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가족이 생기다 - 수에즈(Suez)

이집트 전통 만찬과 돌잔치

by 시아파파

드디어 이집트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았다.

그 전부터 이집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하는 궁금증에 이집트 친구 집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Ehab 가 딸 돌잔치라고 나를 초대해 주었다.

일 끝나고 바로 Ehab 의 차를 타고 수에즈로 향했다. 지난번에 한번 가봐서 그런가 가는 길이 어색하지가 않았다.
가는 길 중간에 딸 생일 케익을 사기 위해 빵집에 들렸는데 케익크기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걸 보면서 '누가 이걸 다 먹지?’ 그 생각 밖에 나질 않았다.


이번엔 Ehab 와 단둘이 차를 타고 갔는데 수에즈에 도착하니 Mahmoud와 Yessef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렇게 다같이 차를 타고 Ehab 네 집으로 향했다.

Ehab 네 집은 4층짜리 건물을 다 쓰고 있었는데 밖에서 보는 모습과 안의 모습은 완전 달랐다. 진짜 천지차이.
외부는 마무리가 다 안되어 시멘트가 그대로 다 보이는 상태였는데 내부는 상상 외로 럭셔리하게 잘 꾸며 놓았다. 솔직히 우리집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특히 안에 구비된
가구, 벽지, 조명 등 굉장히 비싸 보였다. 역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집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식탁에는 이미 Ehab 와이프가 준비해 놓은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정말 처음보는 음식이 너무 많았다. 내가 이집트 전통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Ehab 가 와이프에게 이야기해서 이 음식을 준비했다고 했다.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준비해 주다니. 너무 고맙고 한편으론 너무 미안했다. 내가 너무 부담을 준 건 아닌가 해서 말이다.


처음 먹어보는 이집트 음식은
이집트 김밥 (Mah’shy),
이집트 소스 (Molokeiya) 등.
대부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비둘기 요리는 지난번 아랍어 과외 선생님과 전문 식당에 가서 먹어보았지만 다른 것들은 다 처음이었다. 특히 Mah’shy는 양배추, 가지, 호박, 피망 속을 파서 그 안에 양념된 밥을 넣고 찌는 음식인데 맛이 담백해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딱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Molokeiya는 약간 끈적한 소스인데 (소스라 해야 할지 국이라 해야할지 아직도 헷갈린다.)빵에도 찍어먹고,
그냥 먹기도 하고, 맛이 오묘하긴 한데 맛은 있었다.
이 오묘한 맛에 난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비둘기 구이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음식 하나.

Mah'shy & Molokeiya
비둘기 구이 & 이집트 찌개?

Ehab 와이프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줘서 먹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고맙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인사는 잠시 정말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런지 순식간에 음식이 사라져버렸다. 특히 이집트 사람들은 밥을 엄청 빨리 먹는데 난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밥 먹는 속도가 빠른데 이집트 사람들은 더 빠른것 같았다. 이제 반 정도 먹었을 때쯤 친구들은 이미 다 먹고 베란다로 담배를 피러 갔다.
담배를 다 피고 왔을 때도 난 계속 먹고 있었다.


맛있는 이집트 음식을 먹고 난 후 우리는 소화도 시킴 겸 지난번에 갔었던 해안가 거리로 나갔다. 역시나 바닷가의 시원한 바람은 우리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이곳 거리를 걸으며 커피도 마시고 다른데 갈 곳도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한국으로 휴가 갈 때 딸에게 이집트 전통 옷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하자 친구들이 알았다면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가 간 곳은 수에즈 번화가 였는데 그곳에 있는 옷가게란 옷가게는 다 들어가 보았는데 아쉽게도 아이들이 입는 여자 이집트 전통 의상이 없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는 전통 의상을 입지 않는다고 한다. 초등학생 정도 되어야 입을 수 있는 옷 밖에 없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을 멈추고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내가 느낀 건 이집트는 놀이 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식 시간을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카페가 엄청 많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항상 테이블과 의자에 준비되어 있다. 해만 지만 밖이 모두 카페가 되어 버린다.

카페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Ehab 가 가져올 것이 있다면서 잠깐 나갔다. 뭘 가지고 왔나 봤더니 딸 돌잔치에 쓸 큰 사진 대자보를 가지고 왔다. 사진에 나와 있는 아이가 얼마나 귀엽던지 우리 딸이 절로 생각났다.


이렇게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잠이 몰려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넘었었다. 우리는 내일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난 Ehab 집으로.

나는 Ehab의 딸 Dalida의 방에서 잤다. 아직 혼자 방을 쓰려면 한참 남았는데 벌써 이렇게 딸 방을 꾸며 놓다니.
우리집은 방 하나를 놀이방으로 만들었는데.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이제는 친구 Ehab 네 집이 너무 편하게 느껴졌나보다.


많이 피곤했나 이번에는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해만 뜨면 일어나던 내가 오전 9시가 다 되서 눈이 떠졌다. Ehab는 역시나 자고 있었다. 더 자라고 조용히 씻고 나올려고 했는데 그 소리가 생각보다 시끄러웠나 보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Ehab 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러더니 수에즈 운하에 가보자고 했다. 예전부터 내가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잔치는 언제하지?
나랑 수에즈에 갈 시간이 되나?
준비는 언제하지?


이런 생각이 막 들었다. 물어보니 돌잔치는 저녁 9시에 한다고 했다. 저녁 9시? 우리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기는 낮에 너무 더워 대부분의 행사들이 저녁에 진행된다. 결혼식도 마찬가지. 그래서 오전엔 시간이 있다고 했다.


