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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Aug 08. 2024

이집트

'격' 출간 이야기

안녕하세요.

이번주는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어디 돌아다니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작가님은 비 오는 한 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힘든 한 주였어요. 비가 많이 오니 어디 돌아다닐 수도 없고, 특히 주말에 집에서 하루종일 시아랑 노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하나 끝나면 또 다른 거 하자고 하고, 시작해도 오래 하지도 않고. 휴.....^^


아이들이랑 노는 일 쉽지 않죠. 저도 주말엔 집에서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어요. 어찌나 엄마를 찾는지. 이거 해달라, 배고프다, 놀아줘...... 쉴 새 없이 말을 하니...... 아이들은 지치질 않아요.


맞아요. 정말 강철 체력이에요. 그래도 다행인 건 신나게 놀고 침대에 눕기만 하면 바로 자는 거예요. 힘들었나 봐요. 깨어있을 때는 어떻게든지 안 힘든 척 버티면서 놀려고 하니. 침대에 가면 바로 잠들 수밖에 없죠.


힘들면 자면 되는데 버티는 것 보면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그럼 저희 아이들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이번에는 작가님 이야기를 해볼까요?^^



작가님의 첫 배경이 이집트인데 이집트는 어떻게 가게 되신 거예요?


먼저 제가 하는 일을 소개해야겠네요. 제 직업은 정유공장이나 석유화학공장을 짓고 그 공장을 운전하는 일이에요.  일의 특성상 대부분의 일이 해외현장에서 이루어져요. 그래서 한국에 복귀해도 얼마 있지 않고 다른 현장으로 나가야 했어요.

이집트는 거의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가게 되었어요. 회사에서 가라는 지시도 있었고 솔직히 돈도 필요했고요.ㅎㅎㅎ 이집트 현장에 가기 전에 태국현장에 있었어요. 태국에서 복귀하고 6개월 만에 다시 이집트 현장으로 가게 됐죠. 이 6개월 동안 아내와 딸과 함께 지내는데 조금한 집이 너무 아쉬웠어요. 시아는 계속해서 커가는데 넓은 집에서 뛰어놀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큰맘 먹고 이사를 가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돈이 필요했어요. 그렇다고 한국에 있고 싶다고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요. 워낙 프로젝트가 많아 이집트가 아니어도 다른 나라를 가야 했거든요.


정말 힘드셨겠어요. 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나가라고 하니.... 그리고 새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으셨을 텐데. 마음이 짠 하네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제가 선택한 일이었고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도 가족들에게 낡고 좁은 집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아마 이사하고 한 달 정도 있다가 이집트로 간 것 같아요. 아주 잠깐 너무 행복했어요. 거실에서 창밖을 보면 푸른 산이 보이고, 다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시아가 거실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요. 잠깐이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럼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작가님이 다시 해외로 나갈 때 시아는 어땠나요? 울지 않았나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짧지만 시아가 아빠와 처음으로 함께한 시간인데요.


정말 엄청 울었죠. "아빠 가지마." 아직도 생생하네요. 집에서 캐리어를 끌고 버스정류장까지 아내와 시아와 함께 걸어갔어요. 그때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버스가 오고 타려고 하니 시아가 엄청 우는 거예요.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또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아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오랫동안 함께한 시간인데.

첫 우리 집이 생기고 그곳에서 같이 밥도 먹고, 같이 자고, 같이 놀았는데.....


정말 그 짧은 시간, 6개월 동안 가족들과 함께 했던 일들이 제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거예요. 눈물이 날 만큼. 마음속으로는 엄청 울었죠. 시아를 안고 울지 말라며 달래기도 하고 "아빠 3달 뒤에 휴가 나오니까 그때 더 신나게 놀자" 약속도 하고 겨우 겨우 달랬어요. 정말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정말 많이.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ㅠㅠ 그럼 이집트에는 얼마나 계셨던 거예요? 그리고 이집트 생활은 어떠셨나요?


이집트에는 2년 조금 넘게 있었어요. 처음 1년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집트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일 때문에 지쳐가고 가족들도 너무 보고 싶고.... 그래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어요.


아랍어를 배우고,

이집트 곳곳을 여행 다니고,

이집트 친구네 시골집에도 놀러 가고.


힘든 상황을 극복해 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죠. 다행히 이것들이 이집트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어요. 여행을 다닐 때는 아내와 시아에게 미안했지만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제가 못 버틸 것 같았거든요.


정말 많이 힘드셨나 보네요. 작가님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힘드셨는데 상상이 가네요. 그러고 보니 책 속에 작가님께서 여행 다니셨던 곳 이야기가 나오네요. 피라미드, 수에즈, 부룰루스요. 살짝 여행 다녔던 이야기 해주세요.


