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내려가서 가게를 시작했을 때 왔던 아빠 회사 친구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어. 며칠 전부터 시아는 기대했고, 아빠도 이 친구가족과의 첫 여행이 설레었어.
"시아. 기억나? 아빠친구랑 언니랑 친구랑 같이 왔었는데."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 언니가 나한테 선물도 줬잖아."
역시나 기억하고 있었어. 제주도에서 같이 놀았던 친구들은 절대 까먹지 않는 시아.
하지만 여행 가기로 한 며칠 전부터 날씨는 비로 바뀌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1박 2일 모두 비소식으로 바뀌었어. 계곡 옆 펜션이어서 다같이 계곡에서 놀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았지.
출발할 때부터 시작된 비는 헤어질 때까지 계속되었어. 거기다 친구가 예약을 잘못해 서로 붙어있어야 할 숙소가 가운데 다른 사람들이 들고 오게 되었지. 그래도 다행인 건 각 방마다 바비큐 장소가 넓게 되어있어 다같이 먹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
먼저 도착해 짐을 풀고 쉬고 있었어. 오는 길은 차가 어찌나 많이 막히던지 거의 3시간이 걸려 도착했어. 다른데도 아니고 경기도 광주인데. 시아, 많이 힘들었지? 노래도 듣고, 잠도 자고 했는데도 앞에 꽉 막혀 차밖에 안보였으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숙소로 가는 길은 하나도 안 막혔어. 너무 좋았지. "아빠 달려~" 시아가 소리쳤어. 아빠도 신나서 조금 밟았지만 비가 와서 빨리는 달릴 수가 없었어. 그래도 꽉 막혀 있다 뚫리니까 기분이 너무 좋더라.
중간에 배가 고파 중국집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우리 모두 놀랬어. 돌판짜장. 시아가 좋아하는 고기도 많이 들었고, 아빠가 좋아하는 오징어도 들어있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맛집이었지. 우리 셋 모두 계속해서 "너무 맛있다."를 연발했지. 정말 최고의 점심이었어.
배도 부르고 숙소로 가는 길은 즐겁고. 그런데 가도 가도 숙소가 안 보이는 거야.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는데도. 주변을 둘러보며 올라가는데 음식점도 많고, 빌라도 엄청 많았어. 요즘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아빠에게 신기한 곳이었어. '이곳에 왜 이렇게 집이 많지?' 올라가는 내내 심심하지 않았어.
친구 가족들이 도착하고 서로 인사를 하고 짐 정리 후에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찻집으로 갔어.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간식 먹으며 이야기를 하려고. 원래는 다같이 계곡으로 갔어야 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갈 수가 없었어. 전통 찻집에서 다같이 맛있는 차를 마시고 찻집 구경도 했어. 특히 시아랑 민서는 개구리랑 올챙이 보는 재미에 푹 빠졌고, 현준이는 한자 공부에 열심히였어. '어떻게 노는 것보다 한자를 더 좋아할까' 신기했지만 한번 빠지면 질릴 때까지 한다고.
우리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어. 특히 제주도에 내려왔을 때는 민서 엄마가 같이 오지 않아서 우리 모두 처음 보는 거였지.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색함은 사라져 갔어. 시아와 민서, 현준이도 마찬가지였지. 너희들은 금방 친해졌지.
비 내리는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고, 친구가 가져온 맛있는 과일도 먹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밖에 나가서 놀지를 못하니 이런 야외 저녁이 우리 여행의 메인이 되어버렸지. 바람도 불지 않아 뿌연 연기를 뒤집어쓴 채 밥을 먹었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즐거웠어. 역시 야외에서 먹는 밥은 최고였어.
다같이 많은 것을 하진 못했지만 이렇게 만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 시아에게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줄 수 있었으니까. 매번 캠핑 같이 가던 가족들 말고 이렇게 다른 가족들하고 간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시아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잖아. 사람 만나는 것은 좋아하는 우리시아.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 볼게.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숙소에서 나와야 할 시간. 든든하게 미역국으로 다같이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했지. 여기서 바로 헤어지기 아쉬워 예쁜 카페에 가기로 했지. 근데 여기서도 친구가 실수해 다른 데로 갔다가 다시 왔어. 멀리 가진 않았지만 실수를 연발하는 친구 덕분에 한참 웃었지.
맛있는 빵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번 여행의 아쉬움을 달랬지. 비가 안 왔으면 정말 재밌게 놀았을 텐데.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번에 또 만나지 않겠어? 이 아쉬움을 즐거움으로 바꾸기 위해.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와 함께 우리는 헤어졌지. 친구네 집이 멀어 빨리 출발해야 했거든.
우리는 아쉬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얼굴 박물관'이라는 곳을 찾았어. 조금한 개인 박물관이었는데 안에 볼 것들이 많았지. 탈, 조각상, 그림 그리고 야외 정원 등 생각지도 못한 전시품들이 많았어.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시아가 신기해하고 돌에 그림도 그릴 수 있어서 아빠는 좋았어.
이번 여행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어. 새로운 친구와 더 재밌게 놀지 못한 아쉬움, 비가 와서 계곡에서 놀지 못한 아쉬움 등. 하지만 이 아쉬움이 나중에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거야. 너무 실망하지 않아도 돼.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그런데 그런 것에 실망하지않고 더 좋은 것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그리고 조금한 것에서 기쁨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비 때문에 계곡에서 놀지는 못했지만 비 소리를 들으면 맛있는 저녁을 먹고, 비 내리는 모습을 보며 따뜻한 차도 마셨잖아. 아빠는 시아가 안 좋은 것보다 좋은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어. 그럼 시아가 앞으로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훨씬 많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