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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Jul 30. 2024

비라는 친구와 함께

사랑하는 시아에게

시아의 날이 드디어 왔어. 바로 어린이날. 한 달 전부터 예약해 놓은 캠핑장에 가는 날이지. 새로운 친구도 오기로 했고. 하지만 새벽부터 시작된 비가 그칠 생각을 안 하니 답답하기만 했어.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같이 가기로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 출발한다고. 비 더오기 전에 가서 빨리 텐트 치자고. 우리도 먹고 있던 점심을 후딱 해치우고 마지막 짐을 챙긴 후 출발했지. 정말 비가 많이 안 오는 거야. 다행이었지.


신나게 출발한 우리. 30분 정도 걸렸을까. 캠핑장 입구가 보였고 눈앞에 넓은 풀밭이 보였어. 비가 안 왔으면 저기서 엄청 뛰어놀았을 텐데. 우리 자리에 가보니 친구가족들이 먼저 텐트를 치고 있었어. 아이들 우비를 입고 있는 모습이 엄청 웃겼지. 우리가 가지고 온 우비를 빌려주려고 봤더니 어른 우비가 두 개밖에 없네. 이건 아빠랑 엄마가 입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 우비를 우리가 입고 텐트 치기 시작했어. 시아는 차 안에서 유튜브 보고 있고. 비가 와서 밖에 나올 수가 없었으니까.

올 때 텐트 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 그리고 지금 텐트로는 처음이었지.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펼칠 때마다 어디가 앞인지 헷갈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 그래도 텐트 설치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 앞만 잘 찾으면 그다음부터는 금방이거든. 아빠는 밖에서 텐트 고정하고, 엄마는 안 침실을 정리하고. 거의 정리가 끝났을 무렵 비가 엄청 많이 왔어. 천만다행이었지. 치고 있을 때 많이 왔으면 힘들거든.


다치고 다같이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시아가 물었지.

"아빠. 새로운 친구 언제 와?"

"내일 올 거야. 빨리 보고 싶어?"

"응. 나랑 나이도 같고 친구잖아."

그래서 친구에게 전화했지. 내일보다 오늘 오는 게 더 나을 것 같았거든. 비가 와서 그런지 자리도 많았고. 우리 텐트랑 가장 가까운 곳  빈자리를 예약하고 친구를 불렀어. 지금 오라고. 친구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출발했지.


이렇게 뜻하지 않은 3 가족 2박 3일이 시작되었어. 캠핑장비가 많지 않은 친구가족을 위해 가지고 있던 타프로 텐트 칠 공간을 만들어주고, 저녁 준비도 시작했지. 친구가 지금 온다고 하니 시아는 너무 신나 했어. 친구 만나는 걸 좋아하는 우리시아. 특히 새로운 친구를 캠핑장에서 만나니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


새로운 친구 가족들이 오고 아이들끼리는 순식간에 친해졌지. 역시 아이들은 대단해. 낯가림도 없이. 다들 모여 인사를 하고 저녁을 먹었어. 맛있는 고기를 구워서. 어른들은 밖에서 아이들은 텐트 안에서. 투두둑 투두둑 텐트와 타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친구 가족도 아빠랑 대학교 친구들이야. 시진이 아빠는 계속 만났는데 시진이 엄마는 본 지 10년이 넘었지. 예전모습 그대로더라고. 이렇게 다같이 모이니 신기했어. 대학생 때 다같이 술 마시며 놀았는데 이제는 시아와 같은 아이들과 함께 다같이 캠핑을 한다니.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시아도 나중에 커서 나이가 들어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이 만남들이 살아가는데 정말 큰 힘이 되거든. 서로 만나 안부를 묻고, 옛 추억도 떠올리고, 커가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아빠는 이 친구들이 있어 너무 행복해. 시아에게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해 줄 수 있고, 아빠도 친구들을 만나 좋아하는 캠핑을 할 수 있으니까. 우리 앞으로도 계속하자.


