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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Sep 05. 2023

번아웃 후 얻은 교훈

열정도 열심도 아닌!

(이미지출처:바람에 쓰는 편지) 그땐 그랬지.


40대 젊은 날 교회에서 주관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열정적으로 몸을 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 여겼고 이렇게 열정을 다하다 보면 하늘에서 주시는 복이 비처럼 내릴 것이라는, 나만의 착각에 갇혀 살았습니다.     


덕분에 저랑 비슷한 가치관을 친구들을 네 가족이나 얻었고 그 친구들과의 우정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러 교회로 흩어진 지금도 가을날 주렁주렁 맺힌 과실처럼 풍성한 채로 지내고 있습니다. 누군가, 당시 가장 큰 성과가 그 친구들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지금의 내 삶은 허무하기 그지없을지 모릅니다.     



이제 그 뜨겁던 교회의 프로그램 속에서 조금 발을 뺀 지금은 예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러 상황이 나를 봉사라는 이름의 여러 활동을 내게 권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제 쉬어도 된다며 스스로 최면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같은 맥락이기는 합니다만 당시부터 시도하던 습작의 대부분은 시종일관 묵상이라든지 신앙에 관련된 내용이 최소한 80% 이상은 되어 보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른 채, 정확한 해석인지도 모른 채, 그냥 그런 내용을 언급하면 거룩하고 고상한 삶이라도 되는 양 그리 밀어붙인 세월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가끔 내 글을 반추하고 읽어보는 시간을 갖다 보면 어느 순간 이 게 내 글인지 궁금한 순간이 생겼습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단 말이야? 내가 쓴 글이 맞아? 이런 반문(反問)은 자랑스러움이나 뿌듯함이 아니라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부끄러움으로 다가왔고 자연스레 폐기해 버린 글들도 부지기수(不知其數)입니다.     


차라리 다른 주제의 글을 써 봐야겠다, 다른 패턴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심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사실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장담하지 못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나의 여정(旅程)은 아직도 도상(途上)입니다.               



글쓰기는 마치 인생과 같습니다. 하나의 주제에 또는 하나의 직업에, 아니면 늘 같은 패턴의 삶에 권태기가 오고 지겨워질 무렵, 새로움에 도전하고 주제를 바꿔보려는 시도하는 사람들을 저는 다른 눈으로 바라봅니다. 대단한 분들입니다. 옥상에 올라가 탁 트인 전경을 보다가 지겨우면 방향을 바꿔 배산(背山)을 보는 지혜를 저는 아직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내 삶의 여정에서 내가 거두리라 예상한 열매를 아직 거두지 못했다고 하여 이내 자포자기하는 내 마음을 어떻게 추스를 것인가? 그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은 과연 존재하는가? 늘 생각하고 마음에 둘 일입니다.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이긴 하지만 저는 관음(觀音)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단어 하나하나로 보자면 소리(音)를 듣는 게 아니라 보다(觀) 니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중간 단계가 생략됐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소리에는 의미 없는 것은 없을 터, 그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 테고 그 마음을 본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제라도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보는 연습을 해야 할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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