수에즈 운하의 시작


먼저 간 곳은 수에즈 운하의 시작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호수 Old Kornaish lake.물 색깔이 정말 에메랄드 색인데 너무 예뻤다. 당장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났다.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그런 물 색깔이었다.

이 호수를 따라 쭉 가다가 수에즈 운하와 만나는 부분에
일반 시민들이 해수욕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club이 있었다. Beach Social Club.


이집트에서의 클럽(Club)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공원 혹은 가족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처음에는 노래 나오고 춤추는 클럽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이런 클럽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제일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다. 어떤 곳은 가족단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들어가도 쉴 공간이 없었다. 이렇게 물이 깨끗하고 예쁜데 누가 해수욕 하러 안 오겠는가.

더위를 피해 파라솔이 쳐져 있는 벤치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홍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실제 수에즈 운하로 이동하였는데
중간에 이집트 건물이랑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집이 나타났다. 수에즈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영국, 프랑스
사람들이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사람이 계속 살고 있을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빨간 벽돌과 초록색 창문. 주변의 이집트 일반 건물들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수에즈 운하가 시작되는 부분. 수에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수에즈 운하인데 막상 가보니 그냥 바닷길이다. 그리고 수에즈 운하 주변은 전부 철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중간중간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어 사진도 마음데로 찍을 수가 없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라 보안구역이라고 했다. 특히 수에즈 운하에 배가 지나갈 때면 꼭 앞에 경찰 순시선이 앞장섰다. 사진을 많이 못 찍어 아쉬웠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줘도 들어갈 수도 없고,
찍을 만한 게 많지는 않았다. 사진은 겨우겨우 철창이 없는 부분은 찾아서 찍을 수 있었다.그래도 다행인 부분은 수에즈 운하 옆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에즈 운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아침내내 수에즈 운하 본다고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파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Ehab가 수에즈에서 유명한 음식점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음식 이름이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이집트 전통 빵인 A’eish (일명 걸레빵) 안에 야채와
계란 후라이를 넣어 먹는 간단한 음식이었다.
이 음식은 이집트 사람들이 가장 흔히 먹는 식사 중 하나다.
빵도 일반적으로 보는 것보다 작았고 조금 더 부드러워서 먹기에는 전혀 부담없는 한 끼 식사였다.


밥을 다 먹고 앉아 있는데 친구가 머리 자르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저녁에 친구 딸 돌잔치도 가야하고
다음날 휴가도 가는데 머리를 자르는게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자기가 알고 있는 미용실로 데려갔다.
이름은 만도.


이 지역에서 유명한 미용실이라고 했다. 이 곳에서 머리도 자르고 면도도 하고 얼굴 마사지도 받았는데 거의 2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았다. 얼마나 정성을 드려 해주시던지. 그런데 면도를 하는데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도 안하고 바로 면도기로 자르니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이미 시작했으니 뭐라 말도 못하고. 며칠동안 화끈거려 혼났다.


특히 여기서 내 인생 절대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이발사가 내 머리를 만도 마스코트와 똑같이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머리를 다 만질 때까지 안경을 벗고 있어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안경을 쓰는 순간 정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이런 머리를 하다니!!!’


정말 내 인생 최고의 머리 스타일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여기 이집트가 아니면 내가 이런 머리 스타일을 어디서 해 보겠는가. 한국에서?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 머리 스타일을 길이길이 기억하기 위해 이 머리를 만들어준 이발사 분과 같이 사진도 찍었다.


정말 이 캐릭터와 똑같지 않은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친구들은 멋지다며 그 머리 스타일로 꼭 한국까지 가라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머리 스타일 하나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근데 다시 보니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참을 웃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Ehab 가 돌잔치 준비 때문에 집에 잠깐 갔다온다고 하여 나는 Mahmoud와 둘이서 카페에 가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창 아랍어를 배우는데 재미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이 시간은 아랍어를 테스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아랍어로 Ehab, Mahmoud, Yessef 이름을 적으니 Mahmoud가 깜짝 놀랬다. 완전히 다 맞지는 않았지만 친구는 엄청 좋아했다. 그 외에 배웠던 많은 단어들을 사용해 보고, 특히 카페 직원에게 아랍어로 인사하고 몇 마디 했더니 신기해 하면서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Dalida의 돌잔치


드디어 저녁 9시가 다 되었다. 난 Ehab 차를 타고 돌잔치가 열리는 식당으로 갔다. 그 곳은 호수가에 자리잡고 있는 음식점인데 딸 돌잔치를 위해 일부를 빌린 것 같았다. 돌잔치가 열리는 공간 입구에는 Ehab 딸 돌잔치를 알리는 물건들이 예쁘게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Ehab 친척들, 친구들과 모두 인사를 나누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Yessef가 아들을 데리고 왔다. 아들이 아빠를 꼭 닮아 엄청 귀여웠다. 근데 수줍음이 너무 많아 친해지는데 어려웠다.


조금 있다가 Mahmoud도 가족들과 같이 왔고 손님 대부분이 도착했을 때 드디어 돌잔치가 시작되었다. 노래 부르고 춤추고 마지막에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그 식당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부르면서 축하해 주었다.


Dalida야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씩씩하게 자라렴.


다음날 아침 Ehab는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카이로 숙소까지 직접 데려다 주었고, 휴가 잘 갔다오라고 선물까지 주었다. 정말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홀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이집트 생활에서 이런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은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다. 앞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겠지만 이런 친구들이 있는 한 지쳐 쓰러지기 보다 털고 이겨내는 일들이 더 많을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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