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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들의 사계

그들의 우정은 오줌발보다 세다 174

by 불량품들의 사계 Feb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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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우정은 오줌발보다 세다 


    

 2

평상에 새똥을 빗자루로 긁다가 궁금했다. 풀치와 성길씨가 어제저녁부터 코빼기도 안 보인다. 요새 죽이 맞더니 무슨 일일까. 같이 죽었나! 그럴 리가 술을 앞에 두고 죽을 리 없지.


성길씨네 문이 덜컹거렸다. 성길씨가 전화기를 귀에 댄 챈 내게로 걸어왔다. 맨발인 채 슬리빠를 신고 있다. 그는 미묘한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혹시, 물류창고 해피 봤어요?”

“술고래가 데꼬 다니던 검은 개요?”

“예, 술고래 난리 났어요. 개 없어졌다고.”

성길씨는 말을 끝내고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뒤통수에는 새집이 두 채나 지어져 있다. 성길씨 새집은 계절하고 관계없다. 그나마 풀치는 머리카락이 짧아 다행이다.

성길씨 입에서 아침부터 소주 냄새도 쉰내도 아닌 구린내가 났다. 도저히 옆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평상에 앉으면서 평상을 손으로 탁탁 쳤다. 앉으라는 뜻이지만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는 입술이 마르는지 혀로 핥다가 대뜸 말을 던졌다.

“술고래랑 어젯밤 시내로 술 마시러 갔다 왔어요.”

“네에, 얼어 죽게 생겼는디.”

“택시 불러 타고 갔다 왔죠.”

성길씨는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집에 오다가 오줌이 급해 마을버스 종점에서 내렸죠.”

“그래서요”

“오줌 쌌죠.”

“그러니까요.”

“술고래 오줌이 발등으로 떨어지다시피 하잖아요.”

“난 또 뭐라고, 별일도 아니네.”

“별일 아니라니요. 사내새끼는 오줌빨이 쎄야지.”

나는 말하는 의도를 몰라 호응하지 않았다

“그쪽은 모를 거야.”

“내가 머얼 몰라요.”

“앉아서 누는 것하고, 서서 누는 것하고 차이가 있지, 술고래는 앉아서 싼 거나 마찬가지지.”

“오줌 멀리 누기 대회도 아니고, 알 듣게 말해요.”

“암, 남자가 발등에 오줌 떨어지면 죽은 거나 다름없지.

“또 샛길로 빠지시네. 그래서 풀치가 죽었다는 거요? 살았다는 거요?”

“죽었다는 거죠.”

성길씨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예? 어젯밤에 술고래랑 집에 걸어왔다먼서요.”

“아, 그러니까 그것은 죽었는데 살았다니까요.”

“이건 또 뭔 말 이래?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고.”

“그것이 죽었다고요! 나보다 못한 놈이 맨 날 까불고.”

그는 내가 답답했는지 소리쳤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눌러 참았다.

‘나도 알어요’

이러고 있는 우리 둘은 누가 봐도 사오정이었다. 성길씨는 히죽히죽 웃었다. 내가 너무 모른다고 단정 짓고 좋아 죽었다.

“날마다 산에 가는 나랑 술만 퍼마시는 저랑 같아.”

성길씨는 신체 나이가 30대라고 자랑했다. 누가 보아도 두 사내 다리는 참새 다리다.

‘그럼, 너는 포물선이라도 그렸다는 거여.’

나도 그렇다. 남의 사내들이 오줌을 누든 말든 뭐가 궁금해 꼬치꼬치 묻고 서 있는가.

“어제 술값은 누가 냈어요?”

혹시, 지보다 못한 풀치 꼬셔 돈 쓰게 했을까 물었다.

“내가 냈죠. 노래방까지. 어제 밤새 쓴 돈이 총 17만 원.”

성길씨는 새 다리를 꼬며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노래방까지요? 누가 먼저 가자고 했어요.”

“내가 했죠. ”

술이든 밥이든 먼저 먹자는 사람이 계산대에 앞서가듯 성길씨가 냈다는 말인데, 짠돌이 성길씨가 절대 지갑을 열일 없다. 말을 마친 성길씨는 개 떨듯 떨었다. 맨발을 비비면서 일어나 집으로 쏙 들어갔다.

나는 이 시점에 얼토당토않게 자두 씨 와 수박씨가 생각났다.

어쨌든 성길씨와 풀치는 펄펄 끓는 추위 속에 뜨거운 우정을 발휘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해가 지면 새들 기척 없다. 이사 간 집이 많아 샛길도 가로등에 의지한다. 나는 천장에 고양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반갑고 새벽까지 마당에 불을 켜놓는다.

성길씨도 풀치도 긴긴 겨울밤, 사내 둘이 할 일이 뭐 있었겠나. 날마다 마른 풀만 보다가 앞뒤 잴 것도 없이 택시 불러 달려갔겠지. 이 빠진 늑대처럼 돌아다녔겠지.  

    

풀치는 일주일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풀치는 노래방에서 당연히 도우미 불렀다고 내가 생각한 것 같았다. 나랑 저랑 무슨 사이도 아닌데 부르든 말든. 어디서 뭐 하고 자빠져있는지. 얼른 들어오지.

성길씨 말로는 해피 잃어버려 못 들온다고 했지만 핑계다. 해피는 진즉 들어와 주인하고 뛰어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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