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Amr라는 친구가 멋진 곳을 알려주겠다면서 저녁에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어봤다. 나야 언제든지. 물어보기 무섭게 갈 날짜를 정하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가는 날.
우리는 일이 끝나고 툭툭이를 타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갔다. 이번이 두 번째로 타는 툭툭이. 지난번에는 짧은 거리를 가서 괜찮았는데 이번엔 꽤 멀리까지 갔다. 지하철 역까지 가는데 차들이 얼마나 많던지. 특히 툭툭이는 다 좋은데 사방이 다 뚫려 있어서 매연이랑 먼지를 다 마셔야 했다. 안 그래도 오래된 차들이 많아 매연이 많이 나오는데. 이게 제일 고역이었다.
지하철 역에 도착하니 역시나 이곳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역시 퇴근시간이라 어쩔 수 없나보다.
지하철을 타고 Amr 이 내리자고 해서 내렸는데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 봤더니 차를 타고 조금 더 가야했다. 드디어 처음으로 로컬미니버스 (우리나라 스타렉스 같은 봉고차가 버스 역할을 함)을 탔다.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않았는데 이집트 친구가 있으니 맘 편히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비좁은 공간에 사람이 꽉 차서 가는데 어휴. 거기다가 기사는 담배까지 피고, 에어컨은 안 나오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 해도 너무 불편했다.하지만 이 로컬미니버스는 이집트 대중교통에 정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교통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하지만 노선도 안 적혀 있고, 정류장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현지인과 같이 타지 않는 이상 나 같은 외국인은 혼자 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공식적인 대중교통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곳은 내가 알고 있던 칼릴리 전통 시장 앞이었다. 벌써 두 번이나 와 봤던 곳인데. 처음 도착하고 실망했지만 이집트 친구와 처음 와보는 곳이기 때문에 지난번에 못 가봤던 곳을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일 끝나고 바로 와서 저녁을 못 먹었기에 먼저 밥을 먹기로 했다. 근처 가까운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이제 비둘기 요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먹거리가 되어 버렸다. 비둘기 요리 하나만으로도 배부른데 닭구이에 수프까지. 역시 한 상 크게 차려놓고 먹는 우리나라랑 먹는 건 문화가 비슷한 것 같았다.
역시 밤이라 칼릴리 시장 앞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아 보였다. 지난번부터 가보고 싶었던 칼릴리 시장 앞에 있는 모스크. 이번엔 이집트 친구랑 같이 왔으니 들어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 모스크 이름은 Al Hussein Mosque.
겉모습도 멋있는데 안은 얼마나 더 멋있을까. 내부는 목조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목조는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대리석은 현재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수많은 조명들. 역시 들어와 보길 잘한 것 같았다.
모스크를 한껏 더 멋지게 만들어 주는 이슬람 문화를 상징하는 그림들과 문양들. 매일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시간표까지. 각 모스크마다 비슷한 것도 있지만 특색있는 것들이 더 많았다. 특히 여기엔 Hussein의 묘가 비치되어 있는데 이런 모스크는 또 처음이었다. 화려한 은색으로 만들어진 묘는 이 모스크 안에서 가장 멋있는 곳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곳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들어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여자가 갈 수 있는 곳과 남자가 갈 수 있는 곳은 나눠져 있었고, 여자들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은 남자들이 갈 수 있는 공간보다 훨씬 더 작아 보였다. 특히 무덤 안쪽에는 코란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장 오래된 코란 중 하나라고 한다.
모스크는 기도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휴식의 장소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들어와 쉴 수도 있고 잠을 잘 수도 있다고 한다. 종교적인 장소라 엄숙할 줄만 알았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화려한 칼릴리 밤거리
이렇게 모스크 구경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칼릴리의 밤거리를 구경하러 나갔다. 지난번 낮에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어두운 밤 화려한 조명은 건물들을 더 멋있고 고풍스럽게 만들었다. 동심으로 돌아가 보라색 조명 위에서 장난도 치고 Amr과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칼릴리의 야경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 거의 끝에 쯤 왔을 때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카페거리가 나타났다. 화려한 조명과 경쾌한 음악소리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물담배도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진작에 여기로 와서 차라도 마실걸.'
너무 늦어 자리에 앉아 차는 못 마셨지만 여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다음번에 오게 되면 꼭 여기에 올 거라 다짐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바로 이집트 찻잔 세트. 금색으로 되어 있어 저녁에 빛을 받으니 더 멋있어 보였다. 한국에 복귀할 때쯤 꼭 사가지고 가고 싶은 물건이었다. 와이프가 좋아할까?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어린아이가 사탕수수 음료를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목도 마르고 해서 친구와 마시러 가자고 했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100% 사탕수수 음료수. 달콤하면서도 끝 맛은 약간 비렸다. 다른 첨가물 없이 사탕수수 나무 그대로 짜서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특히 꼬마아이가 장사를 하고 있어 외국인들은 꼭 여기에 들려 음료수를 사먹고 갔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집트 곳곳에 일하는 어린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여기처럼 음료수 가게에서 일하는 아이,
아버지와 같이 쓰레기 줍는 아이,
마차 /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아이 등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여기서는 벌어지고 있었다. 후진국일수록 이러한 규제가 없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창 놀아야 할 나이에 저렇게 일을 하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그랬겠지만.
만약 내 딸이 저 나이에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떻겠는가. 아마 부모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플 것이다. 여기서도 부모들은 절대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린아이들을 일터로 보내는 것이었다. 하루빨리 이집트도 우리나라처럼 성장해서 아이들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사회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세번째 와본 곳이지만 다른 사람과 다른 시간대에 여행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같은 곳이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낌은 천지차이다. 이번에 본 곳이 지난번에 봤던 같은 건물이었지만 밤에 조명을 받은 건물은 낮과는 완전히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를 맞이해 주었고, 같은 거리는 친구인 Amr과 함께 조명 놀이를 하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올 때마다 달라지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