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오동식 / 번안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서울패밀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wt6 ZBvyXs2 k? si=E2 vdnFIKGy0 mkKQL
그렇게 좋던 그날이 그렇게 사랑한 날이
이제는 사라져 가고 슬픔만 남아버렸네
이렇게 그리운 나를 이렇게 못 있는 나를
이제는 잊어버렸나 이제는 지워버렸나
- 서울훼미리 <이제는> 가사 중 -
서울패밀리는 혼성 2인조 음악 그룹으로 1986년에 데뷔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연주자 4명을 포함해서 6인조였습니다. 남자 보컬인 위일청 씨는 본명이 위구용으로 1981년 서울국제가요제로 데뷔했습니다. 그러고 여자보컬은 김승미 씨였고요. 1990년 위일청이 탈퇴하고 유노 씨로 멤버가 체인지되죠.
1986년 '내일이 찾아와도'라는 곡이 담긴 1집을 발매하면서 인기를 끌었고요. 1987년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담긴 2집에 실려 있는데 당시 40만 장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합니다. 이 노래는 1985년 미국의 흑인가수 '저매인 재슨'과 백인가수 '피아 자도라'의 'When the rain begins fo fall(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을 번안한 노래입니다. 원곡은 사랑을 다짐하는 노래인데 번안곡은 이별 노래죠. 이 노래는 2001년 컨츄리 꼬고, 2004년 코요테, 그리고 싸이가 리메이크를 한 적 있습니다.
서울패밀리는 1986년과 1987년 양대 방송사 10대 가수로도 선정되었고요. 1987년 OST로 삽입된 <타타타>를 불렀는데 나중해 김국환 씨가 리메이크하죠. 2009년까지 총 5장의 앨범을 발매했고요. 위일청과 김승미 씨는 복면가왕 경연에도 참가한 바 있습니다. 김승미 씨는 싱어게인 3에도 출연했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이제는'입니다. 먼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하죠. 사랑에서 이별로 넘어오는 심정을 담았다고 보이네요.
'지난날 그리워하는 것은 아쉬움이야/ 바람 속을 걸어가는 너의 모습처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잊어야만 하네'이 첫 가사입니다. 떠난 사람과 함께 있던 과거 시점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죠. 그 사람과의 추억은 바람 속을 걸어서 잡히지 않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보이지도 않고요. 그래서 화자는 결심합니다. 다 끝났다고 인정하며 상대를 잊기로 마음먹죠.
2절을 볼까요. '그리워 되뇌는 것은 사랑일 거야/ 바람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꽃처럼/ 이따금씩 되살아나 생각나게 하네' 부분입니다. 아쉽고 그리웠다면 진짜 사랑을 한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형체도 없는 바람 속에서 이따금 피어나는 그대라는 이름의 꽃. 우리의 머릿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른 추억 같은 거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렇게 좋던 그날이 그렇게 사랑한 날이/ 이제는 사라져 가고 슬픔만 남아버렸네/ 이렇게 그리운 나를 이렇게 못 잊는 나를/ 이제는 잊어버렸나 이제는 지워버렸나' 부분입니다. 사랑이 가고 이별이 찾아와 슬픔만 남겨버렸습니다. 상대는 자신을 잊어버렸는지 되묻고 있네요. 흑흑
'모든 얘기들 이젠 잊어야 하네/ 그 슬픈 얼굴도/ 그 사랑 이제 떠나갔기에' 부분입니다. 완전한 체념이 읽힙니다. 이별이라는 단어 속에 모든 이야기를 묻고 추억도 슬픈 얼굴도 묻고 다시 혼자였던 그 순간으로 돌아와 내일을 향해 걸어야 하니까요.
음. 오늘은 오래간만에 다시 사랑이라는 주제로 돌아와 봅니다. 책을 읽다가 사랑은 감정인가? 행위인가? 관계인가?라는 글귀를 보고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가사실종사건>에서 다루는 사랑 노래들을 떠올려보면서 그중 하나를 강조하는 노래도 두 개가 적용되는 노래도 모두가 표현된 노래도 있더군요.
