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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Aug 13. 2024

바다가 너무 좋아

사랑하는 시아에게

드디어 우리가 바다를 갔어. 제주도에서 올라와서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바다. 제주도에 있었을 때는 언제든지 갈 수 있었는데. 바다를 가장 그리워했던 시아. 엄마, 아빠도 항상 다가 그리웠어. 우리 가족 바다를 너무 사랑하니까.


"엄마, 아빠 나 바다 보고 싶어." 밥을 먹다가 갑자기 시아가 말했지.

"그래? 그럼 다음 주 주말에 바다 보러 가자. 여보 어때?"

"좋지. 서해로 갈까? 동해로 갈까?"

"제주도 바다랑 비슷하려면 동해로 가야지."

"그럼 속초로 가자."

이렇게 시아의 한마디로 다음 주 계획이 정해진 거야. 물론 엄마, 아빠도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어.


숙소를 알아보던 중 갑자기 회사에서 할인해 준다는 공지가 생각났어. 타이밍이 기가 막혔지.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바닷가까지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 숙소를 정했어.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고 가는 것만 남았지.


아침 7시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서 출발. 빨리 가서 빨리 놀고 싶은 생각뿐이었지. 시아도 일찍 일어나서 힘들었지만 기분은 최고로 좋아 보였어. 가는 길은 너무 즐거웠고 날씨도 너무 좋아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어. 차가 많아 두 군데 휴게소를 지나쳤고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에서 먹는 우동은 꿀맛이었고, 시아가 좋아하는 소떡소떡도 순식간에 사라졌지.


드디어 도착한 바다. 숙소 앞에 있는 등대해수욕장. 주변을 살펴보니 예전에 광원이 삼촌 식구들이랑 와 봤던 곳이었어. 해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와 그늘막을 펼쳐놓고 다가오는 여름을 즐기고 있었어. 시아는 빨리 바다에 가고 싶어 난리였지.

역시 바다는 너무 좋았어.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우리 시아. 신나서 바다에 뛰어 들어갔지만 너무 차가운 바닷물은 시아를 쫓아냈지. 정말 발이 시려울 정도였으니까. 수영은 못해도 오랜만에 모래놀이 실컷 했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바다. 우리 가족 힐링 장소. 1년 넘게 거의 매일 바다를 보다가 못 보니 바다가 더 그리울 수밖에. 그래서 아빠는 결심했어. 바닷가 앞에 우리 별장 장만하기로. 아빠의 버켓리스트에 포함시켰어. 우리 가족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아무 걱정 없이 올 수 있게 만들 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아빠가 꼭 이룰 테니.


바닷가에 제일 맛있는 음식은? 바로 라면이지. 우리 시아가 너무 좋아하는 해변에 앉아 먹는 라면. 편의점에서 라면과 햇반을 사고, 집에서 챙겨 온 참치만 있으면 일류 요리사가 해준 음식 부럽지 않은 시아만의 음식이 탄생하지. 밥 위에 라면을 얹어놓고 그 위에 참치를 뿌리면 시아표 라면, 참치 비빔밥 완성. 아마 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1위가 아닐까. 야무지게 비벼 숟가락으로 퍼먹는 모습을 보면 엄마, 아빠는 웃음 밖에 안 나와. '그렇게 좋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평소 먹는 양의 배를 넘게 먹으니. 그래도 시아가 잘 먹어서 엄마, 아빠는 너무 기뻐. 잘 먹는 울시아 최고.

그런데 잘 놀고 있는데 바람이 갑자기 너무 세게 불었어. 시아는 춥다고 하고, 그늘막도 날아가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텐트를 접고 간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지. 호텔 체크인이 빨랐으면 바로 숙소로 들어가 씻고 쉴 텐데 체크인 시간이 4시라니... 바람만 안 불었으면 그때까지 놀고 숙소 가면 딱이었는데... 어쩔 수 없었지.

차를 타고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 속초중앙시장으로  갔어. 그런데 차가 너무 많아 주차할 곳이 없었어. 결국 차를 돌려 숙소로 갔고 씻고 쉬었다가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어. 그런데  이 방법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어. 숙소에서도 가까웠고, 차가 없으니 맘이 아주 편했거든. 다행히 숙소도 4시 전에 들어갈 수 있었어. 씻고 맘 편히 침대에 누워 우리 세 식구 편안히 휴식을 취했지.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 나란히 침대에 누워 티비보면서 쉬는 이 시간.


더 누워 있다간 잘 것 같아서 준비하고 시장으로 향했어. 택시도 바로 잡히고, 아주 가까웠어. 기본요금만 나왔으니까. 약간은 날씨가 쌀쌀했는데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 열기와 튀김 튀기는 온도로 인해 시장은 후끈후끈했어. 역시 유명한 곳은 달랐어. 예전에도 몇 번 왔던 곳이지만 북적북적한 모습은 그대로였어.


우리는 탕후루를 시작으로 대게빵을 애피타이저로 먹고 오징어순대와 새우튀김으로 허기를 달래고, 벌집 아이스크림으로 당을 보충하고 마지막으로 따끈한 감자전으로 시장 먹방 투어를 마쳤지. 그리고 유명한 닭강정을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기로 했어. 2시간 동안 시장 구경도 하고 군것질도 하고  저녁도 먹고. 이 역시 너무 신나는 시간이었어. 우리 셋이서 하는 모든 것들이 행복했어. 맛있는 것을 먹고 바닷가에서 놀았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고. 이게 바로 행복이지.


숙소로 들어가기 전 엄마, 아빠 마실 술과 시아 간식을 샀지. 다같이 2차를 위해. 티비를 보면서 맛있게 닭강정을 먹고, 다같이 짠~도 하고. 행복한 저녁시간.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바닷가에 놀러 와서 먹는 저녁은 더 맛있었어.


