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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Aug 15. 2024

제주도

'격' 출간 이야기

기자: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제 장마가 지나가고 무더위가 찾아온 것 같아요. 지난주에는 비가 많이 와서 돌아다니기 힘들었는데 이번주에는 더워서 돌아다니기가 힘들었어요.


나: 맞아요. 폭우가 왔다 가니 이제 폭염 시작이네요. 잘 때도 더워서 자꾸 깨더라고요. 아내와 시아, 다같이 자는데 더우면 시아가 어찌나 짜증을 내는지... 그리고 더워서 엄청 뒤척여요. 아내와 저, 몇 번을 차였는지 몰라요~ㅎㅎㅎ


기자: 역시 아이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제 아들도 어찌나 돌아다니는지. 빨리 혼자 잤으면 좋겠는데 자꾸 엄마랑 자고 싶다고 하니. 그런데 한편으론 얼마 안 있으면 같이 자자고 해도 안 잘 텐데...라는 생각도 문뜩 들어요. 그래서 지금은 같이 자는 게 행복해요.


나: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느끼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점점 같이 할 수 있는 게 줄어드는구나.'예요. 같이 자는 것도, 뽀뽀하는 것도, 같이 노는 것도. 이제 몇 년 후면 하기 힘들어지니까요. 언제까지 엄마, 아빠 껌딱지일지가 제일 궁금해요.


기자: 오늘도 역시나 아이들 이야기가 빠지지 않네요. 부모는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두번째 이야기의 배경은 제주도네요. 제주도는 어떻게 가게 된 거예요? 제주도가 고향이신가요?


아니요. 제주도랑 연관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다만 처남이 제주도에서 펜션을 하고 있었어요. 이게 인연이 된 거죠.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네요.


아내와 심하게 다툰 적이 있어요. 그리고 아내가 집을 나갔죠. 너무 걱정이 됐어요. 전화해도 안 받고 카톡을 해도 읽지를 않으니... 밤이 돼서야 연락이 왔어요. 제주도라고. 처남한테 간 거였어요. 안심이 됐죠. '그래 거기서 머리 식히고 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라는 거예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근데 그때는 회사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아내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했죠. 그래서 바로 비행기표를 끊고 다음날 아침 제주도로 향했어요. 아침에 팀장님께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휴가를 쓴다고 말씀드리고요.


와~ 너무 멋지네요. 아내의 한마디에 회사도 제쳐두고 달려가시다니.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닌가요. 살짝 부러워지려고 하는데요.ㅎㅎㅎ


별말씀을. 사실 제가 잘못한 게 있어서 빌러 가는 거였어요.^^ 시아와 같이 제주도에서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제주도에서 보니 아내의 화도 금방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에게 이야기했죠.



"여보야, 나 육아휴직 할게. 우리 제주도 와서 살래?'


이 한마디가 두번째 이야기를 만들어 냈죠. 아내도 잠시 고민하더니 그러자고 하더라고요. 해외 나가야 된다는 불안감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꼭 붙어살고 싶었어요.


더 멋지네요. 이제는 육아휴직까지. 거기에 제주도까지. 너무 멋지신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은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두 가지를 한꺼번에. 정말 놀라울 따름이에요. 점점 더 부러워지는데요.


그래도 다행인 건 처남이 제주도에 있어서 많이 도와줬어요. 처음엔 처남집 신세를 많이 졌거든요. 제주도 집 구할 때도 그렇고 이사할 때도 그렇고. 특히 시아를 너무 아껴줘서 너무 고마웠죠. 시아도 삼촌을 잘 따랐고요.


그럼 제주도 생활은 어떠셨어요? 책을 읽어보면 장사를 하신 것 같던데요.


예. 맞아요. 처남이 펜션을 접고 흑돼지집을 한다고 했어요. 그 식당을 도와주기로 했죠. 원래는 도와주는 것만 하기로 했었는데 일이 커져버렸어요. 고생한 아내를 위해 좋아하는 뜨개질을 맘껏 할 수 있는 조금한 공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품샵을 차리게 된 거죠. 그래서 고깃집과 소품샵을 같이 할 수 있는 건물을 빌렸고 그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장사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약간 황당하네요.ㅎㅎㅎ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괜찮은 전원주택이 나와 잠깐 살아볼 수 있었어요. 3개월 정도 살았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인 푸른 잔디밭의 이층집. 넓은 거실과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는 옥상까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행복하네요. 친구들도 초대하고 동생도 놀러 오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저녁도 먹고 너무 좋았어요.


자꾸 부러운 이야기만 하시니까 이제 샘나려고 하네요. 농담이고요.ㅎㅎㅎ 정말 듣기만 해도 버라이어티 하네요.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더 들려주세요.


