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를 배운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아랍어 선생님한테 야외 수업을 가자고 했다. 수업만 하는 게 너무 지루해서. 그래서 그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비둘기 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자기는 한마디도 안하겠다고. 나한테 주문하고 계산까지 다 해보라는 것이었다. 아랍어로. 오호…….. 재밌겠는데.
식당 이름은 Kababgy El Azhar Farahat.
아랍어 선생님이 추천해 준 곳이다. 자기는 여기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회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시간에 맞춰 우버 택시를 타고 식당으로 갔다. 식당 앞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더워서 식당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식당 안은 꽤 고급스러워 보였다. 흰색과 검은색 대리석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한층 더 멋스러웠다. 아직 본격적인 저녁식사 전이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드디어 아랍어 선생님이 오셨고 주문을 하려고 메뉴를 받았는데 영어가 하나도 없이 전부 아랍어였다. 비둘기 요리도 여러가지라 어떤 걸 주문해야 할 지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아랍어 선생님이 그래도 주문해 보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헐.........
난감했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재미있었는지 얼마나 웃던지. 결국 선생님이 메뉴판을 보면서 어떤 음식이 있는지 설명해 주고 주문은 나보고 하라고 했다. 겨우 주문을 마치고 메뉴판을 가지고 선생님과 식당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랍어 선생님은 동료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카이로에 있는 Ain Shams 대학교 한국어 학과를 나온 친구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도중에 아르바이트로 나에게 아랍어를 가르쳐주었다. 일주일에 2번 정도 수업을 했는데 한국어로 설명을 해 주니까 너무 쉽게 이해가 되었다. 회사에서 친구들에게도 아랍어를 배울 수 있지만 영어로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문화에 관해서는 친구들이 영어로 설명하기도 힘들었고 나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았는데 운 좋게도 만날 수 있었다.
아무튼 아랍어 수업을 하고 있는데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먼저 반찬이 나오고 조금 있다가 메인 메뉴인 비둘기 요리가 나왔다.
비둘기 요리는 우리나라 삼계탕과 비슷하게 비둘기 배속에 밥을 넣고 구워서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게 정말 맛있게 보였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비둘기 요리 먹었다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난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집트 사람들은 이 요리를 즐겨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맛도 닭고기와 비슷했다.
특히 선생님이 비둘기 요리는 뼈째 다 먹어야 한다면서 시범을 보이는데 정말 마지막에 선생님 접시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난 먹다먹다 도저히 뼈는 다 먹지 못했는데.
그 나라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둘기 요리. 우리나라는 비둘기 하면 더럽고 지저분한 새로 생각하지만, 이집트에서는 아주 친숙한 새였다. 비둘기를 기르는 곳도 많고(특히 옥상에 비둘기 집을 많이 만들어 놓음) 비둘기를 이용한 요리도 다양하다.
한 때 프랑스 유명한 배우가 우리나라 음식인 개고기 문화를 가지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개고기 문화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인데 왜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 문화를 가지고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프랑스도 그들만의 음식 문화가 있듯이 우리나라도 고유의 음식문화가 있는 것인데.
이런 것처럼 그 나라 음식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로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생활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인 음식. 입는 옷, 사는 곳, 생활 풍습만 문화가 아니고 음식도 정말 중요한 문화 중 하나다. 난 정말로 이집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다 먹어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이집트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난 꼭 이 음식을 먹어보길 추천한다. 난 솔직히 이 음식을 좋아한다. 진짜 맛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도 비둘기인지 모르고 그냥 먹으면 엄청 잘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