배부른 배를 부여잡고 침대에 기대어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지. 내일을 기약하며. 내일을 뭐 할까 고민하며. 그렇게 다같이 잠들었지만 갑자기 들리는 '' 소리. 엄마, 아빠는 너무 놀라 일어나 보니 시아가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있던 거야.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그런데 시아는 울지도 않고 바닥에 있던 매트에 누워 다시 자는 거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안 다친 것 같아서 다행이었지만 조금 황당했어.




아침에 일어나 책을 보고 있었는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지. 바로 시아가 일어나는 소리. 시아를 안고

"잘 잤어? 어제 떨어졌는데 안 아파?"

"내가 떨어졌어? 기억 안 나는데."

또 한 번 황당했어. 소리도 크게 나고 세게 부딪힌 것 같은데 기억이 없다니.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어. 그래도 다친 데가 없다고 하니 다행이었지. 그런데 조금 있다가 발꿈치에 멍이 들었다며 아프다고 했어. 떨어질 때 팔꿈치로 떨어진 거였어. 머리로 안 떨어져서 천만다행이었지.


아침을 먹기 위해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과 햇반, 김치를 사가지고 왔지.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아빠는 햇반에 어제 남은 닭강정을 먹고, 시아는 참치가 들어있는 삼각김밥에 김치를 올려 먹고. 중간중간 엄마의 말소리가 들렸지만 우리는 먹는데 집중했어. 나중에 우리 떠드는 소리 때문에 엄마가 제대로 못 잤다는 후문이.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후에 어제 이야기했던 속초아이로  출발. 이곳에는 작년에 오픈한 대관람차가 있었어. 엄청 높이 올라가서 바다가 한눈에 보였지. 예약이 안돼서 못 탈 줄 알았는데 바로 탈 수 있었어. 가격이 조금 비싸긴 했지만 우리의 추억을 위해 이 정도 투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 동그란 통 안에서 밖을 내려다보니 속초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왔어. 이런 대관람차는 아빠도 처음이었어. 움직이는 느낌 없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니 너무 좋았어. 마지막에 시아는 지루해했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멋진 풍경을 봤으니 이번에 색다른 곳으로. '앙젤루스'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곳이었어. 들어가는 입구에서 소원을 적고 파쇄기에 넣어 날려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예쁜 소원 관련 그림과 사진을 찍고 종이에 소원을 적어 비행기로 접어서 날리고 마지막에 다같이 사진도 찍고.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어. 사진 잘 안 찍는 엄마도 사진을 찍었으니.

놀고 나니 배가 출출했어. 바로 옆 카페에서 간식을 먹고 바닷가로 가기로 했지.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달콤 새콤 자두에이드를 시키고 시아가 좋아하는 초코 묻은 빵과 함께 허기진 배를 채웠지. 살짝~ 속초 바다를 보며 먹으니 꿀맛이더라. 시아도 빵을 순식간에 해치웠어. 엄마랑 아빠는 카페 다니는 거 좋아하거든. 멋진 풍경과 예쁜 인테리어가 함께하는 멋진 카페. 거기에 맛있는 빵과 쌉쌀한 커피까지 있으면 최고지. 이런 곳을 시아와 함께 와서 너무 좋았어.

역시 시아는 오래 있지 못했어. 빵을 다 먹자마자 바다로 가자고 난리였지. 날씨도 좋고 바람도 안 불고 어제와는 또 다른 날씨였어. 잠깐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가려했지만 우리는 자리를 잡고 말았어. 시아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아빠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말이야. 점심도 거른 채 우리는 너무 신나게 놀았어.


바닷물에 들어가 파도랑 놀고, 모래사장에 시아를 묻고. 아기새처럼 엄마가 주는 과자를 물고 모래놀이하는 시아 모습을 보면서 '정말  왔다.' 생각을 수십 번 했어. 바다가 이렇게 좋구나. 바다에 오면 행복한 일만 생기는구나.


뒤를 돌아보니 높은 빌딩도 많이 생겼어. 아빠는 다시 한번 생각했지. '이곳에 집을 하나 장만해야겠어.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올 수 있게.' 아빠가 꼭 이룰 테니 조금만 기다려 줘.

바다 실컷 보게 해 줄게.

3시가 넘어가니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했어. 어제랑 똑같이. 이 시간만 되면 집에 가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어. 어쩔 수 없이 짐을 정리하고 집으로 출발했지. 간단히 삼각김밥과 소시지로 허기를 달래고. 왜냐하면 집 근처 고깃집에 가서 돼지갈비랑 냉면을 먹기로 했거든. 우리 시아가 너무나 좋아하는 냉면. 가는데 3시간이나 걸렸지만 시아가 너무 잘 자서 엄마, 아빠는 다행이라 생각했어. 깨어있었으면 엄청 지루했을 거거든.


집 근처에 있었지만 처음으로 가는 음식점. 맛있는 고기와 냉면이 우리를 반겨주었지. 정말 오랜만에 너무 맛있게 먹었어. 고기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고, 냉면은 조금 매웠지만 물에 한번 헹궈주니 시아가 엄청 잘 먹었고, 엄마도 술이 너무 잘 들어간다고. 너무 행복한 만찬이었어. 밥 먹는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지.


집에 돌아와 씻고, 짐 정리하고, 잠들 때까지 행복했던 이틀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어. 엄마, 시아의 행복한 미소가 아른거렸지. 아빠에게 가장 큰 선물이거든. 우리 가족의 행복. 이 행복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 수 있게 아빠는 계속해서 노력할 거야. 그리고 만들 거고.


시아는 아빠 믿지? 우리 항상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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