이 노래에 보면 사랑을 '그리워 돼 내는 것'이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돼 내는 행위를 사랑으로 본 경우에 해당되죠. 그리워하며 드는 감정을 아쉬움이라고 말했는데요. 이건 감정에 해당되죠. '그 사랑 이제 떠나갔기에'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끝을 표현하고 있죠.
사랑은 감정이면서 행위이면서 관계인 걸까요?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연락도 안 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애끓는 감정을 느낍니다. 매일 기도를 드립니다. 그 사람이 돌아오면 결혼을 하겠다는 관계 설정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썸을 탑니다.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거죠. 꽃다발을 선물합니다. 사랑의 행위가 이루어진 것이죠. 상대가 반응을 하고 같이 데이트를 하며 가까워집니다.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죠. 어쩌면 사랑은 감정으로 시작해서 행위를 거쳐 관계로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갖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 말이죠. 저는 여기서 행위에 주목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을 항해서 늘 긍정적인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행위로 통해 형성되는 관계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유동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끈끈했다가 느슨했다가 좋았다가 나빠졌다가 이렇게요.
사랑의 감정은 들끓다가도 식기도 합니다. 대부분 처음에는 강렬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옅어지죠. 사랑하는 감정이 식으면 역으로 사랑하는 행동의 횟수도 줄고 관계도 이전만 못하죠. 뭔가 사랑의 감정과 행위와 관계는 하나처럼 엵여 있는 듯해 보이기도 하네요.
사랑은 시작은 감정입니다. 감정은 일시적이고 변덕스럽죠. 단순한 감정에 그치지 전에 행동이 필요합니다. 일단 행동하면 무르기가 쉽지 않죠. 누군가에게 꽃을 주며 고백을 했다고 가정해 보죠. 내일부터 어제 한 일은 모르는 일이라고 쌩깔 수 없는 노릇이죠.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최소한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하니까요.
하지만 사랑하는 행동을 지속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 번 한 행동은 처음에는 위력이 있는데 계속 반복하면 이전의 효과를 보지 못하죠. 퇴근길에 매일매일 꽃을 사서 선물하는 것이 반복되면 처음엔 너무도 사랑하는구나라고 할지 몰라도 두 번 세 번 반복될수록 이젠 그만하고 그 돈을 딴 데 쓰지라는 생각을 상대가 하게 될 겁니다.
사랑의 행위를 계속적으로 보여주여만 관계가 유지된다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랑해라고 말을 하지 않는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까요. 사랑의 행위가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원나잇 같은 것을 떠올려 보죠. 서로 간의 감정이 있었고 행위는 있지만 관계가 지속되진 않잖아요. 뭐 아쉬워서 한 두 번 더 만났다고 관계가 지속된다고 보긴 어려울 겁니다.
사랑이라는 관계 설정은 굉장히 고난도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자주 행위로써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일상생활에서 그러긴 쉽지 않잖아요. 따로 또 같이 가 절묘하게 이루어져야 좋은 관계 설정일까요? 우리가 사랑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네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피상적으로 인식하는 관계에는 얼마의 감정과 행위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편차가 무궁무진하거든요. 혹자는 자주 이벤트를 벌이는 사람도 있고 혹자는 기념일도 그냥 무심히 흘려보내지만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군가에도 뒤지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감정이 행위로 다시 행위가 관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감정이 아니라 의무감이 개입할 수도 있고요. 행위가 이루어져도 관계가 그다지 개선되거나 강화되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어렵습니다. 관계가 고도화되면 감정과 행위도 이전과는 다른 양태를 뛰어야 한다는 결론인데요.
이성적 사랑에서 인간적 사랑의 영역으로 진화를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성적 사랑에서 우정적 사랑으로 변신을 꾀해야 하는 걸까요? 과연 사랑은 감정일까요? 행위일까요? 관계일까요?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거 좀 공부가 필요한 듯합니다. 하하하. 좀 더 공부해서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떠들지 않도록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다시 도전해 보도록 하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래간만에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해 놓은 것 같은 기분이네요. 하하하. 이럴 때도 있어야죠. 숙제를 받았으니 슬슬 저만의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생 배워야 하는 사랑이니만큼 쉽게 딱 잘라 말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측면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사랑의 감정, 행위, 관계 중 어느 것에 마음이 좀 더 가시나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