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도 자전거를 타고 일요일에도 타고. 날씨가 너무 좋아 집에 있기가 힘들었지. 주말에 어디 가지 않으면 자전거 타기로 했던 약속. 이번 주말에도 아빠는 약속 지켰다.
토요일 오전.
아빠가 너무 피곤했는지 일어났다가 시아랑 다시 잤지.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우리가 지난주 너무 열심히 놀았나봐. 그래서 아빠도 지쳤나봐.
느지막이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밥 먹고 자전거 타러 갈까?"
"당연하지."
역시 시아는 힘들지 않은가봐. 묻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하는 것 보니. 물과 간식을 챙겨 중랑천으로 가니 역시나 푸르른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어. 아빠는 시아랑 여기 올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 그리고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해서 너무 좋고.
하지만 시아도 힘들었는지 지난번처럼 잘 달리지 못했어.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아빠도 이번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나왔는데 시아가 달리지 않아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느라 힘들었어. 달리고 싶었는데. 그래도 시아가 중간중간 달릴 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릴 때는 너무 좋더라. 나중에 시아랑 자전거 여행할 생각을 하면서 달리니 더 기분 좋았고.
운동하고 난 다음 먹는 밥은 꿀맛이지.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니 엄마가 맛있는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어. 맛있는 냄새가 우리 코를 자극했지.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순식간에 밥을 해치워 버렸지. 시아도 어찌나 잘 먹던지. 엄마가 너무 좋아했어.
일요일도 아침에 일어나 오랜만에 누룽지를 끓여 먹었지. 시아가 안 먹는다고 하는 거 아빠가 오랜만에 같이 먹자고 했는데 시아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네."
아빠는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어. 특히 누룽지에 장조림 양념까지 넣어, 장조림이랑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볼 때마다 웃음만 나왔어.
밥 먹고 나서 또다시 자전거를 끌고 중랑천으로 갔어. 이번에는 잘 달릴까?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아침밥을 든든히 먹어서 그런가 토요일보다 훨씬 잘 달렸어. 마지막에 힘들다고 했지만.
뭐든지 꾸준히 하면 잘할 수 있어. 시아 처음 자전거 탈 때 생각해봐. 무서워서 제대로 타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 달리잖아. 조금만 더 지나면 네발이 아니 두 발 자전거도 잘 타게 될 거야. 두 발 자전거 타면 지금보다 힘도 덜 들 거고,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다음번에는 두 발로 타보자.
"시아는 집에 있는 게 좋아? 이렇게 나오는 게 좋아?"
"둘 다. 이렇게 아빠랑 자전거 타는 것도 좋고, 다른데 놀러 가는 것도 좋고, 집에서 티비보면서 과자 먹는 것도 좋아."
물어보면 항상 두 개다 좋다는 시아. 무얼 해도 다 좋아하니 아빠도 너무 좋아. 시아랑 그만큼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거니까.
아침 먹을 때 시아가
"아빠. 나 간장게장 먹고 싶어.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는데."
"알았어. 조만간 먹으러 가자."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맛보았던 간장게장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듯 시아가 또 아빠한테 이야기했지. 그래서 바로 엄마한테 이야기해서 먹으러 갔잖아. 우리 시아가 먹고 싶다는데 가야지.
하지만 그 처음에 먹었던 맛이 아니었어. 시아 먹는 모습도 맛있어 보이지 않았어. 첫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그 맛이 안나는 것 같았어. 첫 기억이란 이렇게 강력한 것이구나. 그래도 시아가 먹고 싶었던 것 사줬다. 아빠는.
간장게장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러 갔어. 봄에 얼음을 봤던 그 카페. 이번에 얼음이 아니라 멋진 계곡과 보트가 있었어. 달콤한 빵을 한입 깨물고 시아랑 보트 타러 갔지. 직접 우리가 노를 저으면서. 집 근처에 이런곳이 있으니 너무 좋았어. 배도 타고, 맛있는 디저트도 먹고, 시원한 계곡에 발도 담그고. 점심의 아쉬움이 싹 다 날아가버렸어. 따스한 햇살에 시아와 배를 타고 있으니. 멀리 가지 않아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으니.
정말 행복한 주말이었어. 요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번 주말은 더 행복했던 것 같아.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세 가족 즐겁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으니까. 시아와 자전거도 타고, 시아 먹고 싶어 하는 음식도 먹으러 가고, 멋진 카페에서 재밌는 배도 탔으니 말이야.특별한 일로만 행복한 것이 아닌 소소한 일로 더 큰 행복을 얻은 기분이야.
앞으로도 쭉 이렇게 행복하자. 이게 아빠의 가장 큰 소원이야. 우리 세 식구 행복하게 사는 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