첫째날, 둘째날 계속해서 비가 왔어. 그래도 시아는 친구들이랑 텐트 안에서 너무 재밌게 놀아서 아빠는 너무 좋았어.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심심해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안에서도 너무 잘 놀아서. 오히려 엄마, 아빠들이 심심했지. 아빠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어. 의자에 앉아 너희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둘째날 저녁부터 비가 그쳐서 밤에는 불을 피우고 마지막 밤을 보냈어. 다같이 둘러앉아 불을 보며 멍도 때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특히 색깔 나는 가루를 불에 뿌리니 초록, 파랑으로 불색깔이 바뀌었어. 신기해하는 시아를 보니 아빠는 기분이 좋았지. 한창 호기심 많을 때라 모든 게 신기하게 보이니까. 왜 저렇게 색이 변하는지 묻고, 대답해 주면 또 묻고. 언제든지 물어봐. 아빠는 시아가 물어보는 질문에 다 대답해 줄게. 모르는 것도 많지만.

이렇게 3 가족의 캠핑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또 다른 계획을 세웠지. 헤어지기 아쉬웠으니까. 가까운 곳에 어린이날 축제를 한다는 곳을 찾은 거야. 예전에도 아빠랑 자주 갔던 회암사지. 그곳에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왕실 축제를 한다고 치킨을 사러 가다가 길에 걸려있는 포스터를 봤거든. 뛰어놀았던 기억이 나서 바로 가자고 했지.


축제날이어서 그런가 예전에 여유로운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 주차장이 꽉 찼고, 길도 계속 밀리고. 겨우 찾은 주차장이 군부대 안이었어. 축제라 군에서도 도와주는 것 같았어.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이쪽으로 오라고 하고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회암사지로 향했지.


와우.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과 많은 부스들이 우리를 맞이했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부터 맛있는 먹거리, 귀여운 물건을 살 수 있는 곳도 있었어. 특히 어린이날 행사라 아이들을 위한 곳들이 많았어. 다같이 머리핀도 많들고, 소방관 체험도 하고, 다육이 화분도 만들고. 특히 이것들이 다 무료여서 너무 좋았지. 시아랑 친구들도 다들 너무 신나 했고.


하지만 갑자기 헤어질 시간이 찾아왔어. 우리는 오후 늦게까지 같이 놀고 싶었는데 다들 약속이 있었네. 마지막으로 다같이 커피를 마시고, 시아랑 친구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세 식구의 첫 만남을 마무리했지. 아이들은 더 놀고 싶다고 난리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시아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우리는 자주 만날 거야. 시작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아주 쉽거든.


아쉽지만 친구들을 보내고 우리는 더 이날을 즐겼어. 위쪽으로 올라가니 더 많은 체험장이 있었고, 공연 관람도 할 수 있었어. 특히 한복도 대여해 줘서 시아가 입었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정말 잘 어울렸어. 제일 멋있었던 건 한복을 입고 칼 춤 따라 할 때. 칼춤 공연 보면서 손 번쩍 들어 앞으로 나가 칼 들고 따라 하는 모습이 아빠는 제일 기억에 남아. 너무 멋졌어.

정말 알차게 보낸 연휴였어. 어린이날을 제대로 보낸 것 같아.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다같이 재미있게 놀고,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체험도 했으니. 아빠는 정말 후회가 없어. 비가 온 것도 우리에게 더 특별한 추억을 남겨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시아도 비를 좋아하잖아. 아빠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싫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싫어했던 것도 다시 생각해 보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

회암사지 갈 때 차 막혔던 것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것도 추억인 것 같아. 아마 나중에 세 식구 다시 만났을 때 이 이야기를 할 거야. 차 막혔던 이야기도. 3일 동안 같이 했던 모든 순간이 추억이 되는 거야. 사소한 것이라도.


앞으로도 많은 추억 만들자.

시아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아빠에게는 소중한 선물이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돈으로 환산 불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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