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린이가 되다

나일강(Nile river)의 추억

by 시아파파

고마운 이집트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날짜를 잡고 지난번에 가보았던 한국 통닭집으로 갔다. Ehab, Mahmoud, Yessef 3명의 친구와 함께 일 끝나고 마디로 향했다.

지난번엔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이번엔 Ehab 차를 타고 가니 이렇게 편할 수가. 친구들은 한국 음식점에 처음 와 본다고 했다. 한국 통닭은 다른나라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집트 친구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한국 치킨집 '꼬끼오'


양념 / 허니 통닭,
떡볶이,
김밥
을 시켜서 친구들의 표정을 보았다. 허니 통닭 먹을 때랑 양념 통닭 먹을 때랑 표정이 달랐다. 아마도 양념 통닭이 조금 매웠나 보다. 나도 매운걸 잘 못 먹지만 이집트 친구들은 더 못 먹는 것 같았다. 그리고 떡볶이는 더 매웠다.


나한테도 매웠으니 친구들이 먹기 힘든 건 당연했다. 음식 선택이 조금 잘못된 것 같아 미안했다. 안 맵고 맛있는 음식이 많았는데. 하지만 허니 통닭하고 김밥은 너무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김밥은 이집트 전통 음식인 Mah’shy(마흐시)랑 비슷하다고 했다. 아직 못 먹어 봤는데 어떤 음식인지 궁금했다. 그때 Ehab 가 자기 와이프가 Mah’shy 엄청 잘 만든다고 나중에 자기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했다. 빨리 가서 맛보고 싶었다. 과연 어떤 음식일까?

그리고 음식점 이름이 ‘꼬끼오’였는데 친구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꼬끼오’는 한국에서 닭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단어라고 하고, 어떻게 우는지 알려주니까 신기했는지 계속해서 ‘꼬끼오~~~’ 하며 음식을 먹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도 나만 보면 ‘꼬끼오’라고 하고 기억에 많이 남았던지 ‘꼬끼오’라는 소리를 며칠동안 계속했다. 그런 친구들을 보니까 웃음이 절로 나왔다.
‘꼬끼오’라는 한 단어 가지고 저렇게 신나 할 수가.


안달로스 공원(Al-Andalus Park)


맛있는 저녁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나일강변으로 갔다.
나일강변에는 우리나라 한강시민공원처럼 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공원 이름은 안달로스 공원. 그곳엔 수많은 유람선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강 넘어 보이는 카이로 시내의 야경까지. 한강 주변 아파트 숲만 보이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강 풍경이었다. 우리나라도 한강 주변이 아파트가 없고 잘 꾸몄으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공원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왜 그렇지?' 하고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입장권을 사기 위한 줄이었다. 한강시민공원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데 여기 이집트 카이로의 나일강 공원은 입장료를 내야 했다.


비싼 금액은 아니었지만 강 주변 공원은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약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집트는 입장료를 내는 곳은 항상 다른 곳보다 깨끗했는데 여기서도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비용이라고 좋게 생각했다.

이렇게 시원한 나일강의 밤공기를 마시며 공원 주변을 산책했다. 배를 타라고 어찌나 호객행위를 하던지. 지난번 유람선을 타봐서 이번엔 별로 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냥 걷는 게 너무 좋았다.


카르알닐 다리(Qasr El Nil Bridge)


나일강 공원 산책을 마치고 다리 위로 올라왔는데 다리 위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다리 이름은 카르알닐 다리.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고 했는데 역시나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다리 위는 바람이 잘 불어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것 같았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나일강의 야경은 정말 멋졌다. 지난번 카이로 타워 꼭대기에서 보았던 느낌과는 또 달랐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하고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하고. 보는 위치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틀리다니. 위에서 볼 때는 카이로가 다 내꺼 같았는데 옆에서 보니 카이로가 내 친구 같았다.


화려한 조명,
시원한 바람,
약간의 흠이라면 차들이 울려 대는 빵빵 소리.
이집트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빵빵을 눌러 대서 도로 주변은 항상 시끄러웠다. 이것만 없었어도 정말 좋았을텐데.
하지만 주변 시끄러운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신나게 이 밤을 즐겼다.


카이로의 밤거리를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길거리에서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팔고 있었다. 친구들은 이것이 행운과 축복을 가져다 준다며 내 목에 걸어주었다.
오늘 끝까지 메고 다녀야 한다면서. 약간은 부끄러웠지만 한국이 아니니까. 한국이었으면 못했을 것이다. 결국 친구들과 헤어질 때까지 목걸이를 메고 있었다.


이렇게 밤은 점점 깊어 가고 헤어지기 아쉬워 가까운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헤어지기로 했다. 이곳에서 친구들은 또 한 가지 선물을 주었다.

Edaya

이것은 라마단이 끝나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로 돈에 글을 적어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새해 때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주는데 이집트에서는 라마단이 끝나고 돈을 준다. 난 어린이도 아닌데. 아마 친구들은 '나를 어린이처럼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랍어도 잘 못하고 어디를 가던 친구들이 다 챙겨주니까 어린이랑 다를 것이 뭐가 있었겠나. 특히 차도를 건널 때 친구들은 내 양 옆에 서서 손을 꼭 붙잡고 같이 건너 주었다.
여기서는 어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20 EGP에 오늘의 모든 추억이 간직되어 있는 것 같았다.


또 하루가 지나갔고 또 하나의 추억이 내 마음속에 쌓여간다.
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런 추억도 없었을텐데.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 같다.
겉모습,
언어,
생활방식
모든게 다 틀리지만 만나서 서로 친구가 된다는 것. 이보다 더 좋은 인연이 있을까.


라마단을 상징하는 파누스가 오늘따라 더 멋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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