그럴까요?^^  피라미드는 이집트에 가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서 단체로 가게 되었어요. 이집트에 왔는데 꼭 봐야 한다며 회사에서 준비해 주었죠. 정말 거대한 피라미드, 티비와 사진에서만 봐왔던 그 피라미드를 눈앞에서 보는 순간 숨이 멎을 듯 감동이 밀려왔어요. 이때의 기억이 힘들었을 때 계속해서 생각이 났어요. '그래! 이집트를 한번 돌아다녀보자.' 그래서 이집트 곳곳을 돌아다니게 되었던 거예요. 동기부여가 되었죠.


그 이후로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그중 수에즈는 같이 일하는 이집트 친구들이 사는 지역이었어요. 이집트의 가장 큰 석유화학단지가 수에즈에 있거든요. 수에즈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수에즈운하로 유명하죠. 그런데 이집트에서는 수에즈운하만큼 공단으로도 유명해요. 그곳에 친구들의 초대로 가게 되었죠. 특히 그때 한 친구의 딸이 돌잔치여서 초대받았는데 그때 시아가 너무 보고 싶더라고요. 그때의 느낌을 글로 적은 거예요.


그리고 부룰루스는 이집트 북쪽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 옆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에요. 바다와 호수 사이에 있는 마을로 이집트 친구의 고향이자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곳이었어요. 제가 이집트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니 친구가 초대해 주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가 이곳에 온 최초의 외국인이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온 동네 사람들이 저를 보기 위해 모였고 다들 자기 집에 가서 밥 먹고 가라고 아우성이었어요. 기분은 정말 좋았죠. 연예인이 된 느낌?ㅎㅎㅎ


정말요?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겠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환영해 주고 초대해 준다는 것.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 그럼 이렇게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돌아다니시면서 느꼈던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집트 사람들이 너무 착하고 친절하다는 거예요. 아마 이러한 따뜻함 때문에 제가 일의 어려움이나 가족의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휴가 갈 때마다 아내, 시아와 함께 먹으라고 음식도 챙겨주고, 옷 선물도 주고, 자기 집에 초대하고.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행복하네요. 이런 친구들이 있었다는 게.


이집트 친구들과 정이 많이 드셨나 보네요. 우리나라도 정이 많은 나라인데 이집트도 마찬가지인가 보네요. 역시 사람 사는데 정이 빠질 수 없죠^^ 그래도 이렇게 정을 많이 느끼셨다고 해도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으셨을 텐데 언제 가장 가족들이 보고 싶었나요?


가장 보고 싶었을 때는 컴컴한 방에 혼자 들어갈 때에요. 1부 이집트에 '방'이라는 글이 있는데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더라고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도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지만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변하지 않거든요. 계속해서 남아있게 돼요.

한국에 있을 때 잠깐이었지만 "시아야 아빠 왔다." 하면 "아빠~~~" 하고 소리치며 달려오는 시아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하루종일 일하면서 느꼈던 피로가 한순간에 싹 사라져 버리거든요. 그리고 퇴근시간에 맞춰 아내가 준비해 놓은 저녁상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에요. 이런 일상을 보내던 제가 아무도 없는 컴컴한 방 안에 홀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 몇 달, 몇 년 동안을요.


정말 많이 힘드셨겠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외로우셨을 것 같아요. 반겨주는 가족들이 없다는 것, 캄캄하고 고요한 텅 빈 방안. 작가님이 표현한 모든 것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이 묻어 나오네요.


이집트와 한국은 6시간 차이가 나요. 제가 숙소에 도착하면 한국은 새벽이에요. 그때까지 아내는 안 자고 저를 기다려 줬어요. 시아는 당연히 자고 있죠. 항상 저를 기다려 준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해요. 혼자서 시아 돌보는 것도 힘든데 늦게까지 남편을 기다려야 하니... 그래도 퇴근 후 아내와의 대화가 저에겐 큰 힘이 되었죠. 그 힘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 주고 응원해 준다는 것. 가장 큰 힘이 되죠. 그 사람이 가장 가까운, 가장 사랑하는 아내라면 더욱더 힘이 날 수밖에 없겠죠. 저도 남편을 항상 응원해요. 돈 많이 벌어 오라고요~ㅎㅎㅎ (농담이에요^^)




오늘도 진심 어린 이야기 감사해요.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것 같아요. 이집트 이야기를 들었으니 집에 가서 작가님 책 중에 이집트 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속 이야기를 알았으니 다시 읽으면 작가님의 마음을 조금 더 깊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도 기대할게요.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너무너무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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