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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의 <난치병>

작사 윤종신 / 작곡 하림

by GAVAYA Aug 16. 2023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가수 '하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유튜브에 1시간 연속 듣기가 없어서 오리지널 버전으로 링크합니다.

하림 씨 눈매가 너무 매섭네요. 하하하.

https://youtu.be/FarJG8u_apU


이제 알 것 같아요 나는 미쳐버린 걸

나을 수 없는 흔치 않은 병처럼

그대라는 뜨거운 열은 식지 않고

...

너무 아파도 소리 한 번 안 지르는 건

나 그렇게 나을 수 없기 때문에

...

돌아와 그냥 오랜만인 척해요

나 이래야 나을 수 있기 때문에


단 하나 기도하는 건

돌아온 기대이기에

...


- 하림의 <난치병> 가사 중 -




난치병에 걸린 것처럼

그대라는 뜨거운 열이

좀처럼 식지가 않아요


지독한 나의 상처는

견뎌내기가 너무 힘들어

술의 힘으로

밤을 마취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내 몸에 퍼져버린 추억은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손 쓸 엄두가 나지 않아요


너무 아파서 끙끙 앓는다고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기에

그냥 그대가 돌아오기만을 기도해요


왠지 돌아올 것 같아서

없었던 일인 것처럼

그대가 떠난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돌아와서 그냥 오랜만인 척해줘요

그게 내가 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걸요.




하림은 1996년 3인조 그룹 'VEN'의 리드보컬로 데뷔했습니다. 가수라기보다는 음악가라는 호칭이 어울릴 정도로 곡도 잘 씁니다. 윤종신 씨에 의해 발탁을 되었고 2001년 솔로 음반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곡에도 윤종신 씨가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네요. 윤종신 씨는 앞으로 많이 다룰 예정입니다.

가수 박정현 씨와도 친분이 있어서 <비긴어게인 2>에도 같이 출연했죠. <몽중인><You mean everything to me> 등 히트된 곡도 많습니다. 이번 곡은 1집에 수록된 곡인데요. 이 곡과 함께 <출국>이라는 노래도 저는 좋아합니다. 다수의 외국 악기를 다룰 만큼 연주자로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그럼 각설은 그만하고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실까요. 제목에서 한 번에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난치병>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자로 치료하기가 어려운 병을 뜻하죠. 상사병은 약도 없다는데 난치병도 매한가지입니다.

첫 가사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제 알 것 같아요/ 나는 미쳐버린 걸/ 나을 수 없는 흔치 않은 병처럼'이라고요. 난치병이 걸려서 미친 걸 알았답니다. 그냥 정신이 나간 걸까요? 아닙니다. 그대에게 미쳐 버린 거죠. 흔치 않은 병이라고 하는 걸 봐선 본인의 사랑에 대한 열병의 정도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죠.

그래서 다음 가사가 '그대라는 뜨거운 열은 식지 않고'입니다. 그녀가 바이러스처럼 몸에 스며들어 온몸을 불덩이로 만들어 놓고 떠나버렸으니 대상은 사라졌지만 열은 쉽게 내리지 않는 거죠. '온몸에 퍼져버린 추억은/ 이제 손 쓸 수가 없어서/ 그냥 떠오르게 놔두죠'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이 노래에서 주목하는 가사 2곳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지독히 깊은 그대라는 상처가/ 얼마나 참아내기 힘든지/ 한잔 술이 밤을 마취할 뿐'입니다. 어지간히 힘들어서 눈 뜨고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상황이죠. 그나마 모든 것이 검게 물든 저녁이 되면 나아질까 그랬는데 고요한 밤이 오히려 상대방을 더욱 또렷하게 기억나게 합니다. 그러니 한 잔 술로 내 몸과 이 밤을 마취시켜야만 그 고통이 진정된다는 표현이네요.

두 번째는 '너무 아파도/ 소리 한 번 안 지르는 건/ 나 그렇게 나을 수 없기 때문에' 부분입니다. 우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것은 누군가가 그 아픔을 보고 반응을 해 주길 바라서입니다. 따라서 아프다는 말이 메아리처럼 다시 본인에게 돌아오는 상황에서는 그 말을 내뱉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죠.

사랑의 치병도 같은 이치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들어줄 수 없는 이야기를 허공에 대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아파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는 거죠. 그런다고 상황이 나아질게 아니라면서요.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갈망하는 거죠. 아주 탁월한 노래 가사가 아닐까 합니다. 칭찬합니다. 하하하.

진짜 마음은 2절 가사에 나옵니다. 그녀가 떠난 사실은 주변 누구에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하죠. 왜일까요?

그걸 말하는 순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는 것을 알아서겠죠. 왠지 돌아올 것 같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기 위해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돌아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랜만인 척해 줬으면 하죠. 그렇게만 된다면 본인의 불치병이 말끔히 나을 수 있다면서요. 그러면서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녀가 그런 본인을 지켜봐 주는 상상의 나래를 펴죠. 저는 이 가사를 보면서 앞의 가사 흐름과 배치가 되어서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간절히 바라니까 그런 환영이 보이는 장면을 가사로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왜 노래 제목이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이었을까요? 절대 못 고치는 병이 아니라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고 표현한 것이 저는 마음에 듭니다. 조금 숨 쉴 공간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난치병이 좀 인간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실제로 죽을 것 같이 사랑한 사람 중 헤어짐 때문에 진짜 죽는 사람은 드물죠.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이라 말한 것은 신의 한 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 당시에는 불치병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난치병이 되고 그다음은 어떻게든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등 치유가 돼서 다른 사람도 만나고 그러잖아요.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도의 느낌 말입니다. 우리 삶도 그런 자세가 때로는 요구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전체적으로 가사가 그리 길지 않지만 임팩트가 있는 구간이 군데군데 있어서 들을 맛이 납니다. 오늘은 이것을 마치겠습니다.


PS.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헤어짐의 아픔을 늘 동반합니다. 누군가는 1초라도 먼저 이 세상을 떠날 테니까요. 하지만 우린 사랑을 할 때 헤어짐의 아픔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오히려 그런 말을 꺼내면 부정 탄다고 하죠. 모르는 이성에게 관심을 보일 때 거절 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이별의 아픔까지도 함께 품는 용기가 필요한 일은 아닐까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 (NO.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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