나가라고 말해 그 부족의 무리에서 이탈시키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중세에는 종교가 세상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죠. 하느님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그리고 믿음 체계가 같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하며 마녀라는 딱지를 붙여서 해괴망측한 일들이 벌어졌고 성지 회복이라는 명문으로 십자군 원정이라는 전쟁까지도 불사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가 전 세계를 휘저으며 돈이 곧 주도권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AI 전쟁만 보더라도 돈을 통한 물량 공세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피 튀기는 전쟁을 겪다가 딥씨크라는 아주 저렴하고 똑똑한 모델이 오픈되며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라고 충격의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다 아시죠?

사랑 사이에도 권력관계가 존재하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덜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속되기 마련입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가 주도권을 갖고 싶다고 한 것은 바로 사랑 속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를 뒤집고 싶다는 의미죠. 사랑의 결정판이라고 하는 결혼을 하게 되면 누가 주도권을 잡는지 치열한 혈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맞벌이가 보편화된 시대여서인지 경제력만으로는 주도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죠. 하하하.

사랑의 권력관계에서 주도권을 빼긴 자의 말로는 비참합니다. 질질 끌려다니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차이게 되니까요. 그래서인지 밀땅을 하며 주도권을 함부로 넘겨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주도권 논쟁에 빠져드는 건 사랑이 아니라 할 수 있을 텐데도 현실에선 자연스럽게 그런 게 생기죠.

마지막으로 인생의 주도권에 대해 몇 자 덧붙여 봅니다. 어찌 보면 자유라는 말과도 매칭을 이루는데요. 자유의지에 따라 자신이 원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거나 하지 않을 권리 같은 거니까요. 여러분들은 인생의 주도권이 많으신 편인가요? 그 반대인가요?

당연히 내 삶의 주인은 나고 그 주도권도 자신이 가지고 있어야 온당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어느 과를 선택하고 어느 대학을 가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회사를 가고 어떤 일을 하고 등등요. 이것뿐이 아니죠.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 없는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싫은 일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교육받고 있죠. 과연 우리 삶에 진짜 주도권이 있긴 한 걸까요?

빠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는 파이어족이라는 단어 들어보셨죠? 경제적 문제로 인해 자신의 주도권을 내주는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 보고 싶은 의지의 반영이 아닐까 싶은데요. 모두가 그럴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죠. 

극복할 수 없다면 최소화하는 것이 차선이겠죠. 나의 주도권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쭉 나열해 보고 그중에서 피치 못할 것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방법 같은 거 말이에요. 직장을 다닌다고 치면 9 to 5만 허용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주도권이 있는 삶의 시간을 보낸다는 원칙을 세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대신 대기업 수준으로 월급 많이 주는 직장은 아예 처다도 안 보겠다는 마인드셋이 필요하죠.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의식주조차 기본권을 사수하기 어려운 사회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가족구성원에게 오늘 저녁 뭐 먹을지 주도권을 빼기고 살고 싶은 동네에서 몇 십 킬로나 떨어진 곳에서 살아야 하고 남들과 비슷한 옷을 입거나 명품을 입는 건 꿈도 못 꾸는 삶이잖아요.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자신의 의식주와 몸은 주도권을 내어주더라도 자신의 생각은 마지노선으로 주도권을 사수하는 방법이 있죠. 하긴 하는데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 구축을 통해 자신의 주도권을 끝까지 사수하고 말겠다는 어정쩡한 태도인데요. 하긴 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는 할 수 없다 나도 일말의 자존심은 좀 지키며 살아겠다는 꽤씸한 발상은 꼭 지키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태어날 때부터 내 의지가 작동하지 않았는데 사는 일조차도 주도권을 잃고 허부적되어야만 하는 삶이 썩 유쾌하진 않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찾은 주도권이야말로 소중하고 잘 지켜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오늘부터라도 누군가에게 빼앗겼던 주도권을 찾아오는 일을 시작해 보시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예전보다는 주도권의 영역이 다소 넓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도 한 두 개는 해 볼 수 있다고 할까요. 누군가는 주도권을 행사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탑승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끌려가는 것보단 사고가 나더라도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편이 훨씬 나을 듯하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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