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에게 버림받다 - 소크나(Sokhna)

사람을 남긴다는 것

by 시아파파

한국으로 휴가를 갔다 오고 나서 이집트 친구들이 바다로 놀러 가자고 했다. 난 항상 언제든지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이번에 갈 곳은 예전에 Mahmoud가 일했던 리조트라고 했다. 이름은 Porto Sokhna Beach Resort & Spa.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진짜 정말 좋은 리조트였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리조트는 나의 맘을 어찌나 설레게 하던지. 일 끝나고 수에즈로 가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먼저 Ehab 네 집에 들러 Ehab 와이프가 만들어준 저녁을 간단히 먹고 소크나로 갈 준비를 했다. 저녁은 이탈리아 음식인 라자냐와 비슷한 음식과 소 간구이 그리고 소 양념구이였다. 다 이집트에 와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 솔직히 맛있지는 않았다. 음식이 뭐가 문제인가. 멋진 바다를 보러 간다는데^^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Ehab 와이프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기 때문에 최대한 맛있게 먹었다.


숙소는 내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예약을 하지 못했는데 그날 예약하려고 하니 그냥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정 금액을 먼저 지불해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Vodafon cash(보다폰 통신사를 통해 결제해야 하는 것)으로 입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서둘러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 보다폰(Vodafon) 대리점에 가서 입금을 하려고 했는데 번번이 실패하고 돌아왔다. 거의 포기할 때쯤 (한 6군데 정도 간 것 같음) 드디어 한 군데서 입금에 성공했고 기쁜 마음으로 장을 보러 갔다.

음료수와 간식거리 할 것을 사고 드디어 소크나로 출발.


크게 노래를 틀어 놓고 신나게 노래 부르며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늦은 밤이라 차도 안 막혀서 1시간 조금 더 걸려 리조트 앞에 도착했다.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리조트를 실제로 보니 정말 엄청 컸다.
주변에 차들도 엄청 많았고, 그 호텔 투숙객을 위한 주변 상점도 많았다. 이런 곳에 이렇게 큰 리조트가 있다니. 이 리조트를 빼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제부터 시련이 시작되었다.


시련의 시작


밤에는 check in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리조트 안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방금 전까지 방 있다고 해서 계약금 지불했고 신나게 달려왔는데.

리조트 입구에 있는 사무실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담당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담당자가 왔지만 들여보내 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알고보니 이집트는 테러가 많이 일어나서
이런 고급 리조트는 야간에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고 한다. 그럼 진작에 알려주던가.


Ehab와 Mahmoud가 몇 시간 동안 해결방법을 찾았지만 결국 환불을 받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이 좋은 리조트를 또 언제 와 볼 수 있다고. 정말 난 너무 실망했다. 친구들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내가 더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나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다니. 리조트가 정말 너무 미웠다.
안 될 거면 진작 알려주던가. 안 그랬으면 다른데라도 알아볼텐데. 정말 얼마나 화가 나던지.


사진도 찾아보니 여기 가서 찍은 사진이 딱 한 장이었다. 밤이라 주변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아 내일 해가 뜨면 사진을 찍으려고 했건만. 나의 꿈은 정말 순식간에 날아가버렸다.
정말 너무 허무했다.


다시 Ehab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너무 분하고 화나서. 늦게 잠들어서 그런지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잤다. Ehab 도 마찬가지로. 점심때가 다 되어서 일어난 우리는 어제 일을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것도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고생해 준 우리 친구들. 이 친구들과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해 나가야 하는데 너무나 든든했다.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카이로로 돌아오는 길. 많은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지만 얻는 것도 많은 여행이었다.


사람을 남긴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세상은 절대 혼자서 살 수 없다. 일도 절대로 혼자서 할 수가 없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난 이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 이집트에서 일하는 동안 이 친구들은 나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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