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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Jul 04. 2023

내 아기와 내 강아지가 친해지는 시간들

루팡이 견생 5년 차에 생긴 동생. 둘은 친해질 수 있을까

도아야. 할머니 집에 가면 볼 수 있는 루팡이는, 엄마가 결혼하기 전에 집에 온 엄마의 첫 강아지다. 결혼하고 따로 살면서도 루팡이를 보겠다며 왕복 3시간 거리를 일주일에 세 번씩 가고는 했었다. 온 가족들 마음 다 훔쳐버려서 이름이 루팡이가 된 나의 강아지는 , 결국  너의 마음도 훔쳐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너를 낳고 처음 너와 루팡이가 만났던 날, 나는 인터넷에서 보았던 아기와 강아지의 아름다운 영상과 같은 모습을 기대했다. 너는 루팡이에게 손을 뻗고, 루팡이는 너를 꼬옥 안아주는 그런 모습.. 둘이 한 침대에서 부둥켜안고 잠드는 그런 모습.. 하지만 그것은 정말 헛된 바람이었다.


너를 처음 본 루팡이는 갑작스레 생긴 동생의 존재에 놀라서 짖었고, 짖는 루팡이를 보며 너는 울음보를 터트렸다. 그렇게 울음을 시작한 너를 보며 루팡이는 더더욱 불안해했다. 정말 악순환이었다. 하하. 너희 둘이 서로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이해가 갔다. 너에겐 갑자기 큰소리를 내는 저 낯선 존재가 당황스러웠을 것이고, 루팡이는 한동안 갑자기 보이지 않던 큰 누나도, 온 가족이 관심을 쏟는 저 작은 미지의 존재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의 만남이 조금씩 반복되고, 네가 200일 즈음되었을 때, 루팡이는 너에 대한 경계를 조금 풀었고 너는 루팡이에게 큰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둘이서 이불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놀던 날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모습에 온 마음이 너희로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진정 행복할 수 있었다. 그 영상을 그 날만 백 번은 돌려봤던 것 같다.


이제 너는 밥 먹을 때도, 잠 자기 전에도 팡이 보여줘~ 하며 루팡이 영상을 요구하곤 한다.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할 때도 종종 팡이만 찾아서 할머니가 삐치실 때도 있다. 난 그것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이쁜지 모른다. 너는 다른 멍멍이들과 루팡이를 구분 한다. 밖에서 산책할 때, 너는 강아지들에게 딱히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할머니네 집에서 루팡이를 만나면 너의 눈은 루팡이를 쫓아다니기 바쁘다. 여전히 팡이가 너를 보며 종종 크게 짖곤 하는데도 너는 이제 울지 않는다. (물론 울 때도 있다.)


나는 앞으로도 팡이가 너를 향해 짖는다 해도 그것이 너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라고 무한히 설명해 줄 것이다. 팡이가 너의 서툰 손길에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주고 있는 것은 이미 너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알려줄 것이다. 그런 서로의 소통 속에서 반려동물의 존재가 얼마나 사람에게 힘이 되는지, 얼마나 따스한 존재인지 네가 느꼈으면 좋겠다. 너 또한 팡이에게 위로를 받고 마음이 따스해지길 바란다. 루팡이에게 받는 그 모든 감정과 느낌은 루팡이가 엄마에게 선물해 준 소중한 추억이며 엄마가 너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소중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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