재미난 이야기라. 또 뭐가 있을까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제주도는 시아가 주인공이에요. 시아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과 아쉬웠던 이야기를 적었죠. 그중에서 첫번째 이야기인 시아와의 백패킹제일 많이 기억이 나네요. 6살 딸과의 백패킹이라. 제 꿈 중 하나였거든요. 한라산 국립공원 매표소 직원도 놀라더라고요. 지금까지 아빠랑 딸 단둘이 온 건 처음이라고. 그곳에서 시아와 단둘이 이야기도 하고 밥도 먹고 같이 자고. 늘 있던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새롭게 느껴졌어요. 항상 시아에게 '뭐해라, 하지 마라, 위험하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숲이 우거진 산속에서 지저기는 새들의 말소리를 들으니 그냥 시아를 바라보게 되고, 시아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제 마음도 너무 편해졌나 봐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시아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엄마, 아빠가 가게를 하고 있으니 가게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거기서 시아도 엄마, 아빠 하는 일을 따라 해보고 싶었나 봐요. 조금한 카페 테이블에 시아가 직접 만든 종이접기 동물들이랑 직접 그린 그림을 놓고 파는 거예요. 가게 이름도 짓고. 페롱페롱이라고. 처음에는 '엄마, 아빠 일하는 데니까 치우자'라고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시아가 '엄마, 아빠 하는 일을 이해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직접 느껴볼 수 있었거든요. 손님들 오면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도 하고 했는데 잘 안 팔렸거든요.ㅎㅎㅎ 실망한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어요. 언제 이렇게 해보겠어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하는 바자회랑은 또 다른 거니까요.


정말 행복한 에피소드가 많으셨던 것 같아요. 오늘 하루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라겠는걸요.^^ 못다 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듣기로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이렇게 행복했던 제주생활이었지만 힘든 점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제일 힘드셨나요?


맞아요. 즐겁고 행복한 일도 많았지만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점은 시아와 많이 못 놀아준 거예요. 처음 가게를 시작하기 전에는 시간이 많으니까,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시아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바닷가도 자주 가고, 집에서 만들기도 많이 하고, 집 앞 잔디밭에서 물총놀이도 하고. 딱 3개월이었어요. 시아와 아무런 제약 없이 놀 수 있었던 시간이.


가게를 오픈하고 온 신경이 가게로 쏠린 거예요. 현실적인 문제인 돈,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가게 오픈 준비하면서 매일 늦게까지 가게에 있고, 오픈 후에도 시아가 있을 공간은 가게였어요. 특히 유치원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지 못하고 가게로 바로 데려갈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서울에 있었을 때는 유치원 끝나고 친구들이랑 실컷 뛰어놀았는데. 그리고 휴일에도 놀러 가지 못하고 가게로 같이 출근해야 했고, 저녁도 시아 혼자 먹는 일이 많았어요. 지금도 식당에 갔을 때 아이 혼자 밥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짠... 해요. 혼자 밥 먹게 하는 부모님의 심정을 아니까요.


제가 생각했던 제주생활은 이게 아닌데. 육아휴직을 한 이유가 이게 아닌데. 아내와 시아, 다같이 꼭 붙어지내며 행복한 시간만을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이 현실이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함께 붙어있기는 한데 마음은 떨어져 있는..... 그러면서 시아에게 많이 했던 말이 있어요.



"시아야 그래도 아빠 해외 안 나가고 같이 있으니까 좋지? 아빠가 해외 안 나가려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정말 다시 회사로 안 돌아가겠다는 마음까지 먹었어요. 정말 떨어지기 싫어서. 정말 떨어지지 말고 평생 붙어살고 싶었거든요. 결론적으로 다시 회사로 돌아왔지만 제주도에 있을 때는 항상 이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시아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제가 원하는 삶을 위해 시아가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 같아서요.


너무 슬퍼지네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생각대로 되지 않고 더 힘들게 되어버렸으니.... 이게 아닌데... 제가 다 속상하네요.ㅠㅠ


그래도 이런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 더 행복한 것 같아요. 가끔 밥 먹으면서도 제주도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가끔 하거든요. 이제는 추억이죠.^^ 그리고 시아도 또래 친구들이 겪어보지 못한 제주도에서의 생활도 해보고,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도 알게 됐으니 이것만으로도 많은 걸 얻었다고 생각해요. 요즘에 다시 힘들었던 걸 잊고 '사면되지', '밖에서 사 먹자'를 연발해서 꾸중을 듣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시아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거라 생각해요.


예. 맞아요. 아무리 어렸을 때 일이라도 기억에 남는 일은 커서도 기억이 나더라고요. 저도 유치원 때 아버지 공장에서 자전거 타며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걸요. 시아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작가: 오늘도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주도 놀러 가고 싶네요. 한라산에도 가보고 싶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싶고. 지금 휴가철이라 비싸서 못 가겠지만 나중에 꼭 가야겠어요. 특히 작가님이 사셨던 모슬포에 꼭 가볼 거예요. 가게는 없어졌겠지만 책 속 배경을 거닐고 싶어요. 그냥 놀러 가는 거랑은 느낌이 완전히 다를 것 같아요.


나: 감사합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매번 제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제가 더 기분이 좋네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그리고 모슬포 꼭 가보세요. 제가 있던 곳은 '방어축제거리'에요. 겨울에 가시면 방어 드시러 오시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축제도 하고요. 여름에 가셔도 물회라던지 고등어회 등 1년 내내 먹을거리가 많으니 언제 가셔도 좋으실 거예요. 모슬포 이야기하니 저도 다시 가고 싶네요. 어떻게 보면 우리 가족 제2의 고향이니까요.^^


작가: 모슬포 꼭 갈 겁니다. 꼭!

한주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